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하게 영우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는데 필상의 아이들은 공부가 뒤떨어졌다.
성수와 성국이 대학교를 들어가는 해에 성도는 대학교 4학년으로 고등학교 3년 동안을 상위 클래스로 졸업을 했고 대학에서도 간간이 장학금을 타고 있으며 성국은 5남매 중에 가장 공부를 잘해 중, 고등학교 내내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이번에 대학교도 명문인 S대 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 영우의 딸 성숙이도 늘 반에서 5등 안에 들었다.
반면 필상의 아들 성수는 반에서 하위 클래스이었고 이번에 대학도 삼류인 K대학교에 입학이 됐는데 모두가 그의 K대학교 합격을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을 정도로 공부가 뒤처져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성호도 성수보다는 좀 나은 편이지만 성적은 늘 중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평소 공부를 잘하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애들을 공부시킨다는 신조를 펴 온 필상은 그래서 항상 영우네 아이들 육성회비를 먼저 주고 성수와 성호는 늘 나중 주어 어떤 때는 육성회비가 늦은 관계로 성수와 성호가 학교에서 쫓기어 육성회비를 가지려 집으로 온 적도 몇 번 있다.
처음에 한두 번은 별말 없던 필상의 처도 이런 횟수가 몇 번 거듭되자 영우네 모르게 자기 남편을 나무라며 아무리 영우네와 친형제 같이 지내도 한두 번은 우리 애들한테 먼저 육성회비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자기 아들보다 남의 아들을 더 위해주는 당신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라며 필상을 원망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필상은 성도 성국도 내 아들인데 공부 잘하는 놈들부터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필상이 늘 그러는 것을 보고 미안한 영우가 필상이 자기 아이들에게 먼저 준 육성회비를 빼앗아 성수나 성호에게 주면 필상이 허락하지 않고 그것을 도로 빼앗아 성도와 성국에게 주며 성수와 성호에게 육성회비를 먼저 받아 가고 싶으면 성도 성국이보다 공부를 잘하라고 아이들을 꾸중해 영우를 더 미안하게 만든다.
성국과 성수 둘이 대학을 가게 된 해에 성도는 대학 4학년으로 R.O.T.C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군에 지원 입대하거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휴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두 아이의 입학금에다 성도의 등록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필상이 어렵게 돈을 구해 보았는데 어떻게든 성도의 등록금과 성국의 입학금은 마련이 되겠는데 성수의 등록금까지 마련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성도와 성국에게는 3월초 까지 등록금과 입학금을 마련해 준다고 약속하고 성수에게 형편상 입학금 마련이 어려우니 재수를 하든지 취직을 하든지 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애들에게 하는 필상의 처사에 불만이 많던 필상이 처가 그 말을 듣고 해도 너무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중, 고등학교 때 육성회비를 가지고도 자기 아들들에게 모질게 그러더니 이번에도 어째서 영우네 두 아들은 모두 대학을 보내며 우리 애는 대학을 못 보내겠다는 것이냐? 일을 너무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 것 아니냐? 더 이상 그런 처사를 못 보겠다며 필상에게 항의하더니 그래도 필상이 신통한 대답을 안 하자 머리를 싸매고 들어 누워버린다.
섭섭하기는 성수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성수의 머리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는 열심히 공부해 반에서 상위 클래스였지만 중학교에 입학하여 아직 학교에 적응하기 전에 본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나빴는데 그때 마침 집안도 어려운 일이 생겨 육성회비 낼 때 아버지가 성수의 성적을 보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성국의 육성회비를 먼저 마련해주고 자기 것은 늦추어 학교에서 몇 번 독촉을 받는 등 육성회비 때문에 골탕을 먹은 후 사춘기의 반항심으로 심통이 나서 또 자기가 열심히 해도 성국이보다 잘할 수 없다는 자괴심이 들어 그다음부터 시험 때마다 공부도 잘 안 하고 아는 문제도 일부러 틀린 답을 섰다.
그러다 보니 정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고 따라서 성적도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대학 입학이 다가오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여 이류대학이지만 합격하게 되었고 평소의 성수 실력으로는 누구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 대학을 입학하고 학교 선생님들로부터도 참 기적 같은 놀라운 일이라고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그로해서 아버지에게 자기의 존재감을 인식시켰다고 생각하여 마음으로 무척 즐거워하면서 이번만은 아버지가 자기를 인정하고 대학 입학금을 마련해주실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아버지는 성국은 일류대학에 합격하고 자기는 이류대학에 합격했다고 성국의 입학금은 만들어 주고 자기의 입학금은 못 만들어 주신다니 그동안 쌓였던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며 받았던 섭섭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려 하는 것을 그래도 3월 입학 때까지는 시간이 있고 대학 등록금인데 설마 아버지가 안 만들어 주실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참으며 등록금을 만들어 달라고 간간이 아버지를 졸랐다.
필상의 처도 자기가 머리를 싸매고 누우면서까지 남편에게 항의했으니, 이번에는 아버지가 입학금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불뚝거리는 아들을 달랬다.
그럴 때마다 필상은 가타부타 말을 안 하고 침묵만 지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월 초 정작 등록금과 입학금을 마련한 아버지가 성도와 성국에만 주고 자기의 입학금은 주지 않자, 화가 난 성수가 나는 이 집의 아들이 아니니 집을 나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다.
그래서 성수에게 미안한 마음에 영우가 성국이를 설득하여 입학금을 가져다 성수를 주었지만, 그것을 안 필상이 도로 빼앗아 성국에게 주며 어서 서울로 가서 입학 등록을 하라고 재촉했다.
입장이 난처해진 성국이 머뭇거렸지만, 필상이 또다시 성수에게 입학금을 돌려주면 두 놈 다 대학에 안 보내겠다고 야단을 치는 바람에 성국은 다음 날 입학금을 가지고 서울로 갔다.
아버지의 처사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성수도 다음 날 일찍 모두가 잠든 틈에 가방을 싸들고 집을 나와 버렸다.
이렇게 되자 필상의 처도 어렵게 대학을 입학한 아들의 입학금을 안 해주어 아들이 집을 나가게 하는 그런 아버지가 어디 있냐며 나도 더 이상 그런 처사를 참고 있지 못하겠고 또 어미로 집 나가는 아들을 말리지 못해 어미의 자격이 없으니 나도 집을 나가겠다며 짐을 싼다.
영우처가 들어가서 말리며 염치없는 우리의 잘못이니 용서하라고 빌고 영우도 자기들이 너무 형님 댁에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필상의 처를 달랬으나 필상의 처는 막무가내다.
필상은 필상대로 어미와 아들이 다 너무 옹졸하다며 특히 어머니 되는 사람이 집 나간 아이를 찾아 이해시키려 하지는 않고 그 일을 빌미로 집을 나가겠다니 될 말이냐며 마음대로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집을 나와 버린다.
집을 나가겠다며 야단을 치는 처를 뒤로하고 집을 나오며 필상은 자기가 집에 없고 영우와 영우처가 만류하면 처의 마음이 누그러져 집을 나가는 일까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기의 입장을 전연 이해하지 못하는 처가 밉기도 하다.
자기가 성수를 대학에 보내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성도와 성국의 학자금을 만들기도 힘들어 겨우 장만했는데 다 성국은 명문 대학에 입학해 등록금만 대주면 그 다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대학을 다닐 수 있지만, 성수는 어떻게 무리해서 대학 등록금을 만들어 주어도 서울에서 자취나 하숙을 시켜야 하고 계속 책값과 용돈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지금 가정형편으론 도저히 그것을 감당하기 어려워 내년에 성도가 대학을 졸업하면 어떻게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성수에게 재수하라고 했는데 그것을 몰라주는 마누라가 여간 섭섭한 것이 아니다.
하기는 그런 사정을 이야기하면 처가 혹 이해 줄지 모르지만, 가장으로 그만한 능력도 기르지 못해 아들을 재수시켜야 하는 떳떳하지 못한 아버지라는 자책과 능력 없는 남편이라는 자괴감에 빠진 한국의 대표적인 아버지의 상인 필상으로서는 그런 변명을 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하기가 싫다.
반면 필상의 처는 남편이 내가 잘못했으니 참아라.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며 말리면 주저앉을지도 모르는데 호통만 치고 나가는 남편이 야속하여 영우와 영우처의 만류를 뿌리치고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간다.
그렇게 짐을 싸들고 나왔지만 필상의 처는 막상 갈 곳이 없다.
친정 부모는 6.25전에 모두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손위 오빠가 있으나 6.25전 주색잡기로 꽤 살만하던 집안 살림을 모두 탕진하여 부모님을 속병으로 돌아가시게 한 그 오빠도 필상이 처 외에는 특별한 연고가 적성에 없고 허랑방탕하고 주색잡기로 날을 보내 집안까지 망쳐버린 자기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은 고향을 찾을 마음이 없어 대구까지 필상이네와 같이 피난을 나갔다가 그곳에서 정착하고 돌아오지 않았는데 그동안 연락이 없어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필상의 처는 그 오빠가 돌아와 이웃에 산다고 해도 집안을 망치고 그 일로 부모님까지 돌아가시게 한 일로 의가 상해 오빠네로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첫댓글 즐~~~~~~감!
즐감
잘보고 갑니다...
무혈님!
구리천리향님!
이초롱님!
감사합니다.
.환절기 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