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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먼저 회피로부터 수용(Acceptance)의 전략을 살펴보면, ACT에서는 내담자나 환자의 병리적 특징을 불안이나 걱정으로부터 회피나 통제로 보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감정적인 통제나 회피의 패턴, 방식을 탐색하고, 그것들에 대해서 자발적인 수용을 학습시킨다.
예를 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내담자가 상처받는 장면을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고 강박적으로 여기에 회피하는 많은 행동들을 한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으로부터 회피하려는 할수록 더욱 그것에 매달리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어떤 X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이미 벌써 X에 주의를 두고 더욱 X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온다.(Jason B. Luoma, Steven C. Hayes, Robyn D. Walser, 2007) 그 어떤 X를 회피하려는 걱정이나 상상이 오히려 함정, 덫이 되어서 더욱 그곳에 갇히게 된다. 웅덩이 갇힌 사람이 웅덩이를 빠져나오기 위해서 더욱 안으로 파고드는 형국이 된다. 열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 웅덩이 파지만, 그는 더욱 경직되고, 더욱 근심이 늘어나고, 더욱 불안해진다.
여기서 웅덩이를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수용(Acceptance)을 권한다. 수용은 불안을 회피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를 포기하는 것이다. 내담자나 환자에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회피와 통제의 시도를 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묻고 확인하는 것은 불안과 회피의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함을 자각하게 한다. 이것을 ‘창조적 절망(Creative Hopelessness)’이라고 한다. 창조적인 절망은 웅덩이 갇힌 사람에게 새로운 지금까지 방법을 포기하게 하고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게 한다는 점에서 상담 초기에 중요한 기술이다. 내담자는 창조적인 절망을 통해서 불안과 걱정을 그 자체로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융합으로부터 탈융합(Defusion)의 전략이다. 대부분 불안을 가진 내담자는 불안을 회피하고 모면하기 위한 이유나 변명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낸다. 장애를 가진 내담자는 정말로 가치 있고 필요한 활동을 회피하는데, 이때 그들은 필요 없는 이유를 만들거나 아니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탓하게 된다. 이것은 주로 경험적 회피(experiential avoidance)와 인지적인 혼란(cognitive fusion)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들은 행동주의자들이 말하는 학습이라든가 아니면 인지치료에서 말하는 자동적인 사고에 의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ACT에서는 사건과의 관계, 혹은 문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특히 이런 문맥이론에서 보면, 인지치료에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려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곧 역설적으로 그런 생각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아차림(mindfulness)과 탈융합(defusion)의 전략이다. 이것이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회피와 언어적인 규칙에서 비롯된 인지적 혼란을 줄일 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우울환자가 “내가 만약 자살을 한다면 고통을 없앨 수가 있을 거야. 이것은 좋은 일이야”(Hayes, S. C., Follette, V. M., Linehan, M. M. 2004, p.12)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인지적 융합을 잘 보여준다. 여기서 분리는 사건상황에 개입된 개인적인 경험맥락을 분명하게 자각함으로부터 분리, 벗어남이 생겨난다. 이것은 개인적인 사건의 경험에 대해서 둔감화되어 객관화되는 것을 말한다. 그럼으로써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임을 자각하게 된다.
셋째는 개념적 자아로부터 문맥으로서의 자아(Self as Context)에 대한 자각이다. 문맥으로서의 자아란 개념화된 자아의 개념을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개념화된 자아란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서 형성된 자아개념이다. 나는 전문가이다. 나는 바보다. 나는 희생자에 불과하다. 나는 돈이 필요하다. 등과 같이 언어적인 개념에 의해서 파악된 자아이다. 이것은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서 적응되거나 형성된 까닭에 유용하지만, 개인에게 동시에 많은 고통을 주고 불안감을 안겨다 준다. 반면에 문맥적인 자아는 고착되고 굳어진 지식에 의해서 파악된 자아가 아니라, 문맥에 의해서 매우 융통성이 있는 자아로서, 자신의 모든 경험을 수용하고 관찰할 수 있는 안전하고 심리적으로 지속적인 자아를 말한다. 문맥적 자아는 저기보다는 여기, 과거나 미래보다는 지금을 강조하는 자아의식을 말한다.
넷째는 과거나 미래에 집착으로부터 현재에 접촉하기(Contact with the Present Moment)이다. 이것은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환자나 내담자가 대부분 시간을 과거나 미래의 경험에 집착함으로써 지금 여기의 현재를 접촉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ACT에서는 개념화된 과거나 미래로부터 현재로 되돌아오고, 현재에서 의미 있는 행동,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럼으로써 삶이란 그것이 불행하거나 행복하든지, 현재에 발생된 사건이고, 이 현재의 경험에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임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이런 자각은 환자나 내담자가 미래나 과거의 경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여, 삶에 대한 보다 유연하고 여유 있는 태도를 갖게 한다. 알아차림 명상을 통해서 현재에 머물러서 충분하게 경험을 느끼고, 설사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변명하지 말고 그 자체로 회피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온전하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는 가치결여로부터 가치탐색(Values)이다. 여기서 가치는 매우 일상적인 의미이다. 이를테면 친구가 영화를 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불안하고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볼지에 걱정하다가 결국은 포기한다고 할 때, 가치탐색을 할 수가 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친구를 사귀는 문제인가? 아니면 영화보기인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내 삶에서 무엇이 가치가 있는지? 실제로 본인이 원하지만,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면서 실질적으로 희생되고,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탐색한다.
여섯째는 충동적 반응으로부터 행동전념(Committed Action)이다. 가치 있는 방향으로 삶의 나침반을 설정하였으면, 그것들의 장애들을 잘 통찰하여 구체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감 있게 그것을 실행하도록 돕는다. 이것은 생각과 행동을 구분한다. 생각은 행동을 하지 않고 단지 걱정만 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행동은 실질적으로 불안하지만,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설거지와 같은 매우 일상적인 행동을 포함하여, 숙제와 같은 학습 활동이나 아니면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을 포함한다. 불안과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털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의 6가지 주요 치료적 전략은 결국은 명상에 의한 수용과 가치선택을 통한 행동변화로 요약된다. 이때 명상은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이 6가지의 치료적인 전략에서 명상은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여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과정이다. 그러면 ACT에서 명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