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따라 마실 가듯 변산반도를 걷다
김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다 창밖을 내다보면 구름 아래 출렁이는 바다가
보인다.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보며 섬 이름을 맞춰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그런데 그 재미를 오래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있다.
올록볼록한 서해안의 해안선을 단조롭게 잇고 있는 방파제들이다. 그중 으뜸은 누가 뭐라해도 새만금방조제이다. 하늘에서조차 그 거대한 위용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그곳에서 시작해 서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변산반도의 해안을 따라 걷는 마실길이다.
고사포해수욕장. <사진 제공=부안군청>
↑ 채석강 해안을 걷는 사람들.
국립공원의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걷다
변산반도 마실길. 이름만으로도 친근함이 묻어난다. 길을 걷다 어린 시절 친구를 만나고, 앞집 옆집에 살던 이웃을 만날 듯한 마음이 생기는 것. 그래서인지 이 길에선 정겨운 인심을 기대하게 된다.
그 기대를 채워주는 것은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1988년에 19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변산반도는 태안반도와 함께 서해안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다. 해안을 중심으로 한 태안과 달리 산과 바다를 함께 어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곳곳에 볼거리도 많다. 그 첫 번째 장소는 마실길 출발지인 새만금전시관이다. 부안과 군산을 연결
하는 새만금방조제는 그 길이만 33.479㎞나 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여의도 140배 넓이의 국토를 넓힌다고 한다.
방조제 작업이 모두 완성되어 만들어진 땅에는 농지와 임해공단, 국제무역항, 관광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이처럼 대대적인 국토확장공사의 과정과 그 효과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새만금전시관이다. 공사현장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물론 공사 과정을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어 있다. 새만금을 만드는데 들어간 노력과 수고를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새만금전시관 앞을 출발해 걷는 길은 바다와 산, 솔숲으로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간다. 걷는 동안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위를 지나고, 나지막한 변산 언덕을 넘어 고사포해수욕장의 소나무 숲을 지나고, 밭두둑을 지난다. 그 길은 적벽강, 채석강 같은 명승지에 다다라서야 멈춰 선다.
덕분에 길을 걸으며 만나는 풍경도 다채롭다. 짙푸른 바다의 넘실거림, 발끝을 간질일 듯 다가서는 파도, 솔향 가득 머금고 불어오는 바람, 모래 속에 집을 짓고 오르내리는 작은 게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태양 등 서해를 찾아 누릴 수 있는 모든 풍경을 이 길에서 만나는 것. 뚜벅뚜벅 걸어서야 만날 수 있는 변산반도의 속살인 셈이다.
밀물을 만나면 숨어버리는 해안 길
마실길은 총 3단계로 나눠 100여 ㎞를 잇는 길로 만들어질 예정이란다. 현재는 마실길 1단계 코스인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의 약 18㎞ 거리만 만들어져 있다. 1단계로 완성된 길도 3코스로 나눠진다.
1코스는 새만금전시관에서 송포마을까지이다. 이 길에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는 크고 작은 야생식물들이 많다. 겨울 추위에 움츠러들어 있는 땅을 비집고 올라온 작은 식물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는 길이다.
2코스는 송포마을 인근에서 시작해 고사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모래사장을 걷다 지칠 때쯤 울창한 솔숲에 다다르는 것이 매력이다. 그곳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바닷바람에 묻어온 미네랄과 소나무의 피톤치드를 함께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
고사포해수욕장에서 닭이봉까지가 3코스이다. 약 8㎞ 이어지는 이 길은 변산의 명승이 가득한 격포에 닿는다. 사자를 닮아 그 기개를 배울 수 있다는 적벽강, 책이 층층이 쌓여 산을 이룬 듯한 지층을 볼 수 있는 채석강이 그것이다. 지층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1단계 1코스에서 3코스까지 걷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넉넉히 7시간 정도 예상하면 된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면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마실길은 격포에서 모항까지 이어지는 2단계 걷는 길과 모항에서 줄포자연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3단계 걷는 길로 나눠 완성될 예정이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의 길을 걸을 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라는 사실이다. 썰물이 되어 해안이 길게 드러났을 때는 길이 있지만 밀물이 되어 바닷물이 해안 가까이로 들어왔을 때는 길이 없어지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실길을 걷기 전, 반드시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http://byeonsan.knps.or.kr)에서 물때를 확인한 후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로 나와 30번 국도 부안 방향으로 진입. 새만금전시관 이정표를 따라갈 것. 전시관 앞에서 '변산반도 마실길'이 시작된다. 자동차는 새만금전시관 앞에 주차해두고 걸으면 된다. 걷기가 끝나는 격포에서 새만금을 오가는 버스를 타고 새만금전시관으로 돌아올 것.
◇느낌여행사(www.filltour.com)는 변산반도 마실길 트레킹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오전 7시 시청역 앞에서 출발해 11시께 새만금전시관에 도착, 약 5시간 동안 마실길을 걸은 후 서울로 돌아오는 당일여행상품이다. 새만금전시관~항구마을포구~대항마을~변산~송포포구~사망마을~고사포해변~성천포구~하섬전망대~적벽강~격포항을 잇는 코스다.
왕복교통비, 아침간식, 점심식사, 여행자보험이 포함된 여행요금은 어른 4만5000원, 어린이 4만3000원이다. 12월 5일과 6일 단 2회 출발한다.
또한 낙엽길 따라 옛길을 걷는 '순천 조계산 굴목재 옛길 트레킹' 상품도 판매한다. 승선교~ 선암사 ~ 선암사골~선암굴목재~송광굴목재~홍골~신평천~송광사로 이어지는 산길을 4시간 30분 동안 걷고 돌아오는 당일여행 상품.
왕복 교통비, 아침 간식, 점심식사, 안내비, 여행자 보험이 포함된 여행요금은 어른 4만5000원,
어린이 4만2000원이다. 11월 28일과 29일 단 2회 출발한다. 등산복, 등산화, 여벌 옷, 모자, 간식,
생수, 사진기, 상비약 등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02)777-9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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