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김병환
강물은
흘러흘러
유월의
마지막 날
반년을
마감하니
나이테
희미하다
살아
가는 것인가
살아
내는 것인가
강 건너
불구경해도
근심은
쌓여만 간다.
김병환 시인 <근심>은 6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구체적인 시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근원적인 고뇌와 삶의 무게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유월의 마지막 날
강물은 흘러흘러 유월의 마지막 날에 당도 했습니다. 1년의 정확히 절반이 지나간 시점 시인은 이 반년의 마무리를 나이테 희미하다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합니다.
치열하게 살아왔으나 뚜렷한 흔적이나 성과 없이 희미해진 시간의 궤적을 바라보는 허탈함과 씁쓸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누구나 한 해의 절반을 보낼 때 느끼는 나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가에 대한 보편적인 성찰을 자아냅니다.
살아 / 가는 것인가 / 살아 / 내는 것인가
이 시의 가장 핵심 구절입니다.
살아가는 것이 삶을 주체적이고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태도라면
살아내는 것은 밀려오는 고난과 무게를 억지로 버티고 견뎌내는 피동적이고 치열한 태도를 뜻합니다.
시인은 이 짧은 질문을 통해 현대인들이 마주하는 실존적 고민을 관통합니다. 우리는 삶을 향유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은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근심은 쌓여만 간다
화자는 강 건너 불구경해도 근심은 쌓여만 간다고 고백합니다. 흔히 타인의 불행이나 세상의 소요를 강 건너 불구경으로 바라보려 해도 결국 내 안의 근심과 삶의 무게는 덜어지지 않고 켜켜이 쌓여간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세상과 거리를 두려 해도 인간인 이상 삶에 대한 불안과 근심으로 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실존적 한계를 고백 합니다
6월 30일이라는 반환점에서 누구나 느낄 법한 쓸쓸한 감정 강물 나이테 불구경 이라는 일상적이고도 상징적인 시어를 통해 지쳐 있는 이들에게는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고 위로하고 바쁘게만 살아온 이들에게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나이테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