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화전(花田) 별곡 길을 걸으며
(경남 남해군 삼동면 내산里)
변덕스럽고 요란했던 올여름이 부지불식간에 물러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6월 초여름까지 심한 가뭄이 이어지더니 7월이 다돼서야 시작된 늦은
장마는 국지적인 비를 퍼붓고,
장마전선이 물러간 후엔 오히려 이틀에 한 번꼴로 비를 뿌려대 그만 멈추기를
간절히 바랬다.
중부지방에 물 폭탄이 떨어질 때 남부지방은 쨍한 하늘로 푹푹 찌는 열기를
뿜어낸 여름이 이렇게 빨리 물러나 가을에게 자리를 내줬으니 이런 속 모르는
자연의 변덕이 또 있을까?
오늘 아침은 날씨는 바람이 제법 불어오는 쌀쌀한 가을 날씨였지만,
한낮의 기온은 29도까지 오르고,
파란하늘엔 태양이 덩그러니 혼자 떠 있어 뜨거운 햇볕에 살을 달군다.
오늘 갯가길 걷기운동은,
남해의 금산자락으로 둘러싸인 내산을 중심으로 천하 몽돌해변에서 출발,
삼동 봉화마을로 이어지는 바다, 산, 강, 들을 두루 접하면서,
자암 김구선생의 화전별곡의 유유자적한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내산의 편백 숲과 휴양림, 꽃내(花川)의 맑은 물, 산촌체험마을, 원예예술촌,
독일마을, 물건방조 어부림을 통해 편안한 휴식과 웰-빙의 고장으로 화전(花田),
“꽃밭” 옛 이름의 본뜻을 체험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오늘은 칠석(七夕)이 지난지도 벌써 사흘째다.
양력으로 8월 27일인 칠월칠석(七夕)은,
양수인 홀수 7(음력)이 겹치는 날이어서 예부터 길일로 여겼다.
이 날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난다는 유래담(由來談)이 있는 날이다.
이는 중국 고대의 설화(說話)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력 7월이 되면 맑은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이 맑고 푸르며 높아 보인다.
북두칠성은 한 쪽으로 몰아 떠있고,
비단결 같이 하얀 은하수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그 동쪽에 직녀성이 수줍은 듯 희미하게 비치고,
서쪽에서는 견우성(牽牛星)이 휘황하게 빛을 발하는데,
이는 마치 서로 마주보며 정겨워하는 듯하다.
그러다가 칠석 때면 천장 부근에서 두 별을 보게 되는데,
마치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별자리를 보고 “견우와 직녀”의 설화(說話)를 만들어 냈음직하다.
남해 화전 별곡 길(제5코스)은
천하 몽돌해수욕장에서 출발 -내산 편백 숲 -편백 휴양림 -나비 생태공원
-바람흔적 미술관 -화천 길 -내산 산촌체험마을 -봉하마을 -원예예술 촌
-독일마을 -물건방조어부림까지 약 17km (6시간 소요)거리이다.
남해바래 길은 현재 제7코스까지 개설이 되어있으며,
오늘은 제5코스인 남해 화전(花田)별곡 길을 걷는다.
체력을 감안해서 B팀은 천하몽돌해수욕장에서 -내산 편백 숲 -편백 휴양림까지
5km(약 3시간)구간이며,
C팀은 독일마을 관광으로 코스를 다양화시켰다.
원래 남해바래 길은,
제1코스 =평산港 -(구)가천초교
제2코스 =가천 다랭이 마을 -벽련마을
제3코스 =벽련마을 -천하몽돌해수욕장
제4코스 =천하몽돌해수욕장 -송정솔바람해변
제5코스 =천하마을 -물건방조어부림
제6코스 =지족어촌체험마을 -적량 해비치 마을
제7코스 =적량 해비치 마을 -동대만 휴게소까지 되어있다.
천하몽돌해수욕장은,
조용히 쉬어가기 좋은 남해의 관광지로 별다르게 표시된 곳도 아니라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남해갯가길 7코스 중 5코스인 “남해화전 별곡 길”의 시발점이라 달랐다.
돌들이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닷물,
세지 않는 파도가 물놀이하기에 좋았다.
물살에 잠겼다 드러났다 을 반복하는 돌들이 예쁘고 색이 너무 곱다.
내산 편백 숲, 편백 휴양림은
4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편백 림과, 편백 숲과 편백 휴양림, 삼나무 숲도
조성되어 있었다.
산에 붙어있는 사방 땜이 저수지처럼 작게 보였다.
나비생태공원은,
남해군이 사업비 약 51억 5,000만 원을 들여 조성한 나비생태공원으로,
나비생태 관과 나비사육 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비생태관은
제1전시실, 제2전시실, 나비온실, 표본전시실, 체험학습실로 이루어져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은,
경남 합천군 가회면 중촌里 황매산 부근에 “바람흔적미술관”을 열었던 설치미술가
최영호가 경남 남해군 삼동면 내산里 내산저수지 근처에 두 번째로 세운
동명(同名)의 사립미술관이다.
무인(無人)으로 운영되는 데다 입장료와 대관료도 무료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대관하여 전시회를 열 수 있는 이채로운 곳으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구입을 원할 때에는 전시실에 적혀 있는 작가의 연락처를
통해 직접 거래하면 된다.
관리비용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의 휴게공간에 마련된 차를 마신 후 자발적으로
차(茶)값 통에 넣는 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화전별곡 길은,
남해군 미조면 송정里 천하마을에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길은 남해 섬 내륙으로 향한다.
금산에서 시작해 천하마을을 지나 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을 왼쪽으로 끼고 걷는다.
하얀 시멘트 길을 10분 정도 걷다 보면 곧 상수원 보호구역 표지판이 나온다.
둑 너머가 천하저수지다.
잔잔한 물결에 비친 초록색 산 빛을 보며 한숨을 돌리자.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힐 수도 있다.
저수지를 지나면서 점점 숲이 깊어진다.
봉화마을은,
1963년 국내 최초 마을단위의 국가 지정문화재가 되었다가,
2009년에 “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이라는 이름의 명승 제 60호로 변경되어
보존되고 있다.
마을에는 국가 지정문화재 5건 482점과 일반 동산문화재 2,979점이 남아
있는데 대부분 마을내의 박물관에 보관중이다.
달실 마을은 “한과”로도 상당히 이름난 곳으로 5백년 역사의 전통 한과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외국인 대상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을 만큼 전통체험으로
특화된 곳이다.
원예 예술 촌(HOUSE N GARDEN)은,
탤런트 박 원숙氏를 비롯해 원예인 들이 뜻을 같이하여 평생의 꿈으로 품어온
아름다운 정원과 예쁜 마을을 만들었다.
누군가가 꿈꿔온 바로 그 집,
그 정원이 이곳에서 발견될 것을 보람으로 바라보면서 집을 짓고 정원을
조성하였다.
몇 년에 걸친 수고 끝에 향기, 야자수, 조각, 석부 작, 타피어리, 채소, 풍차,
스파, 꽃 지붕 등을 테마로 한 개인정원과
오솔길, 연못, 전망 댁-그, 팔각정, 분수, 꽃길, 꽃 울타리, 온실 등이 아름답게
완성되어가고 있다.
무르익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대인들을 향한 그린 라이프 제안서로
제출한다.
아울러 최대시설의 영상실, 공연장, 전시실, 체험 실, 카페, 게스트 하우스로
잘 갖추어져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독일마을은,
독일 교포들의 정착과 관광지개발을 위해 조성된 곳으로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里 일대에 있다.
1960년대에 산업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되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독일거주
교포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고,
독일의 이국문화를 경험하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2001년부터 조성한 곳이다.
경남 남해군은 사업비 약 30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조성해 독일교포들에게 분양하였고,
도로,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마련해주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里에 있는 방조어부림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어업보다 마을의 주택과 농작물을 풍해에서 보호하는
방풍림의 구실을 하고 있으며,
길이 1500m, 너비 30m 내외의 숲이다.
모두들 독일마을에서 휴식을 취했다.
구월(9월)
(詩人, 헤르만 헤세의 작)
뜰이 슬퍼합니다.
차디찬 빗방울이 꽃 속에 떨어집니다.
여름이 그의 마지막을 향해서
조용히 몸서리칩니다.
단풍진 나뭇잎이 뚝뚝 떨어집니다.
높은 아카시아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여름은 놀라 피곤하게
죽어가는 뜰의 꿈속에서 미소를 띱니다.
오랫동안 장미 곁에서 발을 멈추고
아직 여름은 휴식을 그리워 할 것입니다
천천히 큼직한
피로의 눈을 감습니다.
(2017년 9월 1일)
첫댓글 실제는 건강이 안 좋아 산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주 "화전 별곡길"을 꼭 가려고 자료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 건강때문에 가지를 못했습니다.
너무 섭섭했는데, 회원님들이 촬영해 온 멋진 사진들을 보니까 나 혼자 환상 속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활용한 "무등산", "무하"회원님 고마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