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과일·生豆 섞어먹인 후 배설물서 나온 生豆로 제조
쓴맛 없어 高價에 팔려…고양이똥 '루왁 커피'보다 비싸
최근 라오스로 출장을 갔던 방송국 직원 최준성씨는 현지에서 희한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코끼리 배설물 속에서 찾아낸 커피 생두(生豆·볶기 전의 커피콩)로 만드는 이른바 '코끼리똥 커피'였다. 그 커피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라고도 불렸다.
태국·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코끼리똥 커피가 생산된다.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체리처럼 불그스름한 커피 열매를 사과·바나나·사탕수수 같은 과일과 섞어 코끼리에게 먹인다. 사흘쯤 지나면 코끼리가 변을 보는데, 커피 열매 일부가 변에 섞여 나온다. 변을 뒤져 커피 열매를 찾아낸 다음 껍질을 벗긴다. 그것을 물로 씻고 햇볕에 말려 볶으면 코끼리똥 커피 원두(原豆·볶은 커피콩)가 탄생한다.
코끼리가 먹은 커피 열매가 전부 배설물로 배출되지는 않는다. 2012년 10월 12일 CNN 보도에 따르면 원두 약 33㎏을 코끼리에게 먹이면 1㎏ 정도의 생두가 배설물로 회수된다. 태국에서 이 코끼리똥 커피 원두는 1㎏에 120만원(도매가 기준) 정도에 팔린다. 태국 등에 있는 일부 호텔에서는 코끼리똥 커피를 한 잔에 5만~10만원 받고 판다.
이 정도 값을 치르고 마실 만큼 맛있는 커피일까. 직접 마셔본 사람들은 코끼리똥 커피 맛이 꽤 좋았다고 했다. 최준성씨는 "쓴맛은 거의 없고, 부드럽고 달콤했다"고 말했다. 쓴맛이 나지 않는 것은 코끼리의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효소가 커피의 쓴맛을 내는 단백질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똥 커피를 개발한 캐나다인 사업가 블레이크 딘킨씨는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온 이른바 루왁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02년 에티오피아에서 루왁 커피 사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2003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SARS·중증급성 호흡 증후군)의 원인이 사향고양이였다고 밝혀져 사업을 접어야 했다. 대신 찾은 동물이 코끼리였다. 그는 약 9년 동안 연구한 끝에 태국 코끼리를 이용한 커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코끼리똥에 섞여 있던 커피를 마셔도 위생상 괜찮을까. 서울대 수의학과 채준석 교수는 "커피 생두는 표면에 얇은 막 같은 코팅이 돼 있어서 각종 물질이 잘 스며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오는 생두로 만든 루왁 커피는 오래전부터 판매됐다. '루왁 커피'라 불리는 이 커피의 도매가는 국제시장에서 원두 1㎏당 100만원 정도로 코끼리똥 커피보다는 싸다. 루왁 커피 한 잔은 한국의 호텔에서 약 7만원에 팔린다. 국내에서 코끼리똥 커피를 맛보기는 아직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