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원(大滿圓),진짜루(樓),일조원(一兆苑) 등 중국집 상호 중에 재치가 번득이는 것들이 몇 개 있다. 1조원을 벌 만큼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솔직한 마음을 담은 ‘일조원’은 서울 연희동 화교 중국집 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집은 서울 녹번동의 소문난 만두전문점 ‘다원’ 출신으로,역시 범상치 않은 이름의 화교 왕문신(58)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음식도 음식이지만,먼저 사장 겸 주방장인 왕씨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집이다.
가게가 50석 규모로 좀 작다 싶은데,자신이 직접 요리해서 대접할 수 있는 만큼의 손님을 받기 위한 것이란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이곳에서 다른 중국집에서처럼 빨리빨리 음식을 독촉했다가는 그에게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한다. 성의있는 음식을 먹을 준비가 안된 손님은 그냥 다른 집으로 가달라는 것. 직접 음식을 서빙할 때는 음식에 침이라도 튈까봐 손님이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아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양로원과 고아원을 방문하는 가슴 따뜻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이달부터 왕씨는 저녁에 한해 1만원대의 다양한 요리들을 내놓고 있다. 탕수육이나 양장피처럼 늘 먹는 똑같은 뻔한 요리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많은 중국요리를 만나보라는 뜻이다. 우선 복어살을 튀겨 죽순과 버섯,샐러리와 함께 고추기름에 볶아낸 매콤짭짤한 ‘라조어’(1만5000원)가 있다. 주꾸미를 재료로 쓴 ‘서화즈’(1만2000원)는 데쳐서 전분을 넣고 담백하게 요리한 것과 매콤하게 조리한 두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반응이 좋은 것은 숙주볶음(6000원). 숙주 외에는 별다른 재료도 없고,양념도 설탕과 식초,정종이 전부라는데 숙주 비린내가 전혀 없고 사각사각 씹히는 소리가 상큼하게 느껴진다.
왕씨의 요리는 중국음식 특유의 느끼한 맛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 기름에 파와 생강 외에 공개할 수 없는 또다른 야채를 넣어 향을 더하고 볶았을 때 기름기가 덜 느껴지는 효과를 낸다고. 말린 작은 중국고추를 넣어 톡 쏘는 맛으로 느끼함을 제압하는 것도 아이디어. 이들 1만원대 메뉴는 현재 10가지 정도가 준비되어 있고,취향에 맞게 주문도 가능하다(02-336-8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