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알프제(Bachalpsee) 호수, 건너편은 아이거
▶ 2012년 7월 18일(수), 맑음
- 스위스, 인터라켄(Interlaken), 피르스트(First)
베른에서 인터라켄까지 52㎞.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기도하다. 도중에 도로공사 중이어서 지
체한다. 그래도 좋다. 원경의 알프스 산릉을 차근하니 감상할 수 있으므로. 인터라켄 동역(東
驛, Ostbahn)까지 1시간 20분 걸린다. 동역 바로 옆에 있는 우리의 숙소인 유스호스텔은 오후
6시에 체크인하라고 한다. 지하에 차 대놓고 그린델발트(Grindelwald)로 간다.
동역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새통이다. 오전 10시가 아직 되지 않았는데 융프라
우행 기차표는 매진되었다. 그린델발트까지 기차는 소요시간 34분. 골짜기 깊숙이 들어간다.
오늘 우리는 피르스트(First)에 올라가 바흐알프제(Bachalpsee) 호수(see가 이미 호수이기는
하다)까지 2,000m대 고원을 트레킹 하는 것이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내려 근처 쿠프(Coop, 대형체인슈퍼)에서 점심용으로 먹을 것을 산 다음
피르스트 반(Bhan)에서 곤돌라를 탄다. 1대 4인용이다. 가족끼리 타도록 배려해 준다. 덜컹하
더니 출발한다. 고개 들면 건너편 알프스의 설산 준봉들에 이내 눈부시다. 곤돌라 아래를 내
려다보아도 그다지 아찔하지 않다. 낮은 고도로 산 사면을 가로지르거니와 아래의 침엽수 탄
넨바움(Tannenbaum)이 완충지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피르스트. 해발 2,168m. 햇볕은 쨍쨍한데 대기는 삽상하다. 이정표에 바흐알프제 호수
(2,265m)까지 갈 때는 50분, 거기서 피르스트로 돌아올 때는 40분 걸린다고 하니 왕복거리는
6㎞ 정도로 짐작한다. 천상화원이란 이런 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로인 등로는 원로(園路)
다. 주변은 끝 간 데 없이 넙데데한 풀밭으로 기화이초(奇花異草)가 만발하였다. 주종인 노란
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보는 미나리아재비와 민들레다.
바흐알프제 호수를 안고 있는 뢰티호른(Rotihorn, 2,757m)이 눈으로는 가까워도 발로는 멀다.
그로센네크(Grossenegg, 2,622m)의 치맛자락 주름 같은 산굽이를 돌고 돈다. 어디선가 풍경
(風磬) 소리가 들린다. 절이 있을 턱은 없고. 그렇지. 저 멀리 아래 초원에서 목에 커다란 종을
달고 풀 뜯는 소들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캐틀 벨 소리를 들으니 더욱 한가롭다.
1. 베른에서 인터라켄 가는 길
2. 인터라켄 가는 길에서
3. 인터라켄에서 그린델발트 가는 길에서
4. 인터라켄에서 그린델발트 가는 길에서
5. 그린델발트 주변
6. 그린델발트 주변
7. 그린델발트 주변
8. 피르스트 오르면서
9. 피르스트 오르면서
10. 피르스트 주변
11. 가운데 산이 바흐알프제 호수를 안고 있는 뢰티호른(Rotihorn, 2,757m)
12. 바흐알프제 호수 가는 길
야생화 들여다보다 절벽에 다가가 아찔한 고도감 느껴보고 건너편 설산들의 볼트 박을 듯한
설벽을 요모조모 뜯어보노라면 어느 도끼자루가 무사할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호수 주변
역시 대공원이다. 풀밭에 누워도 앉아도 좋겠지만 평의자 차지하여 싸온 점심밥 먹는다. 반찬
은 주위의 가경이다. 걸다. 빵 싼 종이까지 씹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방으로 시야 거침없는 풀밭이
니 시비(施肥)를 하자해도 몸 가릴 데가 전혀 없다. 난감한 일이다. 저네들은 용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아니면 별종인지 궁금하다. 이 가경을 맨입으로 보아야 하다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후사(後事)가 염려되어 가져온 맥주를 차마 열지 못한다.
하산. 피르스트에서 내려오는 한 구간은 곤돌라 대신 낙하산 하강 흉내 낸 프라이어를 탈 수
있지만 나와 아내는 쫄아서 아들만 탄다. 모를 일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 산군의 웅자
(雄姿)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을 법 한데 걷다보면 눈은 어느새 산을 향하고 있다.
인터라켄에서 한국식당을 찾았다. 동역에서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을 지나 한참 간다. ‘강촌’이
다. 태극기가 걸려있다. 비교적 가격이 싼 배낭메뉴로 닭볶음, 제육볶음, 육개장 등을 준비했
다. 글씨부터 반갑다. 메뉴판 읽는 중에 군침을 흘린다. 절간에서 공양그릇 핥아 비우듯이 싹
싹 비웠다. 비로소 눈에 초점이 제대로 잡힌다.
오랜만에 입이 한결 개운하여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인터라켄 유스호스텔은 동역
바로 옆에 새로이 개장하였다. 호텔 급이다. 방이 넓고 무엇보다 세면장, 샤워실, 화장실이 방
에 있다. 어쩌면 아들이 특실로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20여 년 전에는 유스호스텔이 동역에
서 꽤 멀뿐더러 희미한 조명 아래 야전침대 비슷한 간이침대를 늘어놓아 수용소 같았다.
아까 육개장을 너무 짜게 먹었나 보다. 잠들 만하면 연신 물을 들이켠다.
13. 건너편 그린델발트 주변
14. 뢰티호른(Rotihorn, 2,757m)
15. 바흐알프제 호수 가는 길
16. 바흐알프제 호수 가는 길에서 본 이름 모를 야생화
17. 바흐알프제 호수
18. 건너편 그린델발트 주변
19. 건너편 그린델발트 주변
20. 피르스트에서
21. 피르스트 주변
22. 피르스트 주변
23. 피르스트 주변, 미나리아재비 꽃이다
24. 탄넨바움
25. 그린델발트 주변
첫댓글 드류형님 여행기를 보니 유럽 잔차 여행을 가고 싶네요... 누가 나하고 잔차여행 갈 사람? ㅎㅎㅎㅎㅎㅎ
사진이 예술인지, 예술이 사진인지,,구분이 안 가네요^^ 너무 멋있습니다...가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