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미에서 제2의 `체 게바라`로 영웅시되고 있는 멕시코 반군지도자 마르코스.
멕시코 원주민인 인디오의 권익 보호를 요구하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지도자 24명이 보름 동안 3000km에 걸친 평화대장정을 마치고 2001년 3월 11일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 도착했다. 마르코스 부사령관이 이끈 평화행렬이 광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기다리고 있던 약 20만명의 환영인파는 `마르코스`를 연호하며 비무장 평화행진의 성공을 축하했다.
이들의 평화행진에는 이탈리아 인권단체 회원 5백여명의 외국인들이 참가했으며 멕시코 정부는 수천명의 연방경찰과 군병력을 동원, 이들을 보호해 우려할 만한 사고는 없었다. 마르코스는 이날 열린 평화대행진 종료 선언 및 원주민 권익보장 촉구대회에서 원주민 권리보호를 주내용으로 하는 산안드레스 협정의 의회 비준, 반군의 근거지인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에서의 정부군 전면 철수, 수감중인 반군포로 및 동조자 전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중남미에서 제2의 `체 게바라`로 영웅시되고 있는 마르코스의 본명은 라파엘 세바스티안 기옌으로, 백인이다. 그는 멕시코 명문 국립자치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에 유학한 인텔리다. 부드럽고 하얀 손에 검은 복면,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상류층 스페인어와 영어, 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는 뛰어난 논리와 해박한 지식, 유머와 재치로 신비로움을 불러일으켜왔다. 부정부패에 신물이 난 멕시코 국민들은 실상이든 허상이든 그를 `현대판 로빈후드`로 여겨왔다.
그가 농민운동에 가담하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치아파스주 라칸돈 정글에서 사회활동을 하면서부터. 1983년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느꼈던 현실에 대한 갈등, 하층민에 대한 연민을 이기지 못해 산악지대로 올라갔다. 인디오의 권익을 주장하지만 어줍지 않은 정치 구호는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