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방장 학산 대원대종사 갑진년 동안거 결제법어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학산 대원대종사. 불교신문 자료사진.
陞座 拄杖三下云 會麽?
即下契合頓悟出 億劫胸滯物消却
石人海底柴運搬 木女十字街賣餠
법상에 올라 묵연히 앉아 있다가 주장자를 세 번 치고 들어 보이시고 아시겠습니까?
즉하에 마주보는 여기서 바로 계합되어 크게 깨달아 뛰어나면 억겁동안 가슴에 쌓이고 막힌 흉체물이 흔적 없이 씻어 없어지리라 돌사람은 바다 밑에서 땔나무를 운반하고 나무 여자는 십자 거리에서 떡을 파는도다 금일 결제대중은 도리어 아시겠습니까? 만약 알지 못했을진댄 또 이르리라.
금일 대중이 갑진년 동안거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해인사 비구 학산대원은 이 몸뚱이 위에 항상 무위(無位) 진인(眞人)이 앞에 나타나고, 청정한 대중은 법계로서 가람을 삼고, 한가지로 모든 대중은 九十日內 안거정진 하는데, 그 가운데는 금강과 같은 우리를 밟아 부수고, 또 거칠은 쇠밤송이를 씹어 삼키며, 꿈가운데 佛事를 지어서 거울속에 마군이를 항복 받으니, 身口意삼업이 깨끗하고 六根이 밝고 깨끗해져서, 行住座臥 일체처에 모든 허물이 없으며, 여래의 일백사십대원에 계합하여서 마침내 삼보의 종자가 길이 끊어지지 않게 하니, 진실로 능히 이와같이 닦아 증득해야만 이와 같은 안거가 참대장부요, 이것이 참으로 뛰어난 출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금생에 이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물 한방울도 녹일 수 없습니다. 출가문중에서 이럭저럭 시비(是非) 다툼만 하고 적당히 안거만 채운다면 어느 시절에 화두를 타파하여 요사인(了事人)이 되겠습니까?
이륙시중(二六時中)에 화두가 끊어지면, 우리는 사형수와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사형언도를 집행하는 날을 받아 놓았다면 편안한 잠이 오겠습니까?
오직 살아가야겠다는 오매불망 끊어지지 않는 화두 일념이 이루어지면 화두가 순일무잡해서 일념만년(一念萬年) 금강불괴(金剛不壞)의 화두일단화(話頭一團化)가 目前에 나타날 때 어떤 경계에 부딪쳐서 하늘땅이 무너지는 때를 당해서 확철대오하게 됩니다. 금일 대중은 도리어 아시겠습니까?
고인의 언구를 인용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玄沙因僧侍次에 以拄杖面前地上一點白問曰
還見麽? 儈曰見 師如是三問 其儈三云見
師曰 你也見我也見 為什麽道不會 頌曰
你見我見 十分成現 打破荊棘林
方知無背面 一點從教徹古今 黑白未分 何處辨
현사선사가 시자와 포행하시다가 현사선사께서 주장자로 시자 면전 땅 위에 주장자로 一점을 찍고 묻되 “보았는가?” 시자 답하기를 “보았습니다.” 현사스님께서 거듭 세 번 “보았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시자가 세 번 보았다고 대답을 하니 현사선사께서 말씀하시길 “너가 보았는가? 내가 보았는가?” 하고 물으니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선사께서 “어찌 모른다고 하느냐?” 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느 선사가 송을 지었습니다.
송왈
너가 보았느냐 네가 보았느냐
열가지분을 이루어 나투려면 가시나무숲을 쳐서 파하면 바야흐로 뒷면이 없는 것을 알 것이다. 한 점이 그대를 쫓아 고금에 통하니 흑백이 나누기 전에 어떤 곳에서 판단할고?
금일 산승은 不然이라.
著言컨대 頌曰
師三問侍儈未會
我當時奪取拄杖
一點掃却棄拄杖
拍掌喝大笑出去하리라
師가 세 번 물어도 侍僧은 알지 못한다 하니
내가 당시에 있었다면 주장자를 빼앗아
한 점을 쓸어버리고 주장자도 던져 버린 뒤에
박장 할하고 크게 웃고 떠나가리라
爲甚麽如此
腫瘍刀盡 惡言難消라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은고?
종양은 칼로 도려내면 다하지만
악한 말은 씻기 어렵다
喝하고 拄杖三下下座하다. 할하고 주장자 세 번 치고 하좌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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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 갑진년 동안거 결제에 즈음해 총림(叢林) 방장 스님들이 납자들의 정진을 독려하고 불자들의 신심을 고양시키는 법어를 발표했다. 본지에서는 결제에 앞서 발표된 금정총림 범어사, 덕숭총림 수덕사, 해인총림 해인사의 법어 전문을 게재한다. 지난 11월 5일 중앙종회에서 해인사 방장으로 추대된 대원대종사는 11월 11일 퇴설당에 입실하고, 15일 결제법어에서 법문을 설했다. 해인사에서 보내온 법어 내용을 수록한다.
[불교신문]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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