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작은 방 하나. 부엌. 욕실. 그리고… 창고같은 아주 커다란 방 하나. (여긴 문을 열자마자 웬지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금방 닫아버렸다. 온 사방이 어두워서 안에 뭐가 있는지조차 볼수없었다.) 뭔가 좀 특별할까?하고 내심 기대했지만 그저 평범한 백수의 집이다. 의(衣),식(食),주(住)만을 충족시키는 단순한 구조. 평범한 사람들이 본다면 까무라칠 내 방 안의 그 어느것도 없다. 오빠는 마법이랑은 거리가 머니깐 없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겠다. 내가 사는 곳은 그저 방 한칸뿐. 다른건 없다. 어두컴컴한 지하에 위치하고 있기에 아직까진 그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곳이다. 여기서 꽤나 가깝다. 오빠가 자주 다니는(자주 다니는 것 같은) 이 근방 시내의 폐빌딩. 그 지하 2층. 지하 1층의 건물은 아무도 살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지하 2층까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줄어갔고, 나는 아직까지 살고 있다. 허나 어제 오빠는 이 폐빌딩의 상층에서 나왔다. 나 말고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믿고있는 건물에 오빠는 대체 무슨 용건이 있었던걸까?
" 혹, 지금도 거기 가신걸까? "
궁금해져온다. 지금 한번 가볼까?
…그러나 곧 혼잣말로 부정한다.
" 귀찮아. "
괜히 오빠에게 들켜버리면 곤란하다.
한시간 정도 지났나… 지루해져온다. TV는 고장났는지 지지직거리기만 하고, 먹을껀 없고… 뭔가 가지고 놀만한 재미있는 물건도 없다. 오빠도 참,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거지?
그렇게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도중, 문득 간이냉장고를 열어본다. 오빠가 먹을게 없다고 했으니 별로 기대는 하지 않고.
…감자가 3개나 들어있다.
" 없.다.면.서… "
황당해서 또박또박 혼잣말한다. 삶은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오빠는 모르는거구나.하고 생각하며 감자 3개중 내 것과 오빠 것. 2개만 꺼내어본다. 삶기 위해 부엌으로 간다.
…가스레인지가 없다.
" 어.디.있.는.거.야… "
황당해서 또박또박 혼잣말한다. 하지만 찾아봐도 분명히 없다. 부엌에 가장 필수적인 것이 없는데 어떻게 오빠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까? 인스턴트 음식도 날로는 못 먹는데… 에휴. 할 수 없이 구워먹기로 하고 감자 두개를 접시 위에다가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감자를 구울 정도의 불은 마법으로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감자를 향해 온전한 오른쪽 손바닥을 조준하고 마력을 끌어모음과 동시에 외친다.
" 번(燔)! "
손바닥 전체에서 작은 불꽃이 뿜어져나와 순식간에 감자 두개를 감싼다. 불은 꺼지지 않고 감자를 태운다. 아니, 익힌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불이라서 똑같이 내가 마력의 공급만 해제하면 금방 꺼지게 된다. 10초정도 기다린 다음 불을 껐다. 감자는 알맞게 익었다. '삶은 감자'가 아니라 '구운 감자'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맛있겠지. 잘 익은 구운 감자 한개를 집어든다. 겉은 그리 뜨겁지 않다. 배가 고픈 참이라 좀 싱겁긴 하겠지만 덥석 베어문다.
" …스고이! "
얼마나 감격했으면 집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쳐버린다. 맛있다. 배가 고프면 뭐든지 맛있게 느껴진다고는 하지만… 감자 한개를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 허나 아직이다. 하나는 오빠를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밥벌레들이 마저 먹어치우라고 난리다. …결국 감자 두개를 몽땅 먹어버렸다. 뭔가 부족하긴 하지만 어느정도 배가 채워지고나니 잠이 온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배고픔과 졸림이 번갈아 난리다. 이 상태에서 또 잠을 자면 후에는 또 배가 고파지고,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몸은 벌써 오빠의 침대 앞으로 와있다. 이성에는 약한 나라서 어쩔수가 없다.
" 하암~ "
좀처럼 하지 않던 하품까지 늘어지게 하고는, 침대에 눕는다. 한참 몰랐는데 신경이 사라져버린, 그러니까 '죽어버린' 왼쪽 팔이 신경쓰여온다. 그리고, 여기가 내 집인가? 겨우 하루째인데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졸음이 달아나버릴 것 같다. 잡생각을 하나 하나 버려간다.
-딩동
막 자려는데 벨이 울려버린다. 오빠인가?하고 생각했지만 현관문을 열어놓고 나갔으니 벨을 누르지는 않겠지. 그럼, 누구지?
-딩동
…벨은 계속 울리고 있다. 그냥 들어오면 될텐데. 도둑인가? 아니, 도둑일리가, 도.대.체.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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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건물에 다다랐다.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의뢰인의 방 앞에 도착하여 노크를 하려는데 안에서 '들어오시죠'하는 목소리가 들려와 그냥 문을 열었다.
" 부탁드린 일은? "
안으로 들어서며 대답대신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진을 꺼내들어보였다.
쇼파에 앉아 다리를 꼰 상태로 차를 마시고 있는 의뢰인은 내가 꺼내든 사진을 보자마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 호오, 벌써…? 빠르시군요. "
이제는 필요없어진 사진을 탁자에 올려놓고 말한다.
" 다음 의뢰는 뭐지요? "
단순하지만 꼭 원하는 답을 들어야만하는 나의 이 간단한 질문. 하지만 원하는 답은 없다.
차를 마시던 자세 그대로 말하는 의뢰인.
" 일이 이 정도로 빨리 끝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군요.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
쳇, 그럼 당분간은 이전의 지루한 생활의 반복이다.
" 그럼 나중에 다시 오죠. "
어쩔수 없다. 일이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방을 나간다.
건물을 빠져나오고나서 가까운 편의점으로 들어가 일주일간 먹을 식료품을 이것저것 챙긴 다음 집으로 달린다.
열려있는 현관문을 통해 들어갔으나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뭐 하고 있는거야. 불도 안켜고… "
-딸깍
집안이 밝아졌으나 여전히 인기척이 없다.
" 자고 있는거야? "
방으로 들어간다. 불을 켠다. …침대 위는 깨끗하다.
어디 간거야? 이렇게 맛있는 것도 사왔는데…
나가버린건가?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또 공격을 받았다간…
-딩동
" 응? "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벨이 울린다. 대문이나 현관문이나 방금 분명히 열어놓았는데 누가 무식하게 초인종을 누르는거지? 현관문으로 걸어간다. 그곳에는,
" 헬로! "
" 스,스테아? 사쿠라도? "
이전과 같은 이상한 복장과 함께 등에 총기를 매고 있는 스테아. 그 옆에 세침한 얼굴로 나의 눈치를 보며 서있는 사쿠라. 현관문 앞에는 이 두 사람이 서있다. 어째서 두 사람이 같이 있는거지?
" 어떻게 된거지? "
" 아, 저기… "
그리 무섭게 말한것도 아닌데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쿠라. 스테아가 대신한다.
" 아, 저기 말이야. 낮에 스이스케 보러 와봤는데 사쿠라 혼자 있는거에요. 한시간동안 기다려도 너는 안오구… 그래서 그냥 잠깐 둘이 밖에 놀러갔다온거에요. "
그랬던거구나. 낯가림이 심한 사쿠라와 금방 친구가 된걸보면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스테아.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쓰는 버릇도 재미있고 말이야.
얼굴이 붉어져 안절부절못하는 사쿠라를 달랜다.
" 사쿠라. "
" 아… 죄송해요. "
" 아니, 저기… 내가 화낼 이유가 없잖아. "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니깐. 내 성격을 180도 잘못 알고있다, 사쿠라는… 친오빠를 이렇게도 모르는걸까?
친구가 된지 얼마 안된 나를 탐색이라도 하듯 관찰하고 있는 스테아.
" 배고프지? "
사쿠라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럴때면 정말 귀엽다니깐…
그런데 왜 스테아가 당황해버리는걸까?
" 아, 저기… "
" 응. 무지 배고파요. 뭔가 맛있는거 있으면 좀 줘봐! "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스테아. 웬지 수상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사쿠라는 분명 배고플테니 둘을 방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는 아까 편의점에서 산 식료품이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펼친다.
-파르르
" 자, 먹자! "
" 윽, 오빠! 저기… "
" 응. 왜? "
막 샌드위치를 꺼내려는데 사쿠라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린다. 왜 이러지? 샌드위치를 싫어하나싶어 삼각김밥을 꺼낸다. 이번에도 말린다.
" 왜? 이런거 싫어하는거야? "
" 아니요. 저기 저, 배불러요… "
쥐어 짜내듯이 말하는 사쿠라. 그랬구나. 배가 부르면 그렇다고 말하면 될 것을… 아무리 그래도 사쿠라 주려고 사온 이 많은 음식들을 혼자서 어떻게 처리한담?
… 하고 걱정하는데 벌써 샌드위치를 3개나 먹어치워버린 스테아.
" 윽, 너 정체가 뭐냐! "
" 말시키지마요. 먹을땐 개도 안건드린데요~ "
" 언니도, 배부를텐데… "
그렇구나. 둘이 나가서 뭔가 왕창 먹고 온거군. 심하게 배고픔을 느끼던 사쿠라가 배부르다고 말할정도인데도 스테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먹어치우고 있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 잘 먹었습니다! "
그렇게, 소지금의 1/2을 털어서 산 식료품을 죄다 스테아에서 먹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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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껀 내용 이해가 좀 안될라나요? 22화에서 정리하겠습니다 . 제목은 폼으로 달아놨습니다;
사쿠라 시점에서 스이스케 시점으로의 변화. 댓글남겨주시면 乃
첫댓글 스고이! 보다는 오이시이~ 가 더 좋을 것 같아요~ 스고이는 멋지다. 굉장하다. 라는 동사고, 오이시이가 맛있다. 라는 동사거든요~
한글로 '굉장해!'하고 적은거여서 스고이가 맞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