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적으로 마약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지금 마약인 펜타닐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펜타닐은 인공으로 만든 오피오이드 즉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이다. 마약중의 마약이다. 중독성이 강하고 마약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헤로인의 50배를 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기 암 환자처럼 엄청난 통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약물이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2ml로 아주 적은 분량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그야말로 악의 약물이라고 불리운다.
이러한 악마의 약물인 펜타닐이 미국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미국의 18살에서 49살까지의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펜타닐 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사망률이 높은 지역은 존덴버의 < take me home country road> 팝송에 등장하는 곳인 웨스트 버지니아, 오하이오, 메릴랜드 등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라고 한다. 한때 미국에서 마약 복용은 주로 흑인 그리고 히스패닉, 동양계 이민자들이 하는 짓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는 모양새이다. 미국 각주에서 대부분 급등세를 보이지만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무려 13배나 광폭등했다는 통계도 등장한다. 특히 최근 3년동안 가파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왜 미국에서 이렇게 마약 중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왜 인간은 마약을 복용하는냐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의 뇌속에는 인간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물질이 분비된다. 바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도파민은 인간이 만족할만한 일을 성취하거나 이상적인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악, 미술 그리고 스포츠를 할 때 그 만족감과 함께 아주 조금씩 분비되는 묘약적인 물질이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이 바로 그런 종류의 물질이다. 술과 담배를 하면서도 그런 도파민의 분비를 약간씩 느낄 수가 있다. 이 도파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냐 하면 쥐를 통한 실험에서 잘 나타난다. 쥐가 특정 스위치를 누르면 도파민 투여되도록 만든다. 스위치를 누른뒤 그 쾌감을 느낀 쥐는 하루종일 먹이도 먹지 않고 특정 스위치만 누르다 결국 영양실조로 죽게 된다. 이 도파민의 위력 아니 그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쥐도 이런데 인간은 오죽 하겠는가.
뇌는 이러한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는 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너무 자주 도파민이 분비되면 신체에 나쁜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하지만 마약성분은 이러한 도파민 분비 억제 기능을 마비시킨다. 그러니 마약을 복용하면 한꺼번에 봇물터지듯이 도파민이 분비된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활홀경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마약성분이 사라지면 뇌는 다른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토대를 상실하고 오로지 도파민이 분비되기만을 갈망한다. 그러니 뇌는 빨리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마약을 찾아서 먹으라고 강요한다. 마약중독자들이 정신없이 마약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마약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요상한 모습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에서 바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왜 이렇게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마약 중독이 급증한 것일까.그것은 바로 코로나 19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인들이 격리상태에 들어갔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포와 마스크착용으로 인한 답답함 그리고 격리로 인한 정신적 불안속에 놓이게 됐다.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하고 허망한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한 심리상태를 위로해 줄 것을 찾다가 마약에 손을 대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풀이로 시작했지만 한 번의 접촉으로 중독상태에 빠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의 마약 중독성이 가히 악마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의료비가 너무도 비싼 것에도 큰 요인이 있다고 한다. 장기적 치료에 너무 많은 돈이 드니 비교적 간편하고 돈도 덜 들고 시간이 단축되는 진통제 처방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단시간 치료에는 대부분 마약성분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일단 순간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니 그 의사 정말 용하다는 소문이 나고 그러면 그 의사는 더욱 강한 마약 진통제 성분을 처방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마약 중독자들이 급증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미국뿐만이 아니고 한국도 마약의 요주의 국가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불법 유통되는 펜타닐 원료의 주 생산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나 상품 교역량에서도 한국은 중국 영향권에 들어있다. 한국도 펜타닐 불법 유통의 핵심지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통해 마약의 원료물질에서부터 완제품까지 다양한 형태로 한국에 많이 퍼져나가고 있는 만큼 마약에 대한 엄중한 관리와 단속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마약 전문가들은 이제 팬더믹에서 벗어나고 있으니 방에서 탈출해 대자연과 벗하며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마약보다 더 즐겁고 유쾌한 재료들이 있으니 그런 것을 찾으라고 조언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팍팍해지고 이웃사이의 교감도 없어지고 사회생활도 극도의 이기주의속에 존재하다보니 전문가들 조언처럼 그렇게 쉽게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마약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그 공동체 나아가 사회 국가까지도 붕괴시키는 무서운 악마같은 존재이다. 조금 힘들더라고 강력한 규제와 단속 그리고 개인들의 자성적 판단에 의해 절제하고 조심해 나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마약 중독이 유행처럼 번지는 나라치고 멸망하지 않는 국가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3년 2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