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전 시인의 시조 「시루」는 현대 사회의 혼란 속에서 인내와 기다림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삭막한 세상에서 불평과 불만을 일삼는 인간의 모습을 간결한 시어로 포착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결실을 맺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서정적 정서는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을 성찰하게 하고, ‘시루’라는 기물을 삶의 중요한 상징으로 승화시킨다. 초장에서 시인은 ‘삭막한 세상’이라는 구절로 현대인의 고단하고 메마른 삶을 드러낸다. ‘타박하고’라는 표현은 서로를 비난하는 사회적 갈등을 상징하며, 공동체적 연대감이 사라진 현실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이 시조는 간결한 표현 속에 현대적 문제를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중장에서는 “내일을 볼 수 없다”는 표현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을 상징한다. 인간이 서로에게 불평을 쏟아내는 모습은 공동체 내에서의 좌절과 무기력을 나타내며, 시인은 이를 통해 현대적 삶의 불안과 모순을 비판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종장에서 시인은 반전을 꾀하며, “말없이 뜸 들여 익는 넉넉함”이라는 구절로 인내와 기다림의 미덕을 강조한다. 여기서 ‘시루’는 단순한 기물이 아니라 삶의 과정과 결실을 상징하는 은유로 사용된다. 뜸을 들여 익히는 과정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실을 맺는 삶의 비유로 읽힌다. 시인은 이를 통해 시간의 지혜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을 제안한다. 시루라는 구체적인 기물을 통해 객관적 상관물의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독자에게 인내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 시조는 전통적인 형식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문제의식을 담아내어,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시킨다. 시루의 상징성을 통해 시간의 중요성과 자연의 순리를 성찰하게 하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보편적 진리로 작용한다. 다만, 작품의 상징적 의미와 철학적 메시지가 다소 추상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독자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 예컨대 ‘삭막한 세상’과 ‘내일을 볼 수 없다’는 표현은 현대 사회의 불안을 함축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 상황에 대한 묘사는 부족하다. 현대인의 불안과 갈등을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했다면, 독자는 시적 정서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시의 전개가 다소 단순하게 흐르는 점도 아쉽다. 초장부터 종장까지의 전개 과정이 비교적 예측 가능하고, 갈등의 해결이 너무 쉽게 제시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다. 시적 구조 내에서 더 깊은 반전을 시도하거나, 불안과 고통을 더욱 심화시킨 뒤에 결말을 제시했다면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첫댓글 좋은 작품에 좋은 평설로 배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