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단독] 국회 전시됐던 北 만수대창작사 그림, 대북제재 위반 논란국민의힘 지성호 의원 “통일부 장관 반입 승인도 안받아”
선정민 기자
입력 2020.10.23 13:00
작년 국회 본관 복도에 전시됐던 북한 작가 박문협의 ‘첫쇠물’ /조선DB
사진보기 출처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0/10/23/CTIO5DQADVCEDGUPME27RFYOMM/?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
작년에 국회에서 열린 ‘국회 남·북 미술전’에 전시됐던 미술품 가운데 일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이었다는 주장이 23일 제기됐다. 야당은 “국회가 대놓고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들에 따르면, 작년 국회 남·북 미술전에 전시된 작품들 가운데는 김청희의 작품이 2점 포함됐다. 2018년도 손자수 작품 ‘장생도’와 연도 미상의 ‘금강산의 가을’이다.
하지만 김청희는 북한 만수대창작사 수예단장이다. 만수대창작사 그림을 구매하는 것은 대북 제재 위반이다. 2017년 8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벌어들인 외화가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쓰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만수대창작사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통일부는 이 같은 미술품의 국내 반입을 승인한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지성호 의원실 질의에 “2013년부터 지난 8월까지 미술품 관련 반출, 반입 승인은 총 6건으로, 만수대창작사 관련 미술품은 승인된 바 없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반출 반입 승인 여부는 통일부 소관 사항으로 문체부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북제재 여부와 무관하게 해외에서 구매한 북한 물품은 통일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반입이 된다.
이 미술전은 작년 3월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국회 본관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앞 전시공간에서 열렸다. 당시 문체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행사를 주도했고, 원케이글로벌캠페인 조직위원회, 한국미술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당시 전시된 작품 22점은 북한 노동당을 위해 활동하는 인민 예술가(공훈 예술가)들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북한의 공훈 예술가 리석남의 ‘우리는 하나’라는 유화는 흰 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박문협의 1956년작 ‘첫쇠물’도 전시됐다. 이 그림은 김일성이 역점을 둔 강선제강소에서 노동자들이 합심해 첫 쇳물을 만들어내며 감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당시 행사를 주도한 안민석 의원은 개막식에서 “북한 미술품이 국회 본관에 전시되는 것은 해방 이후 처음”이라며 “북측 작가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전시공간을 둘러보며 “미술계는 이미 통일을 시킨 것 같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며, 인민예술가는 오로지 당과 국가를 위한 선전 도구로서 창작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판매와 전시도 모두 당국이 관리한다. 북측은 풍경화의 경우에도 ‘외화 벌이’를 위해 공산품을 찍어내듯 똑같은 장면을 수십, 수백장 만들어서 관광객 등에게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성호 의원은 “대북제재 대상 미술품을 버젓이 국회에서 전시한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통일부와 여당이 나서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지 의원은 “북한 미술은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미술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며 “이 같은 미술 전시를 ‘평화’라며 지나치게 미화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선정민 기자
출처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0/10/23/CTIO5DQADVCEDGUPME27RFYOMM/?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