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생각
1.
우리마을 10여 가구는
거의 내 어렸을 적 또래의 후손들인데
집은 옛집이 아니다
우리 집 또한 나의 생가는 아니지만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장가 들어 부모님 모시고
5남매를 키우던 옛날 그 집이 아니다
헐어빠진 옛집을 헐어내고
그 터에 새로 벽돌집 짓고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전기오븐 같은 주방기구며
보일러장판 실내화장실을 사용하면서
20여 년째 살고 있지만
2.
문득 문득 생각나는 어릴 적 옛집생각
어머니가 제일 많이 고생하셨지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을 때마다 눈물깨나 흘리셨지
깊고 어두운 부엌간에 부엌데기 어머니
생솔가지는 덜 탄 연기만 내 뿜지
방고래로 불은 잘 안 들이지
매캐한 연기 속에서 때 묻은 행주치마로 재티를 털어내고
눈물을 찍어내며 눈물로 국을 끓이고 밥을 지어
부뚜막에 걸린 무쇠 솥에서 뜨거운 밥을 퍼서
개다리소반에 끼니때마다 밥상을 차려 들고
깊은 부엌에서 봉당으로 봉당에서 높은 마루로 올라가
다시 문지방을 넘어 겨우 방 안에 상을 내려놓으며
겨우 한숨을 쉬고 힘겹게 허리를 펴셨지
3.
내가 장가들어 어른이 된 뒤에
순 농촌출신 새댁이 황토 흙을 반죽해
찬바람 술술 새어드는 바람벽도 바르고
이리저리 뚫린 쥐구멍도 틀어막고
밤새도록 우당탕 쥐들이 뛰어 놀다가 찢어진 천정구멍을
기가 막히게도 아내가 내 교사자격증을 찾아 붙여버렸지
다행인 것은 이미 내가 관내 중학교교사로 취직했다는 것
20리길을 출퇴근할 때
아내가 재 너머까지 마중 나오고
위로 두 누나가 지켜보는데 사내 녀석 3총사가
내가 구슬치기며 자치기 하며 놀던 바깥마당에서 달려들어
어깨며 팔뚝에 매달려 뺑뺑이를 돌려주던 그 시절
힘들었지만 기운이 펄펄 솟았지 용솟음쳤지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