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0일 연중 제17주간 화요일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36-43 그때에 36 예수님께서 군중을 떠나 집으로 가셨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와, “밭의 가라지 비유를 저희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37 예수님께서 이렇게 이르셨다.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이고, 38 밭은 세상이다. 그리고 좋은 씨는 하늘 나라의 자녀들이고 가라지들은 악한 자의 자녀들이며, 39 가라지를 뿌린 원수는 악마다. 그리고 수확 때는 세상 종말이고 일꾼들은 천사들이다. 40 그러므로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41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42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43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파리를 잡으려고 그런 것일 뿐
어려서부터 성경 속의 ‘가라지’가 참으로 궁금해서 여기 저기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이 가라지를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지요. 특별히 국어사전에 <볏과의 한 해 살이 풀. 줄기와 잎은 조와 비슷하고 이삭은 강아지풀과 비슷하다. 밭에서 자란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사람들에게 논에 나는 ‘피’ 혹은 ‘깜부기’라고 설명합니다. 가라지는 도대체 곡식으로는 양식이 될 수 없고, 밭의 영양분조차 다 빼앗아 먹어서 벼나 곡식이 자라는데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아주 번식력이 뛰어나 논이나 밭에 가라지가 있으면 그해 농사는 모두 망치게 됩니다. 이처럼 가라지는 씨 뿌리는 사람이 뿌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깜부기는 일종의 전염병 같은데 이삭이 패고 익어가는 벼, 보리, 밀 이삭이 갑자기 썩어서 새까맣게 되는데 이 깜부기의 홀씨가 곡식에 묻기만 해도 그 곡식 낱알을 이듬해에 심으면 모두 깜부기가 됩니다. 그래서 농부는 씨를 뿌리기 전에 먼저 정성을 들여 소독을 합니다. 큰 항아리에 곡식을 넣고, 10%-15%정도의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두면 깜부기의 홀씨가 없어져 그 해의 농사에 지장이 없게 합니다. 그런데 이 '피'나 '강아지풀'은 정말 어쩔 수가 없어서 일일이 뽑아주거나 알맹이가 여물기 전에 잘라서 불에 태워야만 합니다.
나의 인생을 가만히 살펴보면 가라지로 살았음을 느낍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산다고 항상 생각하고 살았지만 악마의 유혹에 물들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잘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내 기준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살기를 바랐고,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내 주장과 내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고 다스리려고 하였지요. 그래서 세상 사는데 정신이 팔려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고 알게 되었답니다.
이솝 우화에 원숭이를 잘 키운 사람이 있었지요. 이 원숭이는 주인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웬만한 일은 전부 원숭이에게 시켰는데 어느 여름날에 주인은 낮잠을 자고 싶었고, 콧물이 흐르기 때문에 원숭이에게 몰려드는 파리를 쫓으라고 부탁했습니다. 원숭이는 주인의 곁에서 아주 정성을 다해서 파리를 쫓게 되었는데 근 한 시간이 넘게 파리를 쫓다가 보니 원숭이는 팔과 다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슬슬 꾀가 나서 원숭이는 결심합니다. ‘이 파리들을 모두 죽이리라.’ 원래 팔 힘이 워낙 강한 원숭이는 마당에서 주워온 아주 큰 바위 돌을 힘껏 들어 올려 머리위로 치켜들고 있다가 주인의 몸에 파리가 가장 많이 몰려들었을 때 힘껏 내려쳤습니다. 주인을 괴롭히는 파리를 잡으려다가 그만 주인을 해치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면서 정말 어리석어서 파리 같이 보잘것없는 것 때문에 귀한 생명을 버리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정말 아주 작은 깜부기의 홀씨 같은 악마의 유혹과 세상의 유혹으로 일생을 망칠 수가 있지요. 조금씩 좀먹어 들어오는 가라지가 귀중한 하느님의 양분을 가로채고, 햇볕 같은 은총을 가로막고, 삶에 지치고 힘들어서 자포자기(自暴自棄)하여 살곤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죄 짓게 하고 옳지 않은 삶으로 몰고 가서 가라지처럼 불에 태워져 버릴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전쟁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여 잘못 인도하거나, 이혼을 하고 급기야 자살하는 사람들, 또 자기가 하는 일에 끌어들여 손해를 끼치는 사람들, 혹은 신앙을 잘못 인도하는 사람들로 우리가 불에 태워지는 사람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