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어로 된 새(鳥)이름에 관하여
漢子가 아닌 순수 우리말로 된 새 이름에는 참새, 비둘기, 오리, 매, 독수리, 황새, 까마귀, 까치, 기러기, 딱따구리, 거위, 따오기, 부엉이, 올빼미, 장끼, 까투리, 갈매기, 해오라기, 메추라기, 뻐꾸기, 소쩍새, 할미새, 닭, 꾀꼬리, 물총새, 뱁새, 제비, 뜸부기, 물떼새, 종다리, 지빠귀, 때까치, 논병아리, 가마우지, 찌르레기, 저어새 등이 있으며, 흰갈매기, 제비갈매기, 재갈매기 등의 예와 같이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종 또는 亞種으로 分類할 수가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살아오면서, 가장 가까이 접해온 새는 닭, 오리, 갈매기, 참새라고 생각한다. 닭과 오리는 일찍부터 우리 조상들에 의해 사육되었고, 참새는 들에서, 갈매기는 물가에서 쉽게 접하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름도 제일 먼저 지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위에 열거된 새이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로 '새'라는 일반적 명칭이외에 '기' 또는 '기'의 변형이라고 추측되는 '지'(기름과 지름의 예)가 있고, '올'과 '돌'이 보인다. 이 네가지 요소는 닭, 오리, 갈매기, 참새로 대표되는 일반적인 새이름에 각기 보이고 있다.
'새'는 현대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으므로 별개로 하고, '기'의 경우인 '따오기', '뜸부기'를 살펴 보면, '따옥+이', '뜸북+이'로 분해가 가능도 하겠지만, '비둘기', '장끼', '메추라기'의 경우에는 그러한 분해가 불가능하다. 또한, 까마귀, 지빠귀 등의 '귀'는 '까막+이'가 아니라 '까막+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를 새를 나타내는 말로 보고자 한다. 유창균에 의하면, '새'의 고어는 'sagi'로 재구되는데, 'sa'는 '새'로 발전되었고, 'gi'는 비둘기, 갈매기 등에서 보이는 '기'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sagi'는 'sa+gi'의 異音同義語로 볼 수도 있으며, sagi는 일본어 까치 gasasagi에 그대로 남아 있다. (참고문헌: 문자에 숨겨진 민족의 연원 / 유창균 pp113-114, 404-405)
'기'를 새를 뜻하는 말로 보면, 새털을 뜻하는 '깃털'이 '기+ㅅ+털'로 새의 털이라는 의미가 되고, 닭의 사투리인 '달구', '달기'는 닭의 '달', 까투리의 '툴', 비둘기의 '둘', 종다리의 '달', 일본어 '도리(鳥)'에서 보이는 새라는 의미의 '돌'과 '기'가 합하여 만들어진 異音同意의 합성어로 볼 수 있겠다.
솔개의 어원도 '소리+기(鳥)'이라고 추정된다. 소리는 수리(首)에서 왔으며, '수리+기> 소리+기> 솔기>솔개' 로 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수리류이나 몸체가 약간 작아 '기'를 첨가해서 부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닭에서는 '기'가 퇴화되어 'ㄱ'밭침으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나무의 사투리, 남구, 남기도 비슷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경우가 오리의 '올'인데, 해오라기의 '올', 딱따구리의 '우리'도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며, 역시 새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오라기는 '해+올+기'의 분석이 가능하며, 해는 흰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는 '빛+돌+기'에서 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둘기의 목 부분은 빛깔이 화사하다. 독수리의 경우, 外形에서 머리부분이 대머리(禿)와 비슷하여 禿수리로 볼 수도 있겠지만, '독수리'는 '독'+'수리'로 분해하여 '독'은 鳥의 고대 음으로 추정되기도 하며, 새를 의미하는'독'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리'는 首의 고대 음으로 추정되기도 하며, '머리'의 고어인 '수리'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정수리 등에 흔적이 남아 있다. (참고문헌: 한국어와 중국어의 자음대응 양상/ 김지형)
따라서 '독수리'는 '새의 우두머리' 또는 '새중의 왕'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어 condor 은 '큰도르' 즉 '큰새'와 발음상 매우 유사하다.위에서 언급된 새중 황새는 한새 즉 큰새란 의미이고, 참새는 鵲새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메추라기는 고어가 모차라기(차의 아는 아래·)인데, 메, 모는 山을 뜻하고 '기'는 새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추라', '차라'는 秋(갈)의 이두식 표현의 도입으로 갈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일본어로 메추라기가 ウズラ(와즈라)인 것을 접해 보면, 이 생각에 의문이 생긴다. '추라' 또는 '즈라'의 어원을 별도로 추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거위는 옛말이 '거유'인데, '위', '유'는 '올', '울'의 변형이고, '거'는 大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갈매기는 '갈(小)+매(目)+기(鳥)'로 보고, 두루미는 '두루(周)+미(目)'로 보고 싶은데, 이에 대 해 異見이 많다. 이 경우에도 메추라기의 경우와 같이 두루미의 일본어는 つる(츠루)인 것에 접하면 의문이 생긴다. つる(츠루)가 しろ(시로, 白)에서 변음되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메추라기의 '추라'나 ウズラ(와즈라)의 '즈라'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역시 우리가 잃어버린 새라는 의미를 갖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돌>도루, 두루>즈라, 즈루>추라, 츠루' 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종달새의 다른 이름 '노고지리'의 '지리'도 같은 경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