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8(월)
카라반 여행이라고 꼭 산이나 바다로 가야 하나. 이번에는 서울로 카라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사실은 부정맥 때문에 병원에 가는 길이지만 기왕이면 카라반 여행이 훨씬 땟깔이 좋지 않은가. 돌아오는 길은 강원도로 돌아 6박 7일로 넉넉히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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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을 출발하면서 점검하니
요숙이 어머나~ 한다. 대구 집 냉장고에 미송의 약을 두고 왔단다. 할 수 없이 대구를 거쳐서 서울로 가기로 했다.
다시 대구에서 출발하면서 점검하니
요숙이 옴마... 포항집 냉장고에 일주일 묵을 김치를 두고 왔단다.
담부터는 냉장고를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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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캠핑장을 물색한다.
역시 복잡한 서울에도 행선지 1시간 거리 내에 캠핑장이 여럿 있다.
강동구 가족캠핑장을 2박3일 예약했다. 전기 포함 21,000원이니 호텔의 10%다. 조쿠나.
저녁 먹고 설겆이하고 차 한잔 한다.
요숙의 자세 보소. 예전의 유라시아 횡단 때 보다 신분이 마이 상승했어예.
멀리 있던 아들도 찾아와 덕분에 고기 묵었다. (우리 나이에는 채식이란다... 요숙아 요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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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았던 병원을 탈출하니 경춘가도가 션하다.
춘천에는 <봄.봄>으로 알려진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로 시작하는
김유정의 세상 떠나기 11일 전 친구에게 쓴 편지에는 생명에 대한 절절함이 있었다.
스물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불과 2년 동안에 서른 편의 작품을 썼다니 그의 비범함과 그가 겪었을 우울한 시간이 함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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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양구, 인제를 지나 백담사와 용대리의 황태덕장을 지난다.
강원도는 아직 겨울이다.
미시령은 눈으로 통제되어 진부령을 넘어 고성으로 간다. 통일전망대를 가고 싶어서다.
꼬부랑 길을 이리저리 넘어 동해가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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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제일 큰 과제는 숙소를 찾는 일이다. 요게 또 문제다.
겨울의 고성에는 당연히 캠핑장이 휴업이다. 그런데다가 숙박할 수 있는 해수욕장의 넓은 주차장에는 캠핑카, 카라반 금지라고 현수막이 떡 붙어있다.
카라반은 물도 있고 전기도 있으니 어디든 캠핑이 가능하다. 그러나 요숙의 숙소는 무조건 캠핑장이다. 을이 우야겠노 어이 참.
내일 행선지와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무려 30km를 달려 우리 외는 주인도 없는 캠핑장에 도착한다. 요숙이 담장도 없이 오픈되어 있는 캠핑장에서 그것도 인터넷을 검색해서 주인에게 요금을 이체한다... 세상에나... 요숙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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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억울한 30km(왕복 합이 60km)를 또 다시 달려 찾아간 통일전망대.
비가 와서 잘 안보이지만 아래 사진의 중앙에 보이는 조그만 섬이 북한과의 국경이고 왼쪽에 겨우 보이는 산이 금강산이다. 단 한 채의 집도 보이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렇지만 생소하기도 하였다.
같은 구역안에 있는 DMZ박물관도 들렀다. 휴전선에서 남, 북이 각각 2km씩 군을 배치하지 않기로 한 비무장지대가 DMZ(Demilitarized Zone)란다.
총성은 멎었지만, 비무장지대는 지금까지도 어둠의 땅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울 수 없는 아픈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그날의 아픔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__ 역사의 땅,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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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을 돌아보면 중고등 학창시절은 내게 어두운 시기였다. 덕분에 나는 수학여행의 추억이 없다. 그래서 수학여행 코스였던 설악산. 낙산사. 의상대. 이런 지명에 로망이 있다.
그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며 낙산사 경내를 한바퀴 돌았다. 빽빽하게 소원을 적은 수많은 소원지에서 각자의 아우성이 들린다. 겨울 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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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추천한 강릉의 테라로사.
커피를 한 모금하니 사랑 마크가 입으로 쏙 들어온다. 호호 간지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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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3.13(토)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오늘이 음력 이월 초하루. 원래 한해의 논밭 경작을 처음 시작하는 <머슴의 날>이다. 그래서 내가 요래 바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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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는 고속도로도 있고 7번 국도도 있지만 길을 잘 만들어 효율성은 높지만 낭만이 없다.
그러니 여행자에게는 옛 국도가 딱이다.
훨씬 인간적인 이 길로 아주 천천히 내려가 정동진을 지난다.
그렇게
삼척, 죽변을 지나 포항으로 돌아왔다.
단 일주일이지만 유라시아 여행을 되새김하는 달콤한 시간의 조각이었다.
첫댓글 ㅎㅎ 그러길래 요숙이지요. 요조숙녀 ㅎㅎ
신분상승 확실히 느낍니다.
그라고
네 발달린 짐승이나 네 발달린 차나
서는 곳이 곧 잠자리니라~~
그곳이 곧 최고의 명당이라.
마~~ 캠핑장 찾지말고 엔진 끄는 곳에서
동쪽으로 베게 놓고 그곳에서 주무시면
최고의 명당입니다.
달콤한 고생 느끼면서 잘 다녀오셨네요
캠핑카는 "엔진 정지시키는 곳이 바로 너의 자리니라~~"
잘 읽고 갑니다~♡♡♡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멋진 기사의 호위를 받는 멋진 요숙 여왕님의 도도하신 사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