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예정대로 6시에 경기여고 앞에서 출발한다는
베드로님의 말에,
사실은 속으로 "어휴 그렇게 일찍 가서 뭐하나," 하며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아사무사한 기분으로
경기여고 앞에서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김동연 말세리노 회장님 부부, 킴스단장님 부부, 이승훈 요셉 부부,
탁이냐시오 부부, 권용관 베드로 부부, 최스 부단장님, 박미카엘,이승덕요한,박병규 마르첼로
이렇게 영광의 모후 단원,협조단원14명이 태안 봉사를 겸한 상반기 야외행사를 떠났다.
마르첼로님이 밤새 싸놓은 간식봉지와 김밥을 나누어 주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정신없어 잠이 덜깬것 같아
한,두개쯤 먹고 자려던 생각이 어느새 한줄을 다 먹어가는 걸 보니
김밥이 제법 맛이 있었나 보다.
회원들이 예상보다 많이 오지 않아 김밥이 많이 남아
걱정하던 마르첼로님은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 기우였음을 알았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경부고속도로도 쌩쌩,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해도
쌩쌩, 역시 고속도로는 달리는 맛이라니까....
고속도로로 여행하면서 그래도 휴게소 들리는 재미가 있어야 여행이지! 하는데
어느새 차는 행당도 오션파크 휴게소로 들어간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아직은 상큼한 휴게소 공기와 형형색색 나들이 옷을 입고 어디들을 가는진
모르지만 사람들을 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짐짓 여행자의 모드로 돌아가 서울을 떠나 온
해방감도 살짝 느껴본다.
다시 차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 서산에 도착, 고향이 서산인 최스 부단장님이 다니던
서산중학교 앞을 지나며 고향 자랑과 PR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리고는 우리 일행은 9시쯔음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 옆 봉사할 장소로 이동했다
길이 막히지 않아 9시30분경에 도착한다는 것보다 일찍 도착하니 준비가 덜 된듯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나누어 준 방제복을 입고, 장화를 신어도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차를 타고 우리가 봉사 할 바닷가로 가서 내려가도,
모래 사장은 옛날 그대로 맑고 고운 모래요,
바닷물은 푸르고 푸르러
언제 그런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평온한데....
썰물이 빠진 바닷가 바위들은 햇볕에 반질반질 빛나고 있고
하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갔다는 증거일텐데...
겉으로 봐서는 우리가 할일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늘의 미션은
양수기로 바닷물을 끌어들여서 양수기 관이 바위밑을 헤집어내면
타르 찌꺼기가 나오는데 바다로 떠내려가지 않게 얼른 흡착포로
흡착해내는 일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작업하기로 한 양수기가 말썽이 나
예정시간보다 더 늦게 작업을 시작했는데,
물이 닿는 갯고랑 근처의 자갈밭 속, 바위 옆을 비집고 헤치니
코를 찌르는 원유냄새와 기름이 샘솟듯 흘러나온다.
말로만 듣던 타르덩어리가 밑에 가라앉았있는 것이다. 우린 마치 금맥이라도 발견한 듯
집중적으로 파들어가 기름이 비칠때 마다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것은 이곳 주민들이 그동안 흘렸을 검은 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위 밑에 양수기를 대려고 자갈돌맹이를 들어내는 순간 조그만 집게가 소스라치게
놀라 빠른 옆걸음으로 도망간다. " 아! 그래 너 살아있었구나. 이런 환경속에서도
살아남아있음이 고맙고 또 고맙다" 검읏 검읏 기름 흔적에 알맹이가 채 생기지도 않은
굴 딱지를 보며 가슴 아픈 나를 너의 빠른 걸음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구나"
각자 나누어 준 흡착부직포로 열심히 기름덩이를 흡착하느라 앉았다, 일어났다,
말이 안 듣는 양수기를 펌프질 하랴, 새벽6시반에 먹은 김밥이 벌써 소화되고
우리 모두 시장기를 느꼈다.
이럴때 많이 남은 애물단지 김밥이 효자였음을 알며 모두 시원한 맥주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맛있게 김밥을 먹고 나머지 일을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부지런히 하고 1시경 쯤
일을 마쳤다.
아침 일찍 올 때만 해도, 방제복을 입었을 때만 해도,
바닷가에 나왔으면서도 실감을 못하던 우리가
바위 밑에서 나오는 타르찌꺼기를 보며 그날의 심각함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잠깐이나마 실제 일을 해보며,
풍광이 아름다워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앞바다가
원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현장에 와서 아름다운 자연을 회손한 우리 모두 자성을 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본다.
불과 3달 만에 100만여명이 넘게 다녀간 아름다운 손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태안 주민들의 까맣게 타들어간 마음도 함께 벗겨내기를 간절히
고대하며 바닷가를 떠났다.
우리의 봉사가 미흡하지만,
과연 우리는 태안 주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을까?
미래의 우리 자손들에게도?
의구심을 품고 돌아선 발길이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바다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 하고
또한 우리가 회를 팔아주면 지역경제 회복에 조금이나마
일조를 하는 것이라고, 회장님 사돈께서 예약해놓은
만리포 해수욕장을 바라보는 진짜 전라도집 이라는 횟집으로 이동했다
전복회, 아나고, 각종 스끼가 푸짐하고
광어회가 푸짐하게 나왔다. 허리통증으로 간신히 이동한 우리 단장님은
맛난 안주와 소주 한잔에 조금은 나아진 듯 하였다.
맛있는 회와 더불어 돌아가며 덕담하며 cheer's 하니 분위기 좋고~~. 맛도 좋고~~, 기분도 좋고~~
봉사는 쬐금 했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심리학에서 즐거운 일을 했을 때 나오는 엔돌핀이 최고로 나오는 것은
봉사를 통한 "Helper's high" 라고, 남을 도울 때 생기는 일종의 도취감.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봉사를 할 때 (기부 등등) 마음 속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
이를테면 똑같은 일이라도 댓가를 받고 하는 것 보다
봉사로 하고 나면 힘이 들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Anyway, 우리는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일반인을 출입이 되지 않아 단장님이 급조 회원증을 만들어 예약해 놓은
천리포 수목원으로 향했다.
사실, 난 평생회원증을 가진 친구 덕분에 늦가을에 한번, 5월초에 한번, 이렇게 두번은
다녀온 곳이었다.
천리포 수목원은 약 18만 평에 한국으로 귀화한 민병갈 이라는 분이
6.25 참전 용사(통역병)으로 와서 땅을 조금씩 사서 81세에 타계할 때까지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만들어 놓은 곳으로 15000여 수종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 500여종의 목련이 있는데 아쉽게도 이번엔 보지 못하고,
수목원 가이드(원예과 학생)여학생의 안내를 따라 수목원을 돌아보았다.
한여름이면 잎도 커지고 수도 많아져서 텐트처럼 된다는 릿사나무 밑에서
부부 커플들 한컷 찰칵!
특이하게도 뿌리가 땅위로 튀어나와있는 낙우송,
화려함을 뽐내는 공작 단풍나무,
잎의 색깔이 1년에 세번, 빨강 노랑,초록으로 변한다는 삼색참죽나무,
1년에 1m 씩 자란다는 곧게 뻗은 메타 세콰이어,
겨울에 관상가치가 있는 식물들이 있는 윈터가든, 후박나무, 호랑가시나무...
2년전 로스엔젤레스에서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보태니컬 가든이 문득 생각났다.
꽃과 나무와 길과 연못,
사람이 서로 자신의 모양새를 뽐내지 않고,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곳....
갖가지 목련은 보지 못해 아쉽지만
그렇게 천리포 수목원에서의 행복한 산책으로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아침새벽부터 오후 일정까지 행복한 마음으로 복기하는 듯 하였으나
눈은 어느새 스르르....
잠깐 눈을 부쳤나 했더니
우리를 실은 노란 버스는 서울을 향하여 어느새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허리가 아픈 중에도 단원들을 위해 이번 여정을 지휘하신 단장님 수고 많으셨고,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8.5. 25 남 봉희 마리아 (영광의 모후 권용관 베드로 협조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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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일 하셨네요^^
활동 소식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