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세계불교⑪
태국불교의 공양문화
부처님 시대와 같은 승가공동체,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는 전통 고수
글 이치란 박사 (원응 보검)
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아시아불교평화회의(ABCP 본부 몽골) 한국회장
국제불교연맹 이사(IBC 본부 인도)
동방불교대학 전 총장
한국불교신문 전 주필
현: 해동불교대학장 / 강원불교대학장
WFB 태국본부 전집행이사 / 일붕신문 상임논설위원
매일종교신문 기고가 / 땅끝 어룡도 해수관세음보살 도량 당제산 여의암 회주
다나TV 영어경전 강의 / 세계불교 TV에서 ‘세계불교를 가다’ 소개
(http://www.haedongacademy.org)
태국불교는 상좌부의 적통을 계승한 정통성 있는 불교다.’라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동아시아 불교 전통과는 다르게 비춰지기 때문에우리에게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태국불교는 미얀마 스리랑카 등, 상좌부 불교와 맥을 같이하는 인도의 원형 승가를 그대로 계승 유지시키고 있는 부처님 승가의 적통후예들이라고 격찬하고 싶다.
불교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그것은 부처님의 제자들과 가르침의 계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부처님의 직계 제자들은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전통에 따라서 대대로 스승은 제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수해서 이어가게 하는 것이
다. 승가는 바로 이 전통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현전승가(現前僧伽=한 지역이나 의식을 행하는 장소에 현재 모여 있는 수행승의 집단)를 얼마만큼 충실하게 잘 지켜 가느냐하는 문제이다. 부처님 시대와 비슷한 승가를 그대로 지켜가는 전통이 바로 동남 아시아의 상좌부 불교전통이다. 동아시아 불교인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는 상좌부와 뿌리는 같지만,
다소 변용(變容)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좌부는 가능한 한 인도의 원형승가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방 상좌부 불교에서 비구들이 아침에 탁발을 나가는 나라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이고, 스리랑카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태국에서는 신도들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큰 공덕으로 여기고 있다.
공양은 하나의 신앙이 되어 있다. 남방 상좌부에서는 불상 단위에 음식공양을 올리지 않고, 현전승가의 비구들에게 직접 공양을 올린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는 법당 안에 모셔진 불상 앞 탁자 위에 음식을 올리는 의례로 전환되었다. 여기서 길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동아시아에서는 불상 앞에 음식을 올리고 어떤 의례를 행하게 되면서 의식이 정례화 되었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서 불교의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후 불교의 각종의례가 발전하여 하나의 전통으로 확립되게 되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남방 상좌부는 동아시아의 불교와는 달리 인도의 원형불교의 전통을 잘 지켜오고 있다. 말하자면 부처님이 길에서 재가의 신도들로부터 아니면 왕실에서 탁발에 의해서 공양을 받아서 자신과 제자들이 생계를 이어가면서 승가를 유지해 갔던 것이다.
이상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아시아에 전해진 불교는 의례만 보더라도 큰 변용을 겪게 되는데, 비구에게 올리는 공양문화가 부처님께로 향하게 되었고, 남방불교에서는 그대로 비구들에게 향하고 있다. 불교의 이런 공양문화와 전통은 남방과 북방 사이에 형태상의 차이는 있지만, 그 근본적인 정신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동아시아에서의 공양의례의 전통은 지역문화와 관습과 유교적인 조상숭배의 영향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렇지만 남방과 북방불교 간에 이런 공양문화가 바뀌면서 승가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승가생활에도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오늘날과 같은 다른 모습으로 귀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남방불교에서는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그 자체가 승가에 대한 존경과 신앙적인 공덕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북방 불교에서는 불상에 공양을 올리면서 신앙으로 발전하게 되고, 죽은 조상들에게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로 까지 진화하게 되는데, 그 근본정신은 출가 승가에의 공양정신이다. 남방 상좌부 불교에서는 초지일관하여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전통을 고수한 반면에 북방 불교권에서는 비구 승려들에게서 불보살로 승화되었고, 조상숭배에까지 미쳤으며 대승불교 사상에 입각하여 일체중생들에게 까지 영역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제 태국불교에 집중해 보면, 태국불교는 이 비구들에게 올리는 공양문화가 승가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승가생활의 핵심은 이 공양문화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승가운영이 행해지고 있다. 그 어떤 것도 승가의 이 일상적인 공양제도를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기에 조준되어 있다.
특히 남방 상좌부 비구들은 오후불식(午後不食=12시가 지나면 음식을 먹을 수 없도록 계율에 정해져 있다.)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러므로 낮 12시 이전에 공양(점심)을 놓치게 되면 하루 종일 굶어야 한다. 태국 사원에서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점심공양은 남방불교 승가에서는 매우 중요한 승가생활의 핵심 과정이 된다.
태국불교에서 비구 승려들은 공동체생활을 원칙 으로 한다. 함께 자고 함께 먹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면서, 부처님 시대와 같은 승가공동체를 운영해가기 때문에 개인행동이란 있을 수 없다. 다만 모든 비구에게 독방이 주어진다는 것인데, 최소한의 사생활 보장이다. 그러나 방은 어디까지나 사원 경내에 국한되어 있다. 부득이한 상황에서도 세 명의 비구가 함께 기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