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00선이 붕괴됐다. 이달 들어서만 시가총액 127조원이 증발했다. 연초 상승 가도를 달리던 삼성전자 (75,900원 ▼200 -0.26%), SK하이닉스 (172,200원 ▲600 +0.35%) 등 대형주들도 하락을 반복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안한 증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전달 대비 154.77포인트(5.63%) 하락했다. 지난 19일 기준 2591.86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은 127조1220억원 감소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던 반도체 랠리에 제동이 걸린 영향이다. 그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독보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작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수요 회복도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투자심리가 함께 꺾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1분기 신규 수주액이 예상(54억유로)을 크게 밑돈 36억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총 1위이자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이 기간 5.83% 하락했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9만전자를 노렸으나 현재는 7만7000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우 (63,700원 ▼200 -0.31%)(-4.12%), SK하이닉스(-5.3%) 등도 하락했다.
밸류업 상승 랠리가 멈춘 것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나온 데 이어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며 밸류업 추진 동력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밸류업 수혜가 예상됐던 △KB금융 (71,300원 ▲1,800 +2.59%)(-8.35%) △신한지주 (44,350원 ▲50 +0.11%)(-9.24%) △삼성생명 (85,800원 ▲1,600 +1.90%)(-16.25%) △삼성화재 (303,500원 ▲3,000 +1.00%)(-9.31%) 등 금융주도 이달 들어 하락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커졌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미국 10년물 금리가 4.6%대로 상승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위기)가 고조되면서 강달러·고유가 현상이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서 대규모로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 3일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 선물 6조10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월 첫 3주 동안에도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매도해 코스피지수가 2670선에서 2430선으로 하락했다"며 "이번에도 유사한 패턴으로 외국인 선물 매도가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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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럴 때일수록 1분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기업 혹은 강달러·고유가에 수혜를 받을 업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NH투자증권은 △반도체 △IT(정보기술)하드웨어 △기계 △비철금속 △방산 업종을, 상상인증권은 △반도체 △전력기계 △음식료 △조선 △철강 등의 업종을 주목하라고 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외부 요인들의 불확실성이 점증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건 기업 실적"이라며 "투자자들이 실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투자와 관련된 분야, 원화 약세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출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삼성전자 (75,900원 ▼200 -0.26%) △한화오션 (34,400원 ▲2,200 +6.83%) △삼성E&A (26,200원 ▼100 -0.3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30,500원 ▲10,500 +4.77%) 등의 종목들이 강달러·고유가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봤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서 유리한 조선, IT 등의 수출주와 고유가에 수주 확대 기대가 가능한 건설플랜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의한 방위 지출 증가로 방산 업종들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