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장례식 참관기
한 나라의 문화중 가장 독특한 것을 뽑으라면 아마도 장례풍습일 것이다.
산 사람은 알 수 없는 사후 세계에 대한 제각기 다른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가 95%인 문화인 태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어느정도는 보편화된 장례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관광객이 태국의 장례식장을 참가해볼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고 태국에 살고 있는 사람 정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태국의 장례는 보통 7일 장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한달 장을 지내기도 하고, 작년 12월에 치른 태국 갈리아나 공주는
별세한지 거의 1년이 되어서 장례를 치렀다. 돈이 없는 사람은 우리나라처럼 3일만에 장례를 지내기도 한다고 한다.
장례식장엔 우리처럼 검은 옷을 입고 간다. 장례식장은 보통 사원에 마련되어 있다. 방콕의 경우는 흡사 우리나라 병원의 장례식장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상업화되어 있다.
태국에 예식장은 거의 없지만(얼마전 몇 개 생겨났다) 사원 곳곳은 장례식장이라고 할수 있다. 장례식장으로 전문화된 사원은 곳곳에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로 빼곡하고, 화장하는 시설 및,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기기 등을 갖추고 대여해 주고 있기도 하다.
장례식장 안에 들어서면 유가족들과 목례로 나누거나 태국어 인사법인 와이(손을 모아 하는 것)를 한다. 이때 하는 가장 적절한 말은 [씨야짜이 두어이 크랍(카)]
직역하면 [저도 상심하고 있습니다]란 말쯤 된다.
신발을 벗고 영정이 모셔진 곳에 들어가면 보통 불상이 있다.
이 불상을 향해 무릎 꾾고 손을 모아 절을 하고, 불붙은 향을 1개 꽃으면 된다.
물론 종교가 다른 사람은 목례나 묵념 정도로 가능할 것 같다.
이 절차가 끝나면
보통 사원안이나 밖에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곳에 앉는다.
조문객이나 대표자가 촛불에 불을 붙이고 나면 스님들이 들어와 높은 자리에 앉는다.
스님은 보통 4명이다.
사원측에선 물 등을 스님한테 준비해주는 데 신기하게도 콜라도 한병씩 주는 것을 보면
어떤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스님들은 합창하듯이 염불을 외우는데 한번 외울 때 약 5분여간하고, 이때 조문온 사람들은
염불에 맞춰 합장을 한다. 염불은 3차례 정도 계속되는데, 염불이 3차례 끝나고 나서
간단한 국수나 어묵 같은 것을 조문객들에게 대접한다. 상주는 한국처럼 완장을 차거나 또 말끔히 옷을 입거나 하지도 않아 누가 상주인지를 잘 모를 것 같다. 유가족의 친척벌 되는 사람들이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장례장면을 찍거나 기념촬영을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은 좀 어색하게 느껴진다.
염불을 마친 스님들에게는 꽃과 향 그리고 돈을 넣었을 법한 봉투 한 개와 황금빛이 도는
옷감이나 천을 쟁반에 넣어 바치는데 조문 온 대표자들이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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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오면 조문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가볍게 먹는다.
우리나라처럼 상에 앉아서 술이며, 밥이며, 떡이며 먹는 문화는 없고 간단한 물을 곁들인
아주 간단한 수준이다. 장례식장에서 끼니 채우겠다고 생각하고 가면 배 곯기 십상이다.
화투를 하거나 큰소리는 내는 모습도 물론 없다.
그러나 이는 방콕의 문화이고, 태국의 일부 지방은 우리처럼 화투도 하고
술도마시고 하는 문화가 있다고도 한다.
태국의 경우 불교식 장례는 대부분 화장이다.
사원에서 보통 화장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강에 유골을 뿌린 뒤
위패를 납골당에 모신다고 한다. 그러나 100% 중국계는 화장하지않고 매장하는 풍습이 있기도 하다. 촌부리쪽에는 이런 묘지들이 많이 있다.
시신은 보통 사원이 집에 모신다. 더운 나라이고 장례기간이 7일에 이르다 보니 시신은 냉동보관한다. 사원에서 이런 기기를 빌려주기도 한다.
장례는 사원에서 지내므로 유가족들은 7일장일 경우 집에서 자면서 7일 동안 사원을 출퇴근 하는 셈이 된다.
약 1시간 정도 이 행사가 끝나면 조문도 끝나는 셈이고, 각자 귀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스님이 염불을 외우는 것은 7일장이면 7일 계속되고, 한달장이면 한달간 계속된다.
하루에 한번, 보통 오후 7시정도에 한다. 조문을 하려면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이 좋다.
태국도 조화를 보내고 조위금을 전달한다. 큰 조화는 1천바트 내외다.
우리나라 조화가 흰 국화 위주인 반면 태국은 노란꽃 빨간꽃 흰꽃 등으로 다양하고
보통 둥그런 형태로 사원 안에 세워 놓기도 하고, 높은 곳에 매달기도 한다.
조의금은 우리처럼 접수대가 따로 마련되어 있거나 방명록이 있지 않다.
유가족에게 조용히 쥐어주는 게 보통이다.
조의금은 보통 사람은 200~300바트 내외다. 많으면 더할수도 있다.
친분이 있거나 각별한 경우는 1천~2천바트를 하기도 한다.
회사의 대표인 필자는 회사 직원의 부친이 별세했는데, 주위 태국인의 의견을 물어 5천바트를 부조했다.
한국은 망자의 입에 쌀알 몇알을 넣어준다.
가난의 `한’을 겪은 민족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승가서도 배불리 드시라는 뜻일 게다.
태국은 동전 몇닢을 넣는다고 한다. 저 세상서 또는 다시 태어나면 부자가 되라는
환생의 염원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태국의 일부사람들은 사고사일 경우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대개의 경우 화장을 한다. 다만 화장을 하지 않으면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돈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보통 적절한 수준의 사원을 장례식장으로 빌리는데
약 40~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서울의 대학병원 장례식장 빌리는데
수백만원 들고 음식값, 묘자리 비용 등으로 장례식을 다 겪으면 기천만원 들어가는 한국에 비해서는 사뭇 경제적이다.
그러나 왕실장례식은 1년에 걸쳐 수백억원이 들어갔고
일부 부자들도 장례식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경우도 있으니
태국의 모든 장례식이 경제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다만 화투하고, 술먹고, 시끄러운 일부 한국의 유교적 장례문화에 비해서는
경건하고 조용하고, 유족들도 장례를 치르는 과정이 그리 힘들지 않아 보인다.
한국 상주들은 조문객맞아 절하다 며칠 드러눕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망자의 기억을 가다듬어 넋을 기리는 게 장례식의 참 의미라고 한다면
이날 태국 장례식의 느낌은 한국보단 덜 상업화되어 있고 순수하다는 것이었다.
땡전 한 푼 없이 돌아가는 저승길...
남은 사람 힘들게 하고 갈 필요가 있나?
원문:해피타이(www.happythai.co.kr) by KTCC THAI x레이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