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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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들 하지만 분명 더 아픈 손가락은 있을 겁니다.
잘난 자식이야 그렇다손 치고,
오히려 못난 자식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겠지요.
늘 못사는 딸자식이 눈에 밟힌다고 걱정하며 눈을 감지 못하시던 부모님 생각에 명절이 되면 오히려 누이가 한없이 미워지곤 했다는 이도 있습니다.
詩 속의 늙은 아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지요.
“아, 살아있다는 것은 고통만은 아니구나. 살아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구나.”
삶이 갈 때까지 가서야 결국 눈물짓게 하는,
슬픔과 하염없음이, 상처와 시련이 곡진하게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부엌에서 조기 구우면서 찍어내리는 눈물도 분명 쉽게 흘리는게 아닌듯 하구요.
올 추석에는 날씨가 어쩌련지 보름달이 뜬다곤 하는데, ,
모두에게 의미있는 좋은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24.9.16.월.
추석 만월/송진권
애탕글탕 홀아비 손으로 키워낸 외동딸이
배가 불러 돌아온 거나 한가지다
동네 각다귀 놈과 배가 맞아
야반도주한 뒤 한 이태 소식 끊긴 여식
더러는 부산에서 더러는 서울 어디 식당에서
일하는 걸 보았다는 소문만 듣고 속이 터져
어찌어찌 물어 찾아갔건만
코빼기도 볼 수 없던 딸년 생각에
막소주 나발이나 불던 즈음일 것이다
호박잎 그늘 자박자박 디디며
어린 것을 포대기에 업고
그 뒤에 사위란 놈은
백화수복 들고 느물느물 들어오는 것 같은 것이다
흐느끼며 큰절이나 올리는 것이다
마음은 그 홀아비 살림살이만 같아
방바닥에 소주병만 구르고 퀴퀴하구나
만월이여
그 딸내미같이 세간을
한번 쓰윽 닦아다오
부엌에서 눈물 찍으며 조기를 굽고
저녁상을 볼 그 딸내미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