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제자랑하며 만들어 놓은 회색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면 水天一色(수천일색) -물과 하늘이 하나의 색-으로 山野同色(산야동색) -산과 들도 같은색-으로 하늘을 둘둘 말든 대지를 둘둘말든 그래 이끝과 저끝을 양손에 잡고서 쥐어 짜면 푸르고 푸른 물이 줄줄 흐르도록 여름의 신록이 짙게 물들어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 보며 이쁜 가을을 그려보니 丹楓(단풍)이 이를데 없이 아름답게 정상부터 물들이며 세속에 뛰어 내려올듯 싶습니다.
사람은 일이 바쁘면 쉬고자 하는 욕구가 고개를 들고 한가하면 左右顧眄(좌우고면) 무엇인가를 찾게 됩니다.
(한참인가?) 하면 기울기 시작하고 올라옴은 길게 느껴지지만 내려감은 그길이의 짧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먼데서 달려든 바람엔 물기가 한껏배여 비냄새가 가득합니다.
어느방향에서 다가서 어느 방향으로 돌아서는지 모르는 시간은 아무 색없이 다가섰다가 아무러한 모양도 보여주자 아니하고 痕跡(흔적)을 남김이 없이 다시 돌아 오는 법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공평한 신록에 계절은 사람의 먹거리 준비에 일조를 하고는 가을을 기다립니다. 아무러한 보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것이 흐림이던, 맑음이던, 바람불던, 춥던,.... 하루하루는 가만있는듯 하면서 한점 오차도 없이 다가섰다가 아무러한 흔적없이 돌아 섭니다.
그렇게 如如(여여)한 날이 열린지 반식경입니다.
0 시 기 가 님께 주어진 오늘이란 도화지에 아주 얘쁜 그림을 그리시옵소서 |
출처: 내 마음을 담는 그릇 원문보기 글쓴이: 김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