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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덕유산의 초하(初夏) – 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구천동
1.향적봉에서 조망, 멀리는 가야산, 그 앞은 단지봉, 그 왼쪽은 수도산
멀리서 그 산을 바라보기만 할 때나 또는 그 골짜기에 들어설 때 이미 나는 목적지 풍경을 눈에 떠올리고 길을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별로 보잘 것도 없고 따분한 고장이라도 정신적으로 이미 내 것이 되고 흥미 있는 것으
로 바뀐다. (…) 산비탈 색깔이 멀리서 보아도 어딘가 엷고 짙은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면 그곳에 협곡이 있음을 알아
차리게 된다. 멀리서 나무와 풀을 뜯는 양떼들, 그리고 산장의 크기만 보고도 거기까지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가늠해
보고, 거기에 이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를 헤아려보아야 한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길안내 표지판이 곳곳
에 세워져 이 같은 여러 가지 귀중한 정신적인 기쁨을 알피니스트로부터 빼앗아가고 만다. 지나친 편리성과 친절이
알피니스트를 둔감하게 만들고 게으르게 만들어버린 것은 섭섭하기 짝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 오이겐 귀도 라머(Eugen Guido Lammer, 1862~1945), 『청춘의 샘』(임종한 옮김, 수문출판사, 1989)
▶ 산행일시 : 2026년 6월 27일(토), 맑음
▶ 산행코스 : 안성탐방지원센터,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
▶ 산행거리 : 도상 17.2km
▶ 산행시간 : 6시간 32분(09 : 55 ~ 16 : 27)
▶ 교 통 편 : 반더룽산악회(28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00 – 양재역 12번 출구 50m 전방, 마을버스정류장
08 : 55 – 금산인삼랜드휴게소( ~ 09 : 15)
09 : 55 – 안성탐방지원센터, 산행시작
10 : 06 - 문덕소
10 : 12 – 칠연폭포 갈림길, 안성탐방지원센터 1.2km, 동엽령 3.1km, 칠연폭포 0.3km
11 : 17 – 동엽령(冬葉嶺, 1,290m), 향적봉 4.3km
12 : 06 – 백암봉(1,503m), 휴식( ~ 12 : 21)
12 : 46 – 중봉(1,594m), 향적봉 1.1km
13 : 10 – 향적봉(香積峰, 1,614.2m), 휴식( ~ 13 : 20), 백련사 2.5km, 구천동주차장 8.9km
14 : 09 – 백련사 계단(白蓮寺 戒壇)
14 : 16 – 백련사(白蓮寺)
14 : 33 – 구천폭포
14 : 44 – 청류계
15 : 08 – 금포탄(琴浦灘)
15 : 21 – 다연대(茶煙臺)
15 : 51 – 덕유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15 : 58 – 월하탄(月下灘)
16 : 27 – 구천동주차장, 산행종료, 버스출발( ~ 17 : 06)
18 : 25 – 청주휴게소( ~ 18 : 40)
19 : 45 - 양재역
2. 덕유산 지도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동엽령을 올라 향적봉, 백련사, 무주구천동으로 가는 산행코스는 이제 덕유산 당일 산행의
고전코스로 자리매김하였다. 산행거리 17km에 소요예상시간은 7시간이니 아주 적당하다. 그런데 동엽령에서 그
남쪽 주릉인 무룡산, 남덕유산을 올라 영각사로 가거나 또는 그 반대로 진행하는 상품이 아직 없는 게 약간 섭섭하
다. 이 경우 산행거리가 20.5km 정도 되니 소요시간으로 8시간을 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안성탐방지원센터 앞 주차장이 의외로 한산하다. 이 주차장이 붐빌 경우 0.8km 전인 통안교 근처에서 산행을 시작
해야 한다. 산행대장님은 안성탐방지원센터에서 동엽령(1,320m)까지 4.3km를 적어도 2시간 걸려 오르시라고
당부한다. 그렇지만 완만한 오르막이라 나는 1시간 30분을 예상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맨 먼저 뛰쳐나간다.
칠연계곡(七淵溪谷) 숲속 임도를 간다. 계곡 물소리가 낭랑하다. 그에 발맞추어 씩씩하게 걷는다.
문덕소는 공사 중이다. 문덕소 앞 출렁다리가 소와 소로 떨어지는 폭포의 관폭대인데 출입을 막았다. 어느 한 도사
가 이 소를 지나는데 옥황상제가 나타나 “인간 세상에 덕을 얼마나 베풀었느냐”고 물었으나, 도사는 덕을 베풀기는
커녕 오히려 지독한 구두쇠 부잣집을 물에 떠내려가게 한 일 때문에 벌벌 떨기만 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조금 더 오
르면 칠연폭포(0.3km) 갈림길이다. 칠연폭포를 들를까 말까 아까부터 고민했다. 나는 산행시간을 최대한 저축하여
구천동에서 이를 소비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그 고민이 저절로 해결된다. 칠연폭포 쪽 계곡의 수량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공사 중이라서 그쪽 출입을 막았다.
홀가분하여 동엽령을 향한다. 일단의 젊은 등산객들과 함께 간다. 남자와 여자 각각 2명이다. 그들과 내 걸음 속도
가 비슷하다. 그들 뒤를 쫓는다. 그중 한 남자는 힘이 아주 좋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목청 높여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얼마 전의 설악산 울산바위 산악사고도 자기 나름으로 해석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뒤를 쫓는 나는 가쁜 숨에
할딱거리지만 그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다.
그러면 그렇지 데크계단 오를 때에 이르러 힘이 빠졌는지 자기 걸음으로 가겠다며 길을 양보한다. 내가 앞장선다.
계곡 물소리 끊기고 동엽령 0.8km 긴 데크계단을 오르고 돌길 약간 지나 계단 길을 오른다. 울창한 숲속 길에 차차
하늘이 트이고 동엽령이다. 일대 경점이다. 서쪽으로 운장산과 구봉산이, 그 왼쪽으로 팔공산, 사두봉, 장안산, 백운
산이, 동쪽으로는 비계산, 두무산, 오도산, 보해산, 금귀산, 박유산이 적조했던 터라 무척 반갑다.
3. 우리 집에 베란다에서 본 아침놀, 아래 가운데 산은 천마산
4. 칠연계곡 문덕소 바로 위쪽 와폭
5. 동엽령에서 조망, 멀리 가운데는 두무산과 오도산, 그 앞은 금귀산
6. 멀리 가운데는 황매산
7. 멀리 가운데는 의상봉과 두무산, 오도산, 그 앞은 보해산과 금귀산
8. 백암봉 아래 상여덤
9. 참조팝나무
10. 통안교에서 덕유주릉으로 오르는 능선의 가세봉
11. 앞은 상여덤, 멀리는 오도산
12. 멀리는 남덕유산, 그 앞은 삿갓봉, 그 앞 왼쪽은 무룡산
13. 왼쪽은 금원산과 기백산, 그 오른쪽은 황석산과 거망산, 멀리 가운데는 지리산 천왕봉
동엽령은 땡볕이 가득하다. 이때는 바람도 잔다. 곧장 백암봉을 향한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봉봉을 넘는
다. 하늘 가린 숲속이다. 등로 주변은 온통 참조팝나무 꽃길이다. 우리나라 국생정에 22종의 조팝나무가 등재되어
있는데 그중 참조팝나무다. 낙엽 활엽관목인 참조팝나무(Spiraea fritschiana C.K.Schneid.)는 우리나라 특산식
물이다. 종소명 프리치아나(fritschiana)는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인 카를 프리치(Karl Fritsch, 1864~1934)를 기
리고자 헌정된 이름이고, 명명자 C.K.Schneid는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조경가인 카밀 칼 슈나이더(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이다.
영문명은 Korean spiraea이고, 일본명은 조센시모츠케(チョウセンシモツケ, 朝鮮下野)로 ‘조선에서 자생하는
일본조팝나무’라는 뜻이다. 비슷한 표고의 봉우리 2개를 넘고, 길게 올라 1,378m봉을 넘고 데크계단 오른다. 계단
마다 경점이다. 무룡산과 삿갓봉, 남덕유산에 이르는 덕유주릉이 화려하다. 멀리 하늘금으로 지리주릉이 가로로 놓
였다. 데크계단 오르고 숲속 길 조금 더 가면 백암봉 정상이다. 우선 사방팔방 둘러본 다음 숲속 그늘에 들어 휴식한다.
백암봉은 백두대간의 갈림길이다. 갈천 임훈(葛川 林薰, 1552~1584)은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峰記)」
에서 이 백암봉 또한 향적봉의 뿌리로 설명한다. 불영봉과 황봉은 각각 지금의 무령산과 남덕유산이다.
“향적봉의 뿌리는 조령에서 속리를 거쳐 직지를 지나 대덕으로 갔다가 초재의 서쪽에 이르러 거창의 삼봉(三峯)이
되니, 곧 이 산의 제일봉이다.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뻗어 가서 대봉이 되고, 또 서쪽으로 뻗어 가서 지봉이 되며,
또 서쪽으로 뻗어 가서 백암봉이 되고, 또 서쪽으로 뻗어 가서 불영봉이 되며, 또 서쪽으로 뻗어 가서 황봉이 되고,
백암봉에서 다시 방향을 바꾸어서 이 봉우리가 된다. 이 봉우리가 가장 높고 황봉이 그다음이며, 불영봉은 또 그다
음이 된다. 이것이 이 산의 대략이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13년 이맘때 오지산행 15명이 빼재에서 육십령으로 갔다. 도상 29.6km. 14시간 26분이
걸렸다. 그때 나는 이 백암봉에서 녹초가 되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옛날이다. 그때 저기서 본 꽃쥐손이가 눈
에 선하다. 오늘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그 꽃을 본다. 당나라 시인 유정지(劉廷芝, 651~679?)가 읊은 그대로다.
年年世世花相似 연년세세 꽃은 같아도
世世年年人不同 세세연년 사람은 같지 않아라
백암봉을 내렸다가 오른 1,483m봉 서쪽 능선은 가세봉(加世峰, 1,370m)을 넘어 통안교로 간다. 지금은 비탐구간
이다. 1,483m봉을 지나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덕유평전이다. 또한 전후좌우로 가경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가야산과 단지봉, 수도산이, 북쪽으로는 적상산과 천태산이 새롭게 보인다. 중봉 오르는 길이 만만하지 않다. 등로
주변에 줄 이은 범꼬리, 원추리, 꽃쥐손이, 참조팝나무가 응원한다. 돌길 지나고 데크계단 길게 오르면 중봉이다.
세상의 중앙에 서 있는 느낌이다.
중봉에서 향적봉 1,1km. 아껴 걷는다. 겨울이면 일목일초마다 눈꽃이 찬란했던 길이다. 덕유산은 확실히 겨울 산이
다. 첩첩설산의 조망과 장쾌한 덕유주릉의 풍경이 환상적이지만, 산길 또한 그에 못지않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눈으
로 매끈하니 포장했으니 얼마나 걷기 좋던가. 향적봉대피소는 들르지 않고 향적봉을 오른다. 겨울에는 눈에 덮여 몰
랐던 계단 오르막이다.
14. 남덕유산, 멀리 오른쪽은 팔공산
15. 멀리 가운데는 반야봉
16. 멀리 가운데는 가야산, 그 앞은 단지봉, 맨 왼쪽은 수도산
17. 덕유주릉 중봉
18. 왼쪽이 향적봉
19. 적상산, 멀리는 천태산
20. 꽃쥐손이(털쥐손이)
21. 남덕유산으로 뻗은 덕유주릉
22. 앞이 백암봉, 왼쪽은 금원산과 기백산
23. 멀리는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그 앞은 백운산, 거칠봉, 그 앞은 칠봉
24. 남덕유산으로 뻗은 덕유주릉
향적봉은 오늘도 만원이다. 설천봉과 백련사에서 오른 사람들과 합세한다.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너른 정상에 땡볕이 가득하지만 대기는 서늘하다. 배낭 벗어놓고 오래 휴식한다. 사방 첩첩 산
둘러보며 냉탁주 독작한다. 술맛 난다.
산악인 김장호(金長好, 1929~1999)가 여기에 오른 감흥을 나도 아울러 느낀다.
“발아래 거뭇거뭇 갈매빛으로 너울거리는 산줄기도 여기만 쳐다보는 시늉이다.
그러나 아아, 대덕유, 지금은 거기 ‘산악인의 집’이란 대피소도 섰지만 그때만 해도 퀭하게 버려진 이승가녘의 둔덕,
그 정수리에 올라서서 부르는 쾌재는 내가 밟은 산줄기를 메아리처럼 감돈다. 누가 일러 이 산을 한반도 속고갱이라
했던가. 아랫배에 힘을 모아 질러대는 소리는 이미 소리가 아니라 실실이 흩어지는 구름조각이다.”
(金長好, 『韓國名山記』, 평화출판사, 1995)
이제 무주구천동으로 갈 시간이다. 욕심 같아서는 다시 중봉으로 되돌아가서 오수자굴 코스로 가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빠듯할 것 같아 향적봉대피소도 들르지 않고 곧바로 백련사로 내린다. 백련사 2.5km. 줄곧 가파른, 이리로 오
르지 않기 잘했다 싶은 내리막이다. 군데군데 험로는 데크계단으로 덮었다. 마주치는, 비지땀 쏟으며 헉헉대는 등산
객들이 조금은 안쓰럽다. 데크계단에서 건너편의 웅장한 백두대간 귀봉의 모습을 한 차례 보는 것을 끝으로 조망은
더는 없다.
가파른 내리막은 백련사 계단(戒檀, 계법을 전수하는 곳)에서 잠시 수그러들다가 다시 한 피치 내리고 산죽 숲 사면
을 돌면 백련사다. 절집에 들른다. 본전은 대웅전이다. 그 현판은 한석봉의 장중한 글씨다. 과거 한석봉이 남긴 친필
서체에서 ‘大雄殿’ 글자를 정밀하게 채자·모사하였다. 여러 주련 살피고 그중 원통전(圓通殿)의 주련을 가져온다. 알 듯 말 듯하다. 중국 송나라 때 승려 도원(道原, 생몰년 미상)이 편찬한 선종의 역사서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에 수록된 게송이라고 한다.
圓覺山中生一樹
開花天地未分前
非靑非白亦非黑
不在春風不在天
깨달음의 원각산 가운데 한 그루 나무가 자라나
하늘과 땅이 나뉘기 전에 이미 꽃이 피었네
그 빛깔은 푸르지도 희지도 않고 또한 검지도 않으며
봄바람 속에도 없고 저 하늘에도 있지 않도다
25. 멀리 지리주릉(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연릉)이 흐릿하다
26. 향적봉, 왼쪽 아래는 적상산
27. 멀리는 백운산, 장안산, 사두봉, 팔공산
28. 꽃쥐손이(털쥐손이)
29. 멀리 가운데는 의상봉과 두무산, 오도산, 그 앞은 보해산과 금귀산
30. (향적봉에서 바라본) 멀리는 지리산 반야봉
31. 무룡산, 삿갓봉, 남덕유산
32. 멀리는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그 앞은 백운산, 거칠봉, 그 앞은 칠봉
33. 앞 오른쪽은 귀봉, 멀리 가운데는 가야산
34. 앞은 설천봉 상제루, 그 뒤는 적상산, 멀리는 천태산
35. 멀리는 지리주릉, 그 앞은 대봉산, 그 앞은 월봉산
36. 아침놀
37. 향적봉 한낮의 하늘
드디어 오늘 산행 또 하나의 볼거리인 구천동 계류를 이웃하며 간다. 구천동계곡의 제33경을 일람하는 것이다.
제33경은 향적봉, 제32경은 백련사이다. 그 다음인 이속대, 연화폭, 백련담은 별로 눈에 차지 않는다. 구천폭포는
그 앞으로 내려가 바라본다. 청류계는 임도에서 바라보고, 금포탄(琴浦灘)은 산죽 숲을 헤치고 찾아간다. 바람에
나부끼는 수목 소리와 계곡을 흘러 떨어지는 냇물의 조화는 탄금(彈琴)을 능가하는 신비로운 음률을 이룬다고 한
다. 그럴 듯하다. 주변은 너른 반석이라 쉬기 좋다.
다연대(茶蓮臺)는 어사길 무지개다리 건너고 목책 몰래 넘어 비스듬한 이끼 낀 슬랩을 살금살금 지나 그 앞으로
다가간다. 구천동을 참승하던 옛 선인들이 비파담으로 미끄러지는 옥류(玉流)에 감탄하고 차를 끓여 마시면서 심신
의 피로를 풀었다는 명소다. 쾌속으로 흐르는 와폭과 굉음에 내 심신 또한 세척하는 기분이다. 후련하다. 계류와 가
까운 어사길로 내린다. 수많은 와폭을 만나지만 강한 햇살이 직사하여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다. 구천동계곡의 압권
은 탐방안내소 지나서 만나는, 제15경인 월하탄(月下灘)이다. 선녀들이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내려오듯, 두 줄기 폭
포수가 기암을 타고 쏟아져 내려 푸른 담소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월하탄을 관폭대에서 보려니 나무숲에 가려 감질만 난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 목책 얼른 넘어 비탈진 사면을 미끄
러지듯 내리고, 바위 기어오르고 내려 월하탄 앞에 선다. 물보라 맞는다. 장관이다. 한참을 머문다. 임도를 오르는
사면도 쉽지 않다. 달달 기어오른다. 그리고 여러 탐방객들 무리에 섞인다. 식당가 지나면서 가게에 들러 캔맥주
하나 사서 주차장으로 간다. 하산주 마시며 김장호가 보고 느낀 무주구천동을 생각한다.
“백련사에서 설천까지 70여리, 25km에 걸치는 이름자대로 구절양장(九折羊腸), 무주구천동은 세상이 다 아는 그
33경으로 더욱 이름이 난 골짜기다. 삼공리를 중심으로 설천까지의 하류를 하구천동이라 하고 그 상류 쪽을 상구천
동이라 한다. (…) 1969년 국민관광단지가 되고 이어 75년 2월 1일자로 둘레 219평방 킬로에 걸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길이 넓혀지고 호텔이 들어서고 식당이 늘어나고 하더니, 마침내 33경은 그 그윽함을 거두어 산상으로
쫓겨 가고, 삼공리 아래로는 더구나 구정물 도랑이 되고 말았다.”
“(…) 알고 보면 사실, 제 발로 오르내리는 이는 산을 더럽히는 법이 없는데, 무엇이 바쁜지 목표만을 쫓아 줄달음치
는 사람들이 들어 골짜기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길목의 늪이며 반석, 둘레경관이 바로 그 목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속 알갱이가 따로 있는 줄 알고, 양파껍질을 한 겹씩 끝까지 다 벗겨버리고 난 뒤, 그때 맨손
을 들고 멍청해 하는 원숭이같이, 끝내는 허망만을 안고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제가 버린 그 허망한 껍질
들로 제가 다치고, 또 무주구천동으로 하여금 오늘 이 모습으로 변모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김장호, 위의 책)
38. 백두대간 귀봉
39. 백련사 대웅전 현판, 한석봉 글씨를 집자했다
40. 구천폭포
41. 청류계
42. 금포탄(琴浦灘)
43. 다연대(茶煙臺)
45. 월하탄(月下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