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있는 선배가 학회에 너무 손 놓은 것 같아서" 손발제를 썼다고 합니다.
"귀찮겠지만 현문 카페에 올려줄 수 있겠어?"라고 해서.
"태클은 자유롭게 댓글로 달면, 나중에 읽어볼 기회가 닿으면 읽겠다고" 합니다. ("물론 귀찮아서 읽는 사람도 몇 안 되겠지만")
스캔을 떠야 하나 타이핑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스캐너가 없고 난 집이고 시험기간이고 해서 타자를 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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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 1차시 세미나
전경린, <천사는 여기 머문다> 손발제
08민석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런 소설을 싫어한다. 여류 작가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에 <여성성>이라는 화두를 안고 있는 소설로 읽혔는데, 급하게 한번 보고 느낀 것이라 이 느낌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뭐, 그런 것 때문에 싫어하는 건 아니고... 싫어하는 건 우울하고 무기력한 주인공과 어쩐지 이상하기만 한 주변 사람들 때문이다. 음습하면서도 열에 들뜬 분위기, 몸살난 상태에서 퀘퀘한 골방, 눅눅한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 기분이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선뜻 와닿지 않고 밝은 이야기를 해도 너무나 주인공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병적인 느낌.
제목부터 살피자면, '천사'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이며 왜 '머물'고만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모경>의 말을 보면 <인희>가 천사인 것 같다. '네 얼굴에 천사가 떠오르고 있어...'라고, 모경은 열락의 한가운데서 인희에게 속삭인다. 나는 이 말이 소름 돋도록 무섭게 느껴졌다. 점점 어긋나는 둘이 어긋나는 것을 잠시 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속삭였을까? 아니면, 그 순간만큼은 어떠한 의심도 필요 없기 때문에 인희가 완벽한 얼굴로 보였던 것일까. 어느것이든 모경은 그 순간에서만 인희를 '천사'로 느낀 것이라고 읽혔고 그것을 위해 계속 인희를 가두고 피로감이 어떻든 섹스에 집착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인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말이 읽고 나서는 막대한 피로감에 지친 천사가 어떤 궁지에서 더이상 어디론가 갈 힘조차 잃고 쓰러져 있는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매우 지친 느낌, 더 이상 악마를 물리칠 힘도 없이 악마가 하는 대로 그냥대버려두게 된 천사의 이미지는 과잉 해석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렇게 느껴졌다.(인희가 천사라면 모경이 악마겠지?)
생각해볼 거리를 참 잘 정했다. (1)우선, 한국은 선과 악이 끊임없이 대립하는 곳이라고 느껴졌다. 천사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곳. 피곤하고 우울하며 답답한 곳이다. 그러나 독일은 선도 악도 대립도 없는 도피처이다. 너무 먼 곳처럼 느껴진 것은, 결국 그곳이 자신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독일은 다만 잠시 도피해있을 수는 있지만 어딘가 겉돌게 되고 마음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2)모경과의 생활이 자신의 진짜 삶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모경이 인희를 피곤하게 한 사람이긴 했지만 인희는 그 때 가장 열심이었고(말이 좀 이상하지만...) 자신의 삶이 집약되어 있었다고 느낀 것 같다. 그래서 그 삶을 떠나 있는 채로는 공허감이 느껴지고 반지가 없으면 허무함을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머리가 아파서 짧게...하려고 했는데 잘 못 설명하겠다. 일단 평범한 사람이라고 본다. 인희보다는 모경이 더 인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모경이 없었다면 인희는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았겠지.
(4)모경을 떠난 인희가 이제 더 이상 천사가 아니고 천사일 수도없다는 말일까? 이제 인희는 독일에서 하인리히와 같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 것이니까. 더 이상 피곤하지도, 악마도 없겠지만 인희의 얼굴에 천사가 떠오를 일도 없을 것이다. 반지는 천사로서 인희가 지녔던 상징으로서의 약할이 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희는 이제 (아마도) 반지를 안 끼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5)는 제목 이야기에서 썼으니 생략. (6)은 소설과 무관하니 또 생략. 세미나를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늦게나마 발제라고 써서 보낸다. 현문 카페에서 다음에 세미나록도 한 번 보겠지만 발제를 보면 어쩐지 너무 급하게 읽고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내기들이 발제는 더 엉성하고 틀도 없게 쓴 것 같지만 내용은 오히려 -아직 틀 없이 생각해서 그런지- 좋은 부분도 많았고 재미있었다. 앞으로 또 세미나 커리를 순서대로 읽고 발제도 되는 대로 써서 보내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질은 좀 떨어지겠지ㅠㅠ) 끝까지 초심을 잃지 말고 잘 해보렴. 발제 발로 써 놓고잔소리가 길었다. 맺을게.
2010. 6. 6(일)
현문즈에게, 부산 선배가.
덧. 현문집!!!!!
덧2. 올해 현문집 만들긴 할까..? 걱정이다........................
덧3. 봄 소식은 없나? 겨울이 길구나....
덧4. 아... 발제로는 설명하기 힘든 건 말로 해야 하는데!!! 세미나 재밌었겠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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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스캐너를 이용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꽤 기네..
오타가 중간중간 있을 것 같은데, 용서하세요. 저 사실 타자도 느리고 엉성해요.
집근처에 피자스쿨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6000원짜리 포테이토 피자를 사먹었습니다. 굳.
안암에서 해도 잘 될 텐데, 누가 창업하면 좋겠네요.
그럼, 안녕!
첫댓글 안암에도 피자스쿨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구마피자 또한 맛이 좋지요.
그러나 저는 피자스쿨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군대발제라니.. 위엄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