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태균이의 삶에 대한 가장 큰 가치덕목은 역시 '평화'입니다. 태균이는 '평화롭지 않음'에의 본능적 민감성을 가지고, 이런 조짐이 보이거나 분위기가 느껴지면 극도로 예민해집니다. 희미하지만 평화롭지 않게 된 원인이 본인에게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두 손을 싹싹 빕니다. 자기잘못이 아닌 것에도 두 손을 빌 때가 있어서 그런 때는 그럴 필요없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곤 합니다.
이러니 준이만 곱게 일상생활 속 기복만 보이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목요일, 평화를 깨는 준이의 경기조짐이 결국 모두의 폭발로 이어진 탓인지 모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특히 태균이는 새벽 4시까지 노래를 들어가며 잠을 쉽게 청하지 못합니다.
다시 평화를 위해 두 녀석 모두 금요일 무려 아침 10시까지 자도록 내버려두었고, 늦은 아침식사와 늦은 센터등원, 돌아와서는 수산한못 걷기, 그리고 저녁은 두 녀석이 너무 좋아하는 짬뽕까지 맛있게 만들어서 신나게 먹여주고. 영흥도 오므리식당 주인이 챙겨주길래 가져온 죽순을 냉동해놓았다가 짬뽕에 넣었더니 이리 쫄깃할 수가... 원래 죽순이 이리 쫄깃한 맛이었는지 새삼스럽습니다.
수산한못을 걷는 태균이 사진이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제주도 수산리는 온통 짙어져가는 초록색 물결이고 잡초들이 아우성치듯 키를 높이고 있습니다. 목요일 태균이가 잡아준 민속촌 안에서 찍어준 엄마사진도 표정도 밝아보여 다행입니다.
금요일, 원래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니 정말 다행이다 싶지만 혹시나 심사가 민감해질세라 최선을 다해 준이에게 다정함으로 대합니다. 어투와 눈빛에 민감한 녀석이라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듯해도 이 두 가지에 극도 예민한지라 어투와 눈빚까지도 스스로 단속해야 합니다. 단속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어투와 표정도 훈련이 필요하니 그저 노력하는 수 밖에... 태균이가 평화로워야 하니.
오늘은 토요일, 두 녀석 데리고 간만에 긴 산책을 해봐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어투와 눈빛, 그 점에 있어선 일반인 수준입니다.
그림이의 평화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유지될지,
어제도 오늘도 그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대표님네도 평화가 항구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