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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10
S#1. 복 도.
급하게 달려오는 채린과 기풍.
지나가던 복규, 고개를 숙여 절을 한다.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고 씨익 웃는 복규.
S#2. 사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채린과 기풍.
충선,재순 걱정스러운 얼굴로 맞는다.
채린 : 임시주주총회 공고라니, 무슨 소리죠?
충선 : (신문 공고란 보여준다)
채린 : 총회 소집자.. 나라신용금고라면..
충선 : (끄덕) 신우그룹 계열 회사입니다.
기풍 : ...
채린 : (아찔하다) 주식 변동엔 아무 변화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임시주총을 연다는 건..
기풍 : 전쟁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다는 거겠지!
채린 : ...!
S#3. 부사장실.
신문을 탕하고 탁자에 놓고 만족한 듯 씨익 웃더니,
미라 : 송채린은?
복규 : 장기풍이란 놈이랑 지금 마악 사장실로 들어갔습니다.
미라 : 장기풍? (흐흥 웃고) 지까짓 사채업자가 나서봤자지.
복규 : 부사장님. 병원에 연락해 놓을까요?
미라 : (무슨 소리야? 보면)
복규 : 쟁쟁하던 지 아버지도 못견디고 자살했는데, 송채린이 그 새파란 핏덩어리가 안 미치고 배기겠습니까?
미라 : 미쳐야지. 서서히 미쳐가는 꼴을 봐야지. (흐흥)
S#4. 신우그룹 전경.
최회장E : 임시주총 공고기간이 6주던가?
S#5. 최회장 집무실
신팀장 : 예. 회장님.
최회장 : 지금쯤 삼송은 벌집 쑤셔놓은 것 같겠구먼. 허허.
신팀장 : (덩달아 미소 짓지만)
승우 : (어두워진다)
최회장 : 안색이 안 좋구나.
승우 : 괜찮습니다. 밤샘 작업을 했더니 피곤해서 그런 모양입니다.
최회장 : (끄덕끄덕) 어제 만난 그 아가씨는 어떻드냐? 맘에 들더냐?
승우 : (굳어져서) 할 얘기 없습니다.
최회장 : (물끄러미 보다가) 가봐라.
승우, 신팀장 일어나 인사하고 나가면.
최회장 : 신팀장 잠깐 나 좀 보세.
승우 나가고, 신팀장 선다.
최회장 : 요즘 저 친구 어떤가?
신팀장 : 뭐가.. 말씀이십니까, 회장님.
최회장 : 송채린이랑은 안 만나느냔 말이야.
신팀장 : 그런 거 같지는 않습니다.
최회장 : 아주 끝난건가?
신팀장 : (망설이다가)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님.
최회장 : 쉽지 않겠지. 저 놈 고집에 쉽게 잊혀지진 않을게야.
S#6. 승우 집무실.
자리에 털썩 앉는 승우. 피곤하다. 채린 사진을 물끄러미 본다.
S#7. 사 장 실
채린 : 우리가 보유한 주식이 정확히 몇 프로죠?
충선 : 사장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24%와 양부사장의 20% 그리고 우리 사주 3% 도합 47%입니다.
채린 : 50%가 넘으면 인수합병을 저지하는데 아무 문제 없죠.
충선 : 물론입니다.
채린 : 주식 매집하세요!
충선 : 그게.. 어렵습니다.
채린 : 왜요? 한별은행에서 받은 신규여신도 있잖아요.
충선 : 지금 백화점 주식이 한주당 만오천원선입니다. 적어도 4%는 더 필요한데, 주식수로 따지면 40만주 이상.
현금으로 70억이 넘는 돈입니다. 그만한 자금이 안됩니다. 사장님.
채린 : (절망스럽다, 머리 짚고 있다가) 백화점 고문 변호사가 누구죠? 그 분은 이 쪽에 전문가니까 뭔가 방법이 있을 거 아니예요?
충선 : 이쪽 분야가 아니라서, 도움이 안되실 겁니다.
채린 : (갑갑하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예요. 방법이..
기풍 : (그런 채린을 안쓰럽게 보다가 일어선다)
S#8. 백부자 집.
주총 공고문을 보고 있는 백부자.
기풍 : 4%만 있으면 된 대. 할마이가 삼송 주식 4%만 사줘.
부자 : (물끄러미 본다)
기풍 : 내가 백화점 살아나서, 백억 받으면 그때 갚을께. 엉?
뒤에서 들리는.
삼부E : 멍청한 간나~ 그런다고 백화점을 지킬 수 있을거 같네?
돌아보면, 서 있는 삼부 옆에 팔짱을 끼고 새초롬하게 서 있는 찬비.
기풍 : 어, 할배~ 할배가 왜 여깄어?
삼부 : (지팡이 치켜들면)
기풍 : (마지못해 일어난다)
삼부 : (앉고)
기풍 : (엉덩이 들고 큰 절하고) 할배, 기체후 일향 만강 하셨습니까?
찬비 : 오냐~
기풍 : 저게 죽을려구 까불고 있어~
삼부 : (머리통 내려치며) 죽을 지 모르고 까부는 놈은 바로 니 놈이야. 이 간나야~
기풍 : (머리통 비비며) 내가 뭘 어쨌다고 때려?
삼부 : (혀 끌끌 찬다) 여지껏 헛공부 했구만. (부자 보며) 인제 얘기해 줄 때도 되지 않았네?
부자 : (후우~ 한숨을 쉬더니, 끄덕끄덕)
기풍 : 무슨.. 얘긴데?
삼부 : 부자가 삼송백화점 3대주주 였던 건 알고 있디?
기풍 : (뭔가 있어 보인다, 끄덕끄덕)
삼부 : 양미라가 송채린이 애빌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도?
S#9. 거리. 밤
걸어오고 있는 기풍의 얼굴위로..
부자E : 나는 그 싸움질이 싫어서 중립선언을 하고 일찌감치 물러나 있었어. 어느 날, 미라 그 요망한게 날 찾아 왔었드랬지.
S#10. 백부자 거실.
부자 : 전쟁이 모두 끝났다고, 자기가 잘못 생각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눈물 콧물 다 빼면서 사죄를 하더구나.
동업필망이라고, 오래 있을 일 아니다 싶어, 증권사 통해서 주식을 팔아 넘겼는데, 그걸 양미라가 채어간 것이야.
그거이 송채린이 애비한테는 결정타였고.. 무리해서 어음을 돌려, 주식 매집에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부도를 맞게 된거지.
기풍 : 그럼, 할배가 나한테 준 주식도..
삼부 : (끄덕끄덕) 도와주려고 받아 준 어음인데, 그것 때문에 엄한 목숨이 날아간게야.
기풍 : (채린의 가족사가 안됐다..문득) 그럼 이번 신우그룹이랑도..
부자 : (한숨처럼) 좀 더 두고 보면 알겠지.
S#11. 기풍집 앞.
부자E : 다시 얘기하지만, 허튼 동정심 부릴 생각 마라. 그건 송채린을 돕는게 아니라, 죽이는 길이야.
불켜진 창문을 올려다 보는 기풍.
S#12. 채린 방.
열심히 책을 보고 있는 채린. M&A에 관련된 책들이다.
기풍 : (휙 들추며, 비웃음) 이거 본다고 알어?
채린 : (빼앗는다)
기풍 : 내가 변호사 하나 소개 시켜줘?
채린 : (반갑다) 아는 사람 있어?
기풍 : 프란시스 오라고, 미국변호사 분이신데, M&A 분야라면, 한 통밥 하시는 분이 계시지.
채린 : ....
기풍 : 근데 그 인간이 좀 비싸거든~
채린 : (경멸스럽다) 내 장부에 달아 둬.
기풍 : 뭐어? 당신 지금 빚이 얼만지 알기나 해?
채린 : 알어. 갚을꺼야. 갚을거니까, 장부에 올려, 올리고,. 이제 좀 비켜줄래? 나 지금 바쁘거든?
기풍 : (흉내내며) 올려~ 올리고~ 하여튼지 요즘은 빌려준 놈이 엎드려서 빌어야 된다니까~
채린 : (책만 본다)
물끄러미 채린을 보는 기풍. 애쓰는 채린이 안쓰럽다.
S#13. 사장실. 낮
명함을 내밀며,
달평 : 프란시스 옵니다.
채린 : (명함 받으며) 아, 기풍씨가 소개한..
충선 : (손 내밀며) 기획부장 김충선입니다.
달평 : (무시하고, 채린에게 소파 가리키며) 앉으시죠?
채린 : 아, 네..
충선 : (입 내밀며 앉는다)
(경과)
달평 : (공고문 내려놓으며) 프록시 파이틉니다.
채린 : 프록시 파이트라면..
달평 : 위임장 대결이죠. 주주들 의결권을 위임받아서,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고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겁니다.
채린 : 그럼..
달평 : 주주들에게서 누가 위임장을 많이 받아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거죠.
S#14. 부사장실.
세나, 보고를 마친 모양이다
미라 : 제법이군. 위임장 대결인 것도 알아내고.. 신우에 연락해!
복규 : 예, 사장님.
미라 : 어디 맘껏 뛰어 다녀 보라지~
S#15. 한별 은행 본점 앞.
원부장E : 미안하게 됐습니다.
S#16. 한별은행 여신부장실.
원부장과 마주앉아 있는 채린.
채린 : (답답하다) 그럼, 저희한테 신규여신까지 제공해 주신 이유는 뭡니까?
원부장 : 송사장님이 제시한 자구대책안은 훌륭했습니다.
채린 : 그런데 왜 이제와서 위임장은..
원부장 : (O.L) 솔직히 말씀 드리죠. 우리가 보기엔 경험이 부족한 송사장 보단, 탄탄한 신우그룹이 더 믿음이 간다는 얘기죠.
양해해 주십시오.
채린 : 부장님..
원부장 : (귀찮은 표정이다) 임원회의에서 결정이 난 일입니다.
채린 : 그럼, 행장님 좀 만나게 해 주세요. 제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자리만 마련해 주시면..
원부장 : (일어서며)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차는 천천히 들고 가십시오. (나간다)
채린 : 부장님..
S#17. 한별은행 접견실.
원부장 : (털썩 앉으며) 어휴~ 어찌나 끈질기게 달라붙는지, 아주 진땀 흘렸습니다.
신팀장 : 수고 하셨습니다.
원부장 : 삼송 인수하게 되면, 가장 먼저 저희 부채부터 상환해준다는 조건, 잊지 마십시오.
신팀장 : 물론입니다.
S#18. 투자신탁 회사 사무실.
무릎까지 꿇고, 직원의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있는 충선.
충선 : 오부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예?
직원 : 아, 글쎄.. 우리 손 떠난 지, 오래라고 말씀 드렸잖습니까? 그만 돌아가세요.
충선 : 부장니임~
직원 : 하~ 이 사람 증말~ (매몰차게 뿌리치고 나간다)
S#19. 제일 투신 앞.
고개를 숙인 채 걸어나오는 채린 위로,
투신직원E : 신우그룹 최실장이랑 약혼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차라리 합병을 하시지 그러세요?
괜히 아버님처럼 난처한 일 만들지 마시구요. 아,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 아닙니까?
굳은 얼굴로 건물을 보고 돌아선다.
S#20. 승우 집무실.
신팀장 : (털썩 앉으며) 기관투자자들은 다 만나고 다니는 모양이야. 그래 봤자 헛걸음이지만...
승우 : (채린의 고생이 보이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보고 끝났으면 나가 줘.
신팀장 : 응? 아, 알았다.
채린 사진을 애처럽게 보다가, 핸드폰 버튼 누르면, 채린 이름이 뜬다.
망설이다가 플립 닫는다.
승우E : 이제 금방 끝나~ 채린아.. 많이.. 고통스럽겠지만.. 조금만 참아.. 조그만..
S#21. 백화점 앞.
지친 얼굴로 걸어오는 채린. 핸드폰 울린다.
채린 : (무거운 목소리로) 여보세요.
영숙E : 채린이니? 엄마야~
채린 : (힘없다) 왜, 전화했어?
영숙E : 너 어떡할꺼야?
채린 : 뭘?
영숙E : 뭐라니? 최서방이랑 결혼문제 말이지.
채린 : 엄마! 그 사람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지 알기나 해!
S#22. 영숙 집.
엄마 : 무슨 짓을 했건 최서방 원망할 필요없어. 다 니가 잘못한거야.
채린E : 신우에서 우리 백화점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어!
엄마 : 니가 미적미적 하니까 최서방이 서두르는 모양이지? 어차피 합칠건데 잘 됐잖니.
최서방이 나서주는 거니까 밖에서 보기에도 좋구.
S#23. 백화점 앞.
채린 : (눈 벌개지며) 엄마, 제발 이러지 좀 마. 엄마까지 이럼 난 어쩌란 말야~ (눈물 핑글 도는데)
영숙E : 어쩌긴 뭘 어째? 딴 소리 말고. 장기풍인지 뭔지 하는 놈 집에서 빨랑 나오기나 해!
채린 : (눈 질끈 감으며) 끊어, 엄마.
영숙E : 채린아~ 채린아?
채린 : (핸드폰 닫고, 벽에 기댄다)
S#24. 사장실.
침묵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
채린 : (부러 밝게) 주주총회까진 4주나 남았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충선 : (눈치 보는데)
채린 : 오변호사님.. (방법이 없나요?)
달평 : 지금 상태로라면, 백화점은 넘어갔다고 봐야 됩니다.
채린 : (절망스러운데)
달평 : 다만, 한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채린 : 뭐죠?
달평 :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채린 : 그럼.. 누가?
달평 : 장기풍씹니다.
충선 : 예? 그 사채업자가 뭘 결정한다는 겁니까?
달평 : 백화점을 방어하느냐, 마느냐.. 그걸 결정한다는 거죠.
채린 : ....?
S#25. 인형 뽑기 기계 앞.
기이잉~ 손이 뻗쳐져, 인형을 잡는다.
부자 : (흥분해서) 자, 잡았다. 잡았어~ (아이 같다)
삼부 : 가만 있어 보라~
천천히 버튼을 작동시키는 삼부.
인형이 무사히 빠져 나오면, 꺼내서, 자랑스럽게 부자에게 건네는 삼부.
기풍, 찬비 어이없게 쳐다보는데.
기풍 : (부아치민다) 미치갔구만. 할배, 지금 제정신이야?
삼부 : 왜, 샘나네? 너도 뽑아보라마.
기풍 : 무슨 대단한 방법이라도 알려줄 것처럼 굴더니, 허구헌 날 이게 뭐냐구?! 인형공장 차릴꺼냐구?
삼부 : (혀 끌끌차며) 아직도 모르겠네?
기풍 : 뭘?
삼부 : 내가 너 같은 허랑방탕한 놈한테 왜 백억짜리 어음을 줬겠네?
기풍 : ...?
부자 : 우리 손은 오래 전에 떠났어. 이젠 너희들 시대야. 지키든, 빼앗기든, 다 너희들 손에 달린 게야.
기풍 : (갑갑한데)
삼부 : (스티커 사진점 가리키며) 부자야. 우리 저기 가서 사진 한방 박아볼까?
부자 : 것도 재밌갔구만. 가자우. (간다)
기풍, 속이 터질 지경인데..
찬비 : (쓰윽 나서며) 그래, 이제 우리 시대야. 오빠.
기풍 : 넌 또 뭔 소리야?
찬비 : 함니한테 뒤질 수 없잖아. 저러다가 두 분이 결혼한다고 나서면 어떡해? 그럼 우린 꼼짝없이 남매지간이 되는 거라구!
기풍 : (어이없다)
찬비 : 우리가 선수를 쳐야 돼. 우리 결혼 신고부터 먼저 할까?
기풍 : 증말 돌아버리겠구만. (휙 가는데)
찬비 : 어디가아?
기풍 : 할마이 나 찾으면, 백화점 갔다고 그래!
찬비 : (삐죽대고) 입만 열었다하면 백화점,백화점.. 누가 그 속 모를 줄 알구? (표독스러워 진다)
S#26. 부사장실
미라 : (연설문을 읽으며 왔다갔다) 친애하는 삼송 백화점 가족 여러분. 새로 대표이사에 선임된 양미랍니다.
본인이, 이 자리에 서기 까지..
엇갈리는 복규가 신경쓰인다.
미라 : 본인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버럭) 왜 자꾸 오락가락해?
복규 : (깜짝 놀라더니) 예? 아, 예. 아무래도 불안해서요.
미라 : 뭐가 불안해?
복규 : 아, 저것들이 며칠째 꼼짝않고 있잖습니까? 또 무슨 흉계를 꾸미려는게 아닐까요? 지렁이도 밟으면...
미라 : 그깟 지렁이들 떼거지로 모이라고 해.
복규 : (정색하며) 지렁이라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부사장님.
미라 : (무슨 소리야) ..?
복규 : 후백제를 세운 견훤이도 지렁이의 후손이잖습니까? 지렁이도 떼거지로 뭉치면, 나라를 세운다는 거 아닙니까?
미라 : (한심하게 보면) 그래서?
복규 : 그래서라뇨? (비장하게) 인간 레이더! 심복규. 지렁이들의 음모에 소금을 쫙쫙 뿌리고 오겠습니다.
S#27. 사장실
달평 : 부채도 자산의 일종이라는 건 알고 계시죠?
채린 : (끄덕)
달평 : 장기풍씨의 채무액이 백억이잖습니까?
채린 : 예.
달평 : 그 백억을 사모사채로 전환하는 겁니다.
충선 : 사모사채로 전환하면..?
달평 : 쉽게 말하면, 주식에 물타기를 하는 겁니다.
채린 : 물타기요?
달평 : (끄덕) 장사장의 100억 부채를 일단 사모사채로 전환해서, 주식으로 돌려 버리는 겁니다.
그럼, 현재 백화점의 자본금이 520억에서 620억이 되고, 지분의 10%. 약 백사만주 정도가 더 늘어나는 거죠.
그럼, 경영권 방어는 디 엔드..라 이겁니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사람들.
S#28. 사장실 밖.
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는 세나와 복규.
복규 : (낮게) 사모사채가 뭐야?
세나 : (낮게) 그거 알면 내가 여기 있겠어요?
복규 : 짜식들! 상당히 어려운 말을 쓰는데.. (다시 귀 대는데)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기풍. 두 사람 뒷 모습을 보고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같이 옆에 귀를 댄다.
세나, 눈치 채고 재빨리 떨어지는데..
기풍, 조용히 하라는 시늉 한다.
세나, 고개 끄덕이고
기풍, 손가락 세워서, 뻐억 똥침을 놓는데..
복규, 허걱~ 엉덩이를 붙잡으며, 바닥에 쭈그려 앉는다.
기풍 : (손끝을 복규 옷에 닦으며) 도청, 불법감시는 형사처벌감이야. 이 정도로 끝낸 걸 다행으로 알아~
(하면서 세나에게 눈을 찡긋한다)
어설프게 웃는 세나.
복규, 엉덩이를 버둥거리며 부사장실쪽으로 사라지면,
스윽 보는 기풍.
S#29. 사장실
문 열고 들어오는 기풍.
채린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 기대감에 찬 눈으로 기풍을 본다.
기풍 : (불안해진다) 왜, 왜들 그렇게 보는 건데?
S#30. 부사장실.
복규 : (고통스럽다) 부사장님. 장기풍이란 놈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코피 터뜨리는 것도 부족해서, 이젠.. (엉덩이 소파에 걸치다가 신음 내는데)
미라 : 사모사채로 전환하시겠다?
복규 : 그,그게 뭡니까? 부사장님.
미라 : 유상증자의 일종인 셈이지. 빚을 자산으로 돌려 버리겠다. 이건데.. 송채린 이 여우같은 기집애, 잔 머리를 굴린다 이거지?
복규 : (힘들게) 고,공일일에요. 사,사사구에..
미라 : (찡그리며) 관 둬!
S#31. 레스토랑. 밤
마주앉아 있는 승우와 미라. 찻잔 내려놓으며..
승우 : 유상증자요? 현재 삼송입장에선 불가능한 일일텐데.. 도대체 누가..
미라 : 벌써 잊으셨나 보군요. 채린이한텐 장기풍이란 남자가 있지 않나요?
승우 : .. (굳는다)
S#32. 승우 집무실. 밤
겉옷을 벗어, 내동댕이 치는 승우. 넥타이를 거칠게 푼다.
창 밖을 보며, 숨을 고르는데.
미라E : 채린이한테 그런 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S#33. 승우 회상.
채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기풍.
눈을 감은 채린의 표정위로.
미라E : 백화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만 같더군요. 장기풍이 원한다면, 뭐든지..
S#34. 동 승우 집무실. 밤
콰앙 유리를 치는 승우의 모습 반사되어 보인다. 부들부들 떨리며,
승우 : 장기풍.. (이를 악문다)
S#35. 기풍집 . 밤
기풍 : (몸을 확 돌리며) 왜 나만 갖구 난리야! 빚쟁이가 어디 나 하나야? 하고 많은 빚쟁이 중에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러냐고! 엉?
채린 : 당신 밖에 없으니까..
기풍 : 뭐?
채린 : 지금 날 도와줄 사람은 당신 밖에 없으니까, 기풍씨.. 부탁이야~ 제발..
기풍 : (마음 약해지지만) 대체 나한테 어쩌라는 거야?
채린 : 말했잖아. 당신이 가진 채권, 주식으로 바꿔가지라구.
기풍 : 뭘 믿구? 당신 뭘 믿구 주식으로 바꾸냐구!
채린 : 아직도.. 날 못 믿어?
기풍 : 그래 못 믿어!
채린 : (슬프다) 어떻게 하면 믿겠니? 어떻게 하면, 당신이 날 믿을 수.. 있겠어?
기풍 : (쳐다본다)
채린 : (안타깝게 보며) 당신 노예라도 될까? 당신 발에 입이라도 맞추면.. 믿어 주겠어?
기풍 : (어이없다) 야, 웃기지도 않는.. (뚝)
채린 : (무릎 꿇는다)
기풍 : 야, 지금 뭐하는 거야!
채린 : 할께. 입 맞추라면 맞출께..
채린, 덜덜 떨리는 얼굴로. 기풍, 발에 입을 맞추려는데..
기풍, 채린을 와락 끌어 올린다. 이글이글 채린을 노려보는 기풍.
채린, 슬픈 눈으로 보면, 쫘악 따귀를 갈기는 기풍.
기풍 : 구걸할 생각이면 딴데 가서 해! 내가 아는 송채린은 이런 짓 안 해! (휙 나가는데)
채린 : 그래.. 구걸이라도 하고 싶었어.. 당신한테 구걸이라도 해서.. 백화점.. 지키고 싶었어.
그렇게 해서라도.. 백화점 지킬 수 있다면.. 당신한테 내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었어..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흐느낀다)
애처로움에 당장 껴안아라도 주고 싶지만, 이를 악무는 기풍.
기풍 : (낮고, 침착하게) 이봐. 송채린. 당신이 진짜 사업가라면..물러터진 소리 그만 때려치우고, 당당하게 나한테 거래를 요구해.
(나가 버린다)
S#36.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담배를 무는 기풍. 후우~ 연기를 내뿜는다.
기풍의 뒷모습 위로.
기풍E : 어쩌다 우린, 이런 사이로 만났어야 되니.. 다르게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다르게도..
돌아보는 기풍의 눈에, 눈물이 얼핏 어린다.
S#37. 채린 방.
침대에 옹두마니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는 채린. 결심한 듯, 천천히 일어선다.
S#38. 동 옥상. 새벽.
어슴프레 밝아지는 새벽.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기풍 뒤로 채린이 걸어온다.
기풍, 눈치채지만.. 여전히 그 자세로.
채린 : 밤새 생각했어.. 장기풍씨. 이제 끝내!
기풍 : (뜨끔하지만, 여전히 그 자세로)
채린 : 당신이랑 나. 채무자와 채권자로 만나는 거, 이제 끝내자구.
기풍 : ....
채린 : (조금 더 당당해지며) 이젠. 당신을 사업 파트너로 만나고 싶어.
기풍 : ....
채린 : 이게 내가 제시하는 조건이야. 생각해보고.. 대답해줘. (돌아 간다)
묵묵히 앉아 있던 기풍.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른다.
(F.O)
S#39. 승우 집무실. 낮
승우 : 삼송이 백억을 사모사채로 전환하면, 우리가 매집해야 할 주식수가 얼마가 더 느는 거지?
신팀장 : 삼송이 유상증자를 받았단 말야?
승우 : (끄덕)
신팀장 : 누가 그런 무모한 짓을...
승우 : (무겁게) 그런 놈이 있어. 삼송지분 변동사항이 얼마나 생기는 지 파악해서 보고해 줘.
신팀장 : 알았다.
승우 : (얼굴 표정이 굳고)
S#40. 사장실.
비장한 표정의 채린.
채린 :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한주라도 더 우리쪽으로 끌어들이는 수 밖에 없어요.
기관투자자들을 제외한 모든 주주들에 대한 명단을 파악하세요. 김부장님은 증권감독위원회에 가서, 명단 확보 하세요.
충선 : 예. 사장님. (일어나 나가면)
달평 : (걱정스럽게) 장기풍 사장이 안 도와준답니까?
채린 : (무겁게) 기다려 봐야죠.
달평 : 이제 2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채린 : (마음 무거운데)
S#41. 증권사 객장.
히죽히죽 웃고 있는 기풍을 보며,
찬비 :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기풍 : 좋지, 임마. 주가 뛰는데 안 좋을리 있어?
찬비 : (보더니) 뛰긴 뭘 뛰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기풍 : ..바닥권이니까, 금방 반등 칠거라구.
찬비 : (의심쩍게 보며) 늙은 여우가 또 오빠 홀린거지, 그렇지?
기풍 : 그래 홀렸다, 어쩔래? (일어나 가면)
찬비 : (열 솟는다) 두고 봐. 내가 기필코 갈라놓고 말테니까.
S#42. 승우 집무실.
묵묵히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 승우.
울리는 인터폰 소리.
승우 : 네.
여비서E : 회장님 호출이십니다.
승우 : 곧 올라가죠. (끊는다)
S#43. 회장실
노크를 하고 들어오는 승우. 뚝 굳는다.
최회장과 마주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수인.
최회장 : 어~ 최실장 왔나?
수인 : (미소띤 얼굴로 인사를 하는데)
승우 : (차갑게 까닥 하고) 부르셨습니까?
최회장 : 오늘 저녁 시간 어떤가?
승우 : 삼송백화점 기관투자가들과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최회장 : 거 잘됐구만. 그렇잖아도, 그 친구들한테 저녁 한 끼 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내가 나가지.
승우 : ...
최회장 : 자넨 오늘 수인양 에스코트 좀 해드려야겠어. 친구가 귀국 공연을 하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구나. 허허.
빙긋이 웃는 수인.
승우, 갑갑하다.
S#44. 증권감독원 앞.
들어오는 충선. 들어 가려는데,
복규, 지나쳐 간다.
흘낏 보던 충선, 다시 휙 돌아본다.
충선 : 저 인간이 여긴 웬일이지? (하다가 문득.. 급하게 뛰어 들어간다)
S#45. 창구 앞.
창구 앞으로 달려가는 충선.
충선 : 좀 전에 삼송백화점 사람 왔다가지 않았습니까?
여직원 : 예?
충선 : 머리에 떡칠하고, 사투리 이상하게 쓰는 인간 있잖습니까?
여직원 : 어떻게 되시죠?
충선 : (명찰 쓱 보여주며) 백화점 감찰반입니다.
여직원 : (확인하며) 삼송백화점 지분변동 신고하고 가셨는데요.
충선 : 지분 변동요?
S#46. 복도
사장실 문이 열리며, 무서운 얼굴로 나오는 채린과 충선.
공세나, 인터폰에 대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채린과 충선 지나간다.
S#47. 부사장실.
연설문을 외우고 있는 미라.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채린과 충선.
채린 : 언니!
미라 : (당황하며) 웬일이니? (연설문 감추며) 니가 내 방엘 다 찾아오고?
채린 : 언니!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미라 : 뭐,뭐가? 차분히 얘기를 해야..
채린 : 지금이 어떤 땐지 누구보다 언니가 더 잘 알잖아! 그런 언니가 주식을 매각하면 어떡하냐구!
미라 : (눈치 챘지만) 아.. 그거 말야~
채린 : 자그마치 10%야! 언니, 정신 있어?
미라 : (굳는다, 차갑게) 그 주식이 니꺼니?
채린 : 뭐,뭐라구?
미라 : 그 주식은 엄연히 내 소유야. 송채린이 니 것도 아니고, 삼송 자산도 아냐. 내꺼라구!
채린 : (할 말을 잃고) 어떻게 그런 말을.. 언니가 그랬잖아. 나랑 둘이서 최고의 백화점 만들자고.. 그런 언니가.. 어떻게..
미라 : (미소) 마음이 바뀌었거든~ 너처럼 경험 없고, 젖비린내 나는 애보다는, 최승우란 남자가 더 믿음직해 보였거든.
채린 : (황망해져 쳐다보고 있으면)
미라 : 더 있을꺼니? 난 매장 둘러 볼 시간이 돼서 말야.
채린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미라.
채린 : (낮게) 그렇게는.. 안돼..
미라 : (멈춰서 돌아본다) 뭐라구?
채린 : (천천히 돌아서 노려보며) 언니 맘대로 되진 않을거라구!
미라 : (어깨 으쓱 해보이며) 글쎄.. 고작 24% 지분으로 대표이사 자릴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비웃음)
채린 : 두고 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내고 말겠어!
채린, 휙 돌아서 나가는데,
복규, 옆으로 피하면서 들어온다..
복규 : 부사장님. 송채린이 왜 저렇게 도끼눈을 뜨고 나갑니까?
복규를 향해 날아가는 꽃병. 가까스로 피하는데,
미라 : 이 멍청아!
복규 : 예, 부사장님.
미라 : 어떻게 송채린이 장외거래한 사실을 안 거야?
복규 : 장외거래 사실요?
미라 : 그래! 어떻게 안거냐구!
복규 : 그,그게.. 오,오프로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신고해야 된다고 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차원에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미라 : 주주총회가 며칠 남았지?
복규 : 이,이주 남았는데요, 부사장님.
미라 : 그으래~ 어쩌면 잘 된 걸지도 모르지. 연기 먹은 너구리 발악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까.
(싸늘하게 미소 짓고)
S#48. 신우 그룹 앞.
걸어 나오는 승우와 수인.
대기중이던 차 다가오면, 승우, 차 문을 열어준다.
수인 : 오늘은 좀 걷고 싶은데요?
승우 : 공연.. 안 보러 가실겁니까?
수인 : 보나마나 한 공연이예요.
승우 : 예?
수인 : 음악에 별 재능도 없는 친구들이, 쥴리어드입네, 파리대학입네 간판만 따서, 흉내내는 게 귀국공연이란 거 잖아요.
별 흥미 없어요.
승우 : 그럼, 어떡하실 겁니까? 댁으로 모셔다 드릴까요?
수인 : 말씀 드렸잖아요. 오늘은 걷고 싶다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데려다 주실래요?
승우 : (난감하다)
S#49. 대학 교정. 밤
나무가 우거져 제법 운치있는 장소가 보여지면,
수인E : 여기예요.
승우, 돌아본다.
수인 : (먼저 앉으며) 기억나요? 이 자리?
승우 : 글쎄요. (둘러보면)
수인 : 옛날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가을 학기가 시작하고, 마악 따분해지기 시작할 무렵에 강의 빼먹고 도망쳐 나온 적이 있어요.
산책이나 할까 하고, 이 길을 걷는데, 어떤 남자가 여기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죠. 그 사람이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덜컥 내려 앉더라구요. (웃음) 아~ 이제 나도 첫사랑이 시작되는 구나. 싶었으니까요.
승우 : (옆자리에 앉는다)
수인 : 그 사람이 얼마나 여기에 자주 오나, 여기 오지 않는 시간엔 뭘 하나, 모든 걸 알아봤죠.
그 사람에 대해 너무 알고 싶은게 많았거든요?
승우 : ....
수인 : 근데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어요. 그 사람한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고, 약혼이 끝나면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것까지두요.
승우 : 힘드셨겠군요.
수인 : (웃음)
승우 : 첫사랑이, 그렇게 끝난 겁니까?
수인 : 아뇨~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저도 미국 유학을 가 있더군요. 그 사람이랑 같은 대학에..
왜 그랬는 지 모르겠어요. 그냥 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 마음 이해하시겠어요?
승우 : (낮게 웃음 짓는다) 어려운.. 사랑을 하셨군요.
수인 : 많이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냥, 그 사람이랑 함께 꼭 이 자리에 앉아 보고 싶었거든요.
(승우 본다) 이제야, 그 소원이 이루어졌네요.
승우 : (놀라 돌아본다)
S#50. 사장실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채린..
충선,달평,정주도 할 말을 잃고 눈치만 보고 있다.
채린 : 이,이제 어떻게 해야 되죠? 더 이상, 방법이 없나요?
달평 : 그렇잖아도 뭔가 이상하다 했습니다.
채린 : (보면)
달평 : 47%면 인수합병에서 백프로 안전한 회산데, 무슨 생각으로 덤비나 했더니, 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랬겠죠.
채린 : (배신감에 이를 앙 다무는데)
달평 : 재무재표도 양미라가 신우그룹에 건네줬겠군요.
채린 : (뜨끔) 무슨 말이죠?
달평 : 신우는 우리가 더 이상의 주식을 사들일 자금이 없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든단 말입니다.
그래서, 위임장 대결을 들고 나온 거 같다 이 말이죠.
채린 : ....!
놀라는 채린의 얼굴 위로 번개소리와 함께 선행하는.
채린E : 아, 이거~ (망설이며) 백화점 재무구조랑 정상화 계획선데.. 혹시 오빠 시간 되면.. 봐줬으면 해서..
S#51. 채린 회상. (4부 39씬)
승우 : (서류가방 당겨 받으며) 글쎄. 보는 건 문제가 아닌데~ 회사 극비사항을 이렇게 함부로 보여줘도 되는 거야?
채린 : (웃음) 오빨 안 믿으면 누굴 믿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백그라운든데, 안그래?
승우 : (미소) 그래~
S#52. 거리. 밤.
옅게 뿌려지는 빗줄기.
우산을 든 채로, 택시를 잡는 승우. 뒷문을 열어주면..
수인 : 한꺼번에 많은 걸 바랄만큼 어리석진 않아요.
승우 : ...
수인 : 오랫동안 지켜 본 만큼, 천천히 다가가고 싶어요. 마음.. 닫아 두지만 마세요. (차에 오른다)
출발하면서, 승우에게 손 흔들지만.
승우 마음, 무겁다. 울리는 핸드폰 소리.
승우 : (받으며) 최승웁니다.
채린E : (싸늘한) 최승우씨..
승우 : (놀랍고, 반가움에, 또 한켠 미안함에) 채,채린아! 어디니?
채린E : 지금 나 좀 만나요!
승우 : (뭔가 불안함에 굳어지면)
S#53. 기풍집앞. 밤
비를 피해, 철벅거리며 뛰어오는 기풍. 건물 계단에 올라서는데..
소리E : 기풍 총각!
돌아보면, 구멍가게 아줌마다.
기풍 : (비를 피해 가게로 들어가며) 왜?
아줌마 :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꺼내오며) 이거 아까 디에치뭔가에서 갖고 온건디..
기풍 : 이게 뭔데?
S#54. 기풍집. 거실
머리에 물기를 털며, 바깥 한 번 보고 궁금함에 가방을 찌익 연다.
가방 열면, 단정하게 개켜져 있는 옷가지들. 뒤적거려보며..
채린과 승우가 함께 찍은 사진이 꽂힌 사진틀이 나온다.
승우 집무실에 있던 시계(4부에서)가 나오고, 승우가 보낸 편지뭉치가 나오고..
기풍, 괜히 심술이 나, 편지 하나를 뽑아낸다. 펼쳐들고,
기풍 : 사랑하는 채린. (비웃음, 눈으로 읽는데)
S#55. 거리. 밤
비를 맞고 걸어오는 채린 보인다.
승우, 달려와 우산 씌워 주는데,
쫘악 돌아가는 승우의 얼굴. 자신도 모르게, 우산을 떨어뜨리며..
승우 : 채,채린아..
채린 : (분노에 바들바들 떨며) 그거였니? 나한테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주겠다는게 고작 그거였어!
나만 믿으라고? 아무도 믿지말고 나만 믿으라고? 미라언니 포섭하고, 회계장부 가져가려고 그랬니?
아빠 죽인 것도 부족해서, 끝끝내 백화점까지 빼앗아 가려고 그런 거짓말까지 한거냐구!
승우 : (붙잡으려 하며) 채린아..
채린 : 최승우씨.. 적어도 당신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아냐.. 똑같애.. 아니, 더 무서워. 독해.
승우 : (갑갑해 미칠 지경이다) 채린아.. 내가, 내가 어떡하면 좋겠니? 내가 무슨 말을 해야 내 말을 믿겠어, 응?
채린 : 아니, 이젠 안 믿어. 무슨 얘길 해도 믿지 않겠어.
승우 : (돌아 버릴 것만 같다)
채린 : (얼음장처럼 차갑게) 최승우씨.. 당신.. 더 이상 내가 알 던 사람이 아냐.. (휙 돌아선다)
비에 젖은 채, 눈물을 독하게 참으며 걸어가는 채린.
승우, 어쩌지 못하고 채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자동차캡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승우. 으아아! 비명처럼 고함을 지른다.
S#56. 거리. 밤
비를 맞으며 걷는 채린. 주위를 돌아보지만, 갈 곳이 없다.
처마밑에 쭈그려 앉고 마는 채린.
S#57. 기풍집.
편지를 읽고 있는 기풍. 마음이 싸하다.
씁쓸한 기분에, 접어 넣는데 핸드폰 울린다.
기풍 : 여보세요.
채린E : 기풍씨, 나야.
기풍 : (괜한 짜증) 지금 몇 신데 안 들어오고 전화야?
채린E : 나 좀 데리러 와 줄래?
기풍 : 뭐어?
채린E : 나 좀 데리러 와 줘.
기풍 : (뭔가 있음을 감지하고) 어디야?
S#58. 차 안.
흔들리는 와이퍼 사이로 뿌옇게 흐린 가로등 불빛들.
저 만치, 가로등 아래 채린이 비를 맞고 서 있는 게 보인다.
인상이 흐려지는 기풍.
S#59. 거리
택시에서 내리는 기풍. 살이 한 두개 나간 우산을 펼쳐 들고 달려 간다.
돌아보는 채린.
기풍 : 뭐하는 거야? 지금.. (우산을 씌워주면)
채린 : (힘들게 웃으며) 미안해.. 전화 할 사람이.. 당신 밖에 없었어..
기풍 : ....!
채린 : 이런 모습.. 아무한테도.. 보이고 싶지 않았어.. 당신 말고는..
기풍 : ....(당신 말고는?)
채린 : (떨면서도) 참, 이상하지.. 당신한테는.. 이렇게 비참한 모습 보여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당신은.. 나무 같아서.. 꿋꿋하게 흔들리지 않는.. 그런 나무 같아서..
기풍 : (감정 꾸욱 누르며) 이따위로 굴꺼면 일찌감치 포기해. 여러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채린 : 그래, 알아.. 이러면.. 안되는 거.. 너무 잘 알지만.. 오늘은.. 너무 추워.. 잠깐만.. 어깨 좀 빌려주면 안되겠니?
기풍, 더듬더듬 채린을 안아준다. 이렇게 안고 싶진 않았는데.. 기풍의 가슴도 저린다.
S#60. 승우 집무실.
비를 뚝뚝 흘리며 들어오는 승우. 서랍을 열어, 삼송백화점 회계장부와 정상화 계획서를 꺼낸다.
앞쪽에 보이는 채린과 함께 찍은 사진. 파리와 서울의 시계.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데, 신팀장 들어오며,
신팀장 : 그 나이에 사춘기 앓는것도 아닌데, 웬 비를 맞고 다녀?
승우 : (씁쓸하게 웃으며) 지독해.. 그때 시작한 열병을.. 아직도 앓고 있나 봐.. 지독하게도.. 길어. 평생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처연한 승우의 모습에 눈물이 핑글 맺힌다.
S#61. 기풍집. 거실
담요를 쓰고 덜덜 떨고 있는 채린에게 뜨거운 커피를 건네주는 기풍.
채린 : (미소) 고마워.
기풍 : 목욕물 받아 놓을께. 씻고 자. (욕실로 가며) 참. 송사장 소포왔더라. 프랑스에서 쓰던 물건인가봐. (들어간다)
가방을 열어보는 채린. 승우와 함께 찍은 사진이, 파리와 서울의 시계가 보인다.
편지 뭉치를 보더니, 만져보는 채린. 울컥 눈물이 솟는다.
채린 : 왜 그랬어.. 오빠.. 이럼 안되잖아. 오빠가.. 나한테 이럼 안되잖아. (속울음을 울면)
욕실에서 나오던 기풍. 다시 들어간다.
S#62. 욕실.
욕조에 가득 담기는 뜨거운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씁쓸하게 미소짓던 기풍. 성애 낀 거울에 이름을 써 본다. '송채린'
돌아보는 기풍의 얼굴에서 뭔가 결심이 보이고..
(F.O)
S#63. 신우그룹 전경. 낮
기풍 화면에 들어와 올려다 보더니, 썬글라스를 처억 낀다.
S#64. 승우 집무실.
모니터를 보고 있는 승우. 인터폰 울리고,
여비서E : 실장님. 손님 찾아오셨는데요?
승우 : 누구시죠?
여비서E : 삼송백화점에서 오셨답니다.
승우 : (누굴까?) 들어 오시라고 해요.
승우, 기대감으로 보는데
문이 열리면, 들어오는 기풍.
흠칫 놀라는 승우.
휘휘 둘러보며,
기풍 : 우아~ 여긴 무진장 빵빵하구만? 일개 실장 사무실이..
승우 : (O.L) 용건이 뭐지?
기풍 : (썬글라스 벗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
승우 : ....?
기풍 : 송사장 어떡할꺼야?
승우 : ..당신이 끼어들 문제가 아닌 걸로 아는데.
기풍 : 당신 때문에, 하루에 열 두 번도 더 우는 여자야. 진짜.. 사랑한다면.. 그만 힘들게 해.
승우 : (가슴이 아프지만) 채린인.. 내가 알아서 한다. 더 이상 간섭하지 마. 당신이랑 관계없는 문제니까.
기풍 : (치익~ 열 솟는다) 내 문제이기도 해.
승우 : 무슨.. 의미지?
기풍 : 나도 백화점 3대 주주가 되기로 했거든?
승우 : 그거라면 신경 쓸 거 없어. 당신한테 피해 입히진 않을테니까..
(서류 챙기며, 나가라는 듯) 회의 시간이 돼서 말야. (나가는데)
기풍 : 이게.. 당신 방식이야?
승우 : (돌아보면)
기풍 : 사랑하는 사람, 피투성이 만든 다음에, 그 다음에 껴안아 주는게 당신이 사랑하는 방법이냐구?
승우 : ....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다)
기풍 : 나라면..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는 안 해.. 알아?
승우 : 장기풍씨.. 부탁 하나만 하지. 내가 데리러 갈 때까지, 우리 채린이.. 잘 지켜 줘. (나가는데)
기풍 : 난 당신 보디가드가 아냐.
승우 : (멈칫한다)
기풍 : 내가..송채린을 사랑한다면.. 어떡할꺼지?
승우 : (뜨끔)
기풍 : 내가 안 보내겠다면..
승우 : (휙 돌아서 노려본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고..
S#65. 사장실. 낮
모니터에서 주식 변동 사항을 체크하고 있는 채린. 컴퓨터를 끄며 얼굴을 부빈다.
근심스러운 표정의 채린 위로,
기풍E : 당신이라면 송채린 얼굴에서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어.
S#66. 승우 집무실. 낮
승우 : (기풍 노려보고 있다)
기풍 : 그런데.. 아냐. ..이젠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
승우 : 당신이 나선다 해도 결과는 뻔해.
기풍 : 아니, 당신은 날 잘 몰라. 지금. 이. 자리에서.분명히. 얘기하지. 최승우! 이젠 나하고 전쟁이야!
승우 : ..어리석은 짓 하지 마. 당신이 가진 것 정돈,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어.
기풍 : 다 빼앗겨도 좋아. 하지만, 송채린은 빼앗기지 않겠어. 두고 봐.. 내가 꼭 지키고야 말테니까!
노려보는 두 사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