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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공룡 발자국 8000여개, 공룡 알 150여개 나와
최근 한국 공룡(恐龍)에 관한 기사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공룡은 이제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연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연 한반도가 공룡들의 대규모 서식지였나?” 나는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공룡은 중생대(2억4500만년 전부터 6500만년 전까지) 기간 지구상에 가장 번성했던 육상 파충류다. 따라서 공룡 화석이 발견되기 위해선 중생대 지층이 분포해야만 하며 또한 바다에서 퇴적된 지층이 아니라 육지 환경, 즉 강이나 호수에서 쌓인 퇴적층이 존재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지질을 보면 남한의 경우 고생대나 신생대 지층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중생대층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퇴적 분지인 경상 분지(경상도를 거의 포함하는 지역)와 조그맣게 흩어져 있는 해남, 능주, 진안, 격포, 영동, 공주, 음성, 화성, 보령, 문경, 김포 분지 등이 모두 중생대 지층이다. 이 지역을 모두 합하면 남한 전체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다. ● 1억년 전후 공룡 화석 발견
또한 이 분지들 모두가 바다에서 퇴적된 해성층이 아니라 육지 환경에서 퇴적된 육성층이다. 우리나라에서 중생대 바다에 살던 암모나이트 화석이 단 한점도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해양파충류인 어룡이나 수장룡 화석은 발견되지 않겠지만 공룡 화석이 발견될 수 있는 지질학적 조건은 완벽히 갖춘 셈이다. 이제 중생대 지층이 분포하는 곳으로 달려가 공룡 화석을 찾기만 하면 된다. 중생대는 좀 더 세분하면 시대가 오래된 것부터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중생대 지층은 백악기 시기(1억4500만년 전부터 6500만년 전까지) 지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 화석의 시대는 1억년 전후의 공룡이 대부분이다. 즉 쥐라기 공원이 아니라 백악기 공원인 셈이다. 그러나 백악기 공원에 살면서도 우리는 공룡의 존재를 몰랐다. 우리나라에 처음 공룡의 잔해가 나타난 것은 1972년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공룡알 껍데기 파편이었다. 그 당시 학계에서는 공룡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여서 그 공룡알도 그 후 외국 학자에게 의뢰해 인정받아 확인된 것이다. 다음해 1973년, 경북 의성에서 용각류(목이 길고 꼬리가 길며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의 위팔뼈 일부가 발견되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공룡이 살았다는 것이 완전하게 확인되었다. 그 후 1980년대에 들어 남해안 해안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움푹움푹 팬 자국들이 공룡이 남긴 발자국 화석임을 알게 되었다. 일단 공룡 발자국의 형태가 일정한 모양을 가지고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특징을 간파한 후로는 이쪽 저쪽에서 쉽게 공룡 발자국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특히 공룡 발자국 연구가 처음으로 시작된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해안에는 네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용각류 발자국과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 조각류 발자국, 그리고 육식공룡인 수각류 발자국이 대규모로 발견되었다. 해안 절벽에 분포한 시루떡처럼 포개져 있는 한겹 한겹의 지층 속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상족유원지 일대에 겉으로 드러나 있는 두께 100m 지층 속에 무려 300여개의 발자국이 있는 지층면이 나타난다. 이것은 1억년 전, 퇴적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호숫가에 공룡 무리가 지나가면서 발자국을 남기고 굳어진 후, 그 위에 또 부드러운 퇴적물이 쌓이고 그 위를 다시 다른 공룡 무리가 지나가 발자국을 남기고…, 이와 같은 일이 지층이 100m가 쌓여 굳어지는 동안 무려 300번이 반복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실은 공룡이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무리를 지어 살았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 고성군 공룡 발자국 세계 최대 2000년, 고성군의 공룡 발자국 산지를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총 48개의 공룡 발자국 산지가 발견되었으며 이 산지로부터 무려 5000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확인되었다. 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로서 현재 고성군은 세계에서 공룡 발자국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견된 발자국은 형태와 크기에 있어 매우 다양하고 공룡 뼈만으로 알 수 없는 공룡의 생태에 대해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발자국 크기가 115cm인 거대한 용각류와 길이가 9cm밖에 안되는 새끼 용각류 발자국(세계에서 가장 작은 용각류 발자국)이 나타나며, 18마리의 조각류 공룡이 동시에 나란히 지나간 발자국도 나타나 이 공룡들이 군집생활을 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걸음걸이의 속도를 바꾸거나 뛰어간 발자국도 남아있다. 이러한 풍부한 자료 때문에 공룡의 생태를 연구하는 세계의 학자들이 우리나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경남 고성을 시작으로 경상도 지역 어느 곳을 가더라도 지층을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공룡 발자국을 만날 수 있다. 진주, 마산, 의성, 울산, 부산 태종대, 거제도, 심지어 대구 도심을 흐르는 신천 바닥에서도 나타난다. 경상도를 벗어나 전라도 해남과 화순, 여수, 격포에서도 공룡 발자국 발견이 이어졌다. 특히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에는 30m가 넘는 거대 용각류가 앞발만을 이용해 물 속에서 걸었던,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105개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총 8000개 이상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중생대 지층이 분포하는 곳에서 진행되는 도로 공사장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공룡 발자국의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지경이 되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가 수많은 공룡의 안식처였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룡 이름이 없는 것일까? 이토록 공룡 발자국이 많은데 말이다.
공룡 발자국은 뼈와 달리 흔적화석(trace fossils)이다. 즉 생물이 살아가면서 남긴 흔적이다. 따라서 뼈와 이빨 같은 체화석(body fossils)과는 구별된다. 공룡 발자국에 간혹 학명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존에 발견되지 않은 아주 독특한 발자국이 확실한 경우에만 그렇다. 그 경우에도 뼈에 근거해 이름붙여진 공룡 이름과는 구별되게 학명에 발자국이라는 의미의 접미사를 붙여 구별한다. 발자국이 가지는 공룡 생태에 대한 정보의 가치는 매우 높으나 그 발자국을 남긴 공룡 실체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공룡이 진흙 위에서 남긴 발자국과 모래 위에서 남긴 발자국의 모양이 서로 다르며, 다른 공룡이 같은 모양의 발자국을 남겼을 가능성 또한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 중 하나가 공룡 발자국은 그렇게 많은데 왜 공룡 뼈의 산출은 미미하냐는 것이다. 실제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 뼈는 목 긴 공룡인 용각류 공룡의 불완전한 위팔뼈 1개, 이빨 4개, 몇 개의 척추뼈, 그리고 경북 의성에 발굴되지 않은 채 산사면에 박혀 있는 크기 1m의 어깨뼈가 전부다. 육식공룡인 수각류 공룡의 잔해는 이빨 서너개와 발톱 1개, 종아리뼈 등이고 초식공룡인 조각류 공룡의 뼈는 단 한점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 남해안 일대 공룡 탐사 시작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공룡 뼈가 거의 묻혀 있지 않다는 의미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 공룡 뼈 발견이 속시원히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자연적인 이유와 인위적인 이유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룡 뼈 화석은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는 호숫가 환경보다 주로 강과 관계된 범람원 지역에 묻혀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환경을 가진 지층들의 노출은 매우 제한적이다. 공룡 뼈를 찾기 위해서는 지층의 표면을 조사함으로써 뼈의 실마리를 찾아야하는데 이러한 지층들을 볼 수 있는 곳은 해안가나 계곡, 인위적으로 도로 개설을 위해 파헤친 산 절개면 등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에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으며 새로 깎은 산 절개면도 곧 조경 공사에 의해 시멘트나 풀로 덮여버린다. 또 우리나라 중생대 지층의 암석은 매우 단단하다. 중국, 몽골, 미국에서처럼 손쉽게 간단한 도구로 뼈를 발굴할 수 없다. 조그만 뼈 한 개를 암석 속에서 꺼내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 톱이나 공기파쇄기 심지어 중장비가 동원되어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1997년 경북 의성 고속도로 진입로 옆 산사면에서 발견된 길이 1m 이상의 용각류 뼈가 아직도 발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적인 조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이다. 공룡의 잔해가 발견된 지 30여년이 가까워 오지만 공룡 연구 인력을 보면 왜 우리가 공룡 연구에 있어 후진국인가를 알 수 있다. 공룡학으로 학위를 한 사람이 거의 없으며 공룡을 포함해 뼈를 가진 화석을 다루는 척추고생물학을 가르치는 대학이 한 곳도 없음은 물론 교수 요원도 없다. 지금까지 전문가에 의한 공룡 뼈 찾기는 한번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따라서 결과는 당연한 것이다. 올 여름 필자는 남해안 일대의 공룡 탐사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간단한 지표조사를 통해 귀중한 척추 화석이 얻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는 완전한 악어 머리뼈, 크기가 12m에 이르는 육식공룡이 남긴 이빨(9cm), 그리고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수많은 조각류 발자국의 주인으로 처음 확인된 오리주둥이공룡의 이빨, 거북뼈 등이다. 이러한 사실은 전문가 집단에 의한 체계적인 공룡 탐사와 발굴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완벽한 공룡의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공룡 발자국, 뼈와 함께 최근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규모의 공룡 알 화석 발견이다. 우리나라가 1972년 공룡 알 파편으로 공룡 연구의 첫 장을 시작했던 의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996년 공룡 알이 처음 발견된 경남 하동군에서 6개의 공룡 알이 더 발견되었고 1999년과 2000년 전남 보성과 경기도 시화호, 경남 고성에서 공룡 알이 대규모로 발견되었다. 특히 경기도 시화호 방조제에 의해 드러난 남쪽 간척지 조그만 9개의 섬에서는 3종류의 공룡 알이 발견되었다. 현재까지 총 150개의 공룡 알이 발견되었는데 공룡 알 대부분은 둥지를 이루고 있다. 섬 사이를 메우고 있는 갯벌을 발굴한다면 엄청난 수의 공룡 알 둥지가 발견될 것이 확실하다. 또한 공룡 알이 발견되는 층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공룡들이 이 지역을 주기적으로 찾아 집단적으로 산란을 하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두 종류는 초식공룡의 알이며 한 종류는 육식공룡의 알로 추정된다. 전남 보성지역 역시 두 종류의 공룡 알 100여개가 여러 둥지를 이루고 있고 경남 고성에서도 19개의 공룡 알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대규모의 공룡집단이 한반도 전역에 퍼져 살아가면서 먹고 먹히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우리나라 대표 공룡 이름은 없어 1842년 영국의 런던 자연사박물관 초대 관장이었던 유명한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웬(Richard Owen)이 그 당시 전혀 새로운 파충류 화석동물에 ‘공룡(Dinosauria)’이란 이름을 부여한 지 15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대학과 자연사박물관에서 수많은 공룡 학자들이 공룡 화석을 탐사하고 연구해 오면서 800종 이상의 공룡을 찾아냈으며 공룡의 생태와 멸종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왔다.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은 이제 정설이 되었다. 이러한 공룡 연구의 발전은 세계 전 대륙에서(남극을 포함) 두 달에 한 번꼴로 발견되는 새로운 공룡 발견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중국 랴오둥성에서는 다양한 깃털공룡이 발견되어 공룡사(史)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이곳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그 곳의 환경과 시대가 같은 지층이 우리나라에 대규모로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도 깃털공룡보다 더 학술적 의미가 있는 공룡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리가 이름붙인 우리나라 고유의 공룡이 아직도 없다. 이것은 우리 공룡 학자들의 책임인가?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공룡이 산출되는 지층이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룡 이빨 한 개의 발견으로 시작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산 하나를 옮기는 발굴을 거쳐 자신들의 이름을 붙인 3 마리의 새로운 공룡을 찾아냈다. 더 나아가 이들은 2000년에 공룡이 발견된 그 자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공룡박물관을 세웠다. 그들의 자연과학에 대한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경제 논리에 밀려 멀찌감치 뒤로 처져 있는 우리 국립자연사박물관 계획이 초라해 보일 뿐이다. 또한 지금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몇몇 공룡과 관련된 전시관에 무엇을 전시할 것인가? 전부 외국 공룡 일색으로 채워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 진정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때이다.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ㆍ지질학 박사/공룡학) |
첫댓글 용가리..
우리나라는 늙은땅 ㅋㅋㅋㅋ
오오, 그럼 쥬라기 월드컵도 우리나라에서 열렸겠네 ㅋㅋ
돌발이 ;;
오 저 장래희망이 고생물학자..+_+ 이융남 박사님이 쓰셨넴 ㅋ
심형래아저씨가 반가워할만한 기사..
ㄷㄷㄷ
뜬금없지만 그래서 우리나라 땅이 비옥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