밤에 눈이 내려 약간 걱정했는데 다행히 원주 가는 길은 다 녹아 있어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2시부터 원주팬들은 이미 줄을 길게 서있었고 대구에서도 버스를 두 대나 대절하여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러 왔습니다..
저와 친구는 입장 시작한 후에 천천히 들어갔는데 벌써 오리온스 선수들은 슛을 던지며 코트적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 TG전 전패인 탓에 오리온스 선수들 기합이 상당해 보였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농구 본지도 오래됐고 더더구나 허코치 본지는 더 오래되어 갈증 상태였기에 코트에 뛰는 선수들 보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흥분되더군요.
허코치님은 짧은 휴가에 알차게 친구 만나고 오셨는지 얼굴이 약간 검고 거칠어 보이더군요.(-_-;) 강옹을 후다닥 빼돌린 LG프런트의 손빠름과 주도면밀함이 부럽기도 하고 감탄도 됐습니다.(물론 그걸 대놓고 언론에 흘려 배아프게 한 점은 열 받지만...^^) 그사이 갑자기 달라질 수야 없지만 여전히 골체미를 자랑하는 김주성은 표정은 밝아졌지만 여윈 뺨이 여전했고... 신기성 역시 허리가 계속 아픈 건지 트레이너에게 마사지 받는 모습이 변함없었습니다. TG만을 생각하면 역시 휴가가 좀더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더군요.
1쿼터가 시작되고 양팀은 미친 듯이 뛰는 농구를 했습니다. 얼마나 뛰어 댔는지 심판들이 세 번에 한번은 못 쫓아가는 순간도 있었다는...;;; TG의 공격은 순조로웠지만 솔직히 이런 템포의 농구라면 대구가 이긴다 싶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공격력 최고의 대구이고 또한 대구의 전원 공격의 농구가 가장 빛을 발할 때가 이런 속도 하에서 입니다.
과연 처음엔 대등하게 나갔지만 1쿼터 말미부터 급격히 오리온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TG의 공격은 패스가 많고 팀플레이 위주라서 정도 이상 속도를 내면 코트발란스가 무너집니다. TG 특유의 수비는 실종되고 어이없는 실책 연발로 점수차는 점점 벌어졌습니다. 나중에 TV로 재방송을 봤을 때는 유난히 박진감 있어 보였지만 코트에서 본 게임은 어수선함 그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김승현은 오늘 경기에 단단히 각오하고 나온 모양으로 신기성을 철저히 막아내고 자기 템포로 끌고 가더군요. '저기 휘말리면 안돼'라고 응원석에서 소리쳤지만 뭐 코트의 신기성에게까지 들릴 리는 만무하고... 더구나 2쿼터 초반 엉뚱한 일로 김승현에게 테크니컬파울을 주고 나자 두어번 보상판정이 있었는데 TG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정도 항의에 T파울을 줘 대면 어쩌란 건지 참~ 나중에 소심하게 보상판정 할걸 뭐하러 테크니컬 파울을 남발하는지 답답하군요.
아무튼 양팀은 오랜만에 쉬고 나온 보람을 자랑이라도 하듯 공격력에 불을 뿜었습니다. 사실 대구는 수비위주의 팀라인업으로 박제일 대신 이은호를 넣었는데 김주성을 막기엔 역부족이라 뚫릴대로 뚫리고 파울도 잔뜩 먹었습니다. 분명 속도가 빠른 김주성을 이은호로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은호가 그렇게 쉽게 파울 트러블에 걸리는 선수는 아닌데 몸이 너무 굳어졌다 싶어 좀 아쉽더군요. TG나 오리온스를 떠나 몇 안되는 괜찮은 포스트 선수인데 이러다 썩겠습니다. 뭐 하지만 문제는 이은호만이 아니라 맥클레리나 레이저등 대구의 포스트 선수들의 골밑 움직임이었습니다.
특히 맥클레리 선수는 이번 시즌 맥씨(;;)들이 다 그렇듯 스탯으론 폼나지만 결과적으론 팀에 저해되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도대체 김승현 같은 PG를 갖은 팀에서 왜 4번 선수가 드리블을 치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이해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하더군요. 아무튼 맥클레리 선수 몸빵으로 한두번 쯤은 우리팀 갈비씨 포스트들을 막아설 법했는데 손만 들고 서있더군요. 우리팀 김주성이야 맥클레리나 레이저나 열심히 막아봤지만 중과부적(ㅡ_ㅜ) 이었고...
결국 TG는 언제나 쓰는 카드로 허재를 꺼내들었습니다. 2쿼터에 허재를 넣은 것은 흐름을 더디게 하는 효과는 냈지만 특별히 경기를 바꾸지는 않았는데 3쿼터의 허재 투입은 마침 경기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어서도 그랬지만 게임을 뒤집어 놓는 효과를 냈습니다.
신기성이 파울트러블로 잠시 벤치에서 쉬고 있는 동안 그나마 하나 있는 골밑의 장애물 이은호도 나가줬고 TG는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사실 그날 양경민의 슛감이 그닥 좋았다고는 보여지지 않았는데 매번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다 보니 슛감이 올라와 허코치의 반박자 빠른 패스로 들어간 좌우 코터에서 던진 3점 슛은 전부 성공시켰습니다.
사실 이 정도로 쏟아 붓는 게임은 참 오랜만이라 화끈하긴 하더군요.
시합도중에는 도대체 김진 감독이 왜 작전타임으로 중간에 끊어주지 않았을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TV 녹화를 보니 사실 끊을 부분이 쉽게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파도가 순식간에 밀어 닥치는 데 정신이 없긴 했겠습니다.
오리온스의 치명적인 문제는 팀내 딱히 블루워커가 없다는 점입니다.
대략 김병철이나 박제일이나 블루워커적 성향을 띈 공격수이긴 하지만 완전히 궂은 일을 하기엔 신체 사이즈나 선수 성향이 딱 맞는 편이 아닙니다. 오리온스의 현 시스템을 보면 5명이 전부 공격수이면서 전원 수비참여, 전원 리바운드 참여 식으로 나름대로 5명 전원이 블루워커 일도 자기 몫은 해준다는 가정하에서 짜여져 있는데 맥클레리가 블루워커로 자기몫을 무시해버리자 갑자기 커다란 구멍이 생겨버렸습니다.
물론 부수적으로 김병철의 심각하게 저조한 슛감도 문제였지만(올스타전의 배치기로 인해 김병철에 대한 귀여움도 폭증 기간中이라 저도 친구도 약간 아쉬워했습니다만...) 그걸 떠나 대구의 자랑인 팀오펜스의 균형은 간데 없이 무너졌습니다.
김승현은 자기 손을 벗어난 경기를 추스르기엔 아직 경험이 약간 부족한 듯 합니다. 뭐 이거야 세월이 해결해주긴 하겠지만 솔직히 박지현이 떠난 자리를 또 김현중이 메꿔 준다면 김승현에게 경험 쌓는데 필요한 시간은 좀더 길어질지도... 예전에 이상민이 페이스를 잃으면 유도훈이 메꿔 줘 참 상대팀으로서 얄밉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허코치님 얘길 하자면(퍼억;;) 이런 시합을 하고 나면 실제 팀공헌도는 높아도 스탯이 나빠 아쉬웠습니다.(훌쩍) 게다가 휴가가 길다보니 우리 허코치님 자기 몸상태가 어떤가 잠시 까먹으셨는지 맥클레리를 몸으로 막아 사람을 놀라게 했는데 순간 교차한 생각은...
① 헉!!! 괜찮은가?
② 저놈이++(<=맥클레리에게)
③ 됐다. 완벽하게 자리 잡은 데다 맥이 손까지 썼으니 오펜스를 얻어내겠다.
세 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교차했는데 심판들이 못 본 건지 무시한 건지 오펜스를 안 불어주더군요. 덴장~ 다른 사람도 아니고 허코치가 몸을 날려 수비를 했는데 그걸 놓치다니하고 고오오~ 하는데 우리 전감독님 번개같이 허코치를 뒤로 숨기고 신기성을 내놓았습니다. 작년에 하도 끔찍하게 다쳤다보니 걱정하는 전감독님 마음도 알지만 조금만 위험한 플레이만 하면 잽싸게 바꾸는데는 팬이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사실 진심으로 고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약간은 아쉽기도 합니다. 이제는 허재는 대개를 전감독에게 맡기고 자신은 뒷전에 서버립니다.
작년에 모범선수상 받으려고 너무 착한 척 해서인지 진짜로 착해진(;) 허코치님 사실 저럴 땐 심판들에게 한번 고오오~ 해줘도 좋으련만 허리만 툭툭 두드리고 들어가시는데 아쉬웠습니다. 물론 이렇게 변모한 허코치에 대해서도 인상이 더러워 박△△(선수 이름은 유동적)이 제대로 플레이를 못했다는 둥 하는 글이 가끔 게시판을 장식하고 있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너무 (심판에 대해서만)모범생이 가득한 코트가 가끔은 재미없다는... 무엇보다 온화한 허재는 저에겐 아직도 낯설고 무엇보다 그의 변화를 가장 실감케 해줘 섭섭하게 합니다.
다시 시합 얘길 하자면 TG로서는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었는데 김승현의 어메이징한 3점이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무섭게 추격했습니다. 너무 점수를 지키려는 경기 운영을 하기에 좀 걱정했는데 5점차까지 무섭게 따라왔을 때는 다시 덜컹 했습니다. 벤치에서 허코치님 마저 일어서서 경기를 봤는데 거기까지가 끝이고 오리온스는 그 공격에 실패하므로 더 이상 추격할 힘을 잃었습니다.
김승현의 놀라운 3점 적중력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식의 추격은 장차 국대 주전을 책임질 PG로서 정답은 아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도 올시즌 공격력이 배가 된 부분은 어느 정도 성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첫댓글 경기보면서 이정도 생각까진 하지못했는데..잘보고 배우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남은 기간동안 맥이 팀에 어울리는 선수로 바뀔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더군요. 그렇다고 팀이 맥에 맞추기는 더욱 어려운 컬러이니..
이은호...이미 썩었습니다.......없어서 써먹는 포스트백업으로 전락한지 오래죠...(망할 전 인전 대우것들....이은호 키워준다면서 덜컥 포스트에 용병 2명이나 뽑아?)
오리온스 올해는 이미 접었다고 봐야겠고.....걍 시즌후 레이져를 이용해서 이규섭이나 데리고 왔으면 합니다.
삼성이 안줄걸요. 스포에 파포플레이까지 가능한(페넌트레이션 능력은 모르지만) 장신을 그냥 내줄까요? 나라면 조상현 준다고 해도 고민할 것임.
라몬님// 저라면 조상현 않줌..ㅡ.ㅡ; 예전에 말했지만..;; 이규섭으로 조우현 달라고 때쓸것임..LG가 주겠냐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