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제 이야기들을 읽고 계실거라고 믿습니다. 아래 2번째 '나는
십자가를 아는가?'에서 이야기했듯이 제가 무척이나 방황을 하던
지난 1학기 말쯤이었습니다.
티비에서 7월부터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있었죠. '네 멋대로해라'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나영이라는 배우가 나오기 때문에 흥미를
가졌었지만.. 보지는 못했습니다. 뭐...여름수련회가 있었고, 거지순례도
있었으니까요.
제가 처음 그 드라마를 본 것은 집에 내려가서 였습니다. 저는 집에서는
거의 티비와 껴안고 삽니다..진짜루. 그래서 그날도 이래저래 채널을
돌리다가 그 드라마가 하길래 무심코 보았죠...
3회였을겁니다. 극중 주인공 고복수(양동근,소매치기로 나옴)가 자신이 뇌종양이 걸린 것을 알고나서 아버지(신구, 니들이 게맛을 알어? 그분...)와 밥을 먹는 장면이었답니다. 그때 복수는 상추를 싸서 아버지
입에 넣어 드리죠. 이런 말과 함께, '아빠, 생선이랑 야채를 많이 먹어. 그래야 건강하대'. 그러자 아버지가 역시 상추쌈을 싸서 복수에게 먹여줍니다. '인석아! 너두 건강해라.'라면서.
그러자 복수는 자신의 병이 생각나서 웁니다. 얼굴을 손으로 잡으면서.. '아빠때문에 혀깨물었잖아! 아빠때문이야!'라면서 바깥으로 뛰어나가서 울죠.. 상추쌈을 입에 문채로..
저는 이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양동근의 연기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도..같이 울었죠..(꼭 보십쇼..엠비씨 홈에 가면 아직도 명장면 서비스를 하고 있답니다...이건...말로 표현을 못합니다...진짜!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랐습니다. 뭐라그럴까...너무 현실감 있게 그려진 캐릭터들이 그리고 그것들을 너무 잘 소화하는 연기자들 때문에 그 드라마는 제게 픽션이 아닌 넌픽션이었습니다. 그들이 울때는 저도 울었고.. 그들이 웃으면 저도 웃었습니다...
이 드라마...참 이상합니다. 처음에 고복수는 송미래(공효진)의 애인으로 나옵니다. 그러다가 복수가 전경(이나영)을 좋아하게 되면서 깨지게 되죠. 근데, 미래는 경이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이 들어 서로를 위로하고, 복수때문에 싸우지만, 미워하지 않습니다. 참 미묘하게 관계가 유지됩니다.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드라마를 보신분들은 끄덕끄덕하실 겁니다...) 복수도 경이를 정말 좋아하지만 그때문에 미래를 처절하게 내팽겨치지 않습니다. 복수의 가정은 깨어진 가정입니다. 그런데, 복수는 엄마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재혼했다가 또 이혼해서 힘들게 살고 있는 엄마를 정성을 다해 도와줍니다. 그 방법이 조금은 삐들어졌었다해도... 그리고 복수는 아버지를 무척이나 아낍니다. 그것이 너무 물씬 배어나옵니다.
이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복수의 솔직함입니다. 복수는 경이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난 경이씨 이뻐서 좋아한다구. 얼마나 솔직한 대답입니까? 꾸미지 않고, 정말 솔직하게 그것이 어떻게 비추어 질지라도, 당당한. 누군가를 좋아할때 난 네 성격이 좋아 라든지, 그냥 좋아와 같은...어쩌면 가식이 들어간 그런 이야기들을 하던 제게 그것은 큰충격이었고 도전이었습니다.
그 드라마가 하고 있던 2달동안 저는 거기에 미쳐서 살았답니다. 지금도 제 컴퓨터에는 그 드라마가 모두 저장이 되어있고.. 팬카페에 가입을 하고 정모에 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극중 인물들이 하고 있던 악세사리를 사고...(제 둥그런 고리 달려있는 목걸이 아시죠? 그거 이나영이 하던 거구요, 제 왕지퍼 가방...양동근이 메고 다닌던 겁니다..^^;;)
저는 왜 그렇게 그 드라마에 미쳐서 살았을까요? 하나님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내 마음을 채울 것이 필요했던 걸까요? 아마 그랬던 모양입니다..내가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고, 내 방향을 잃었을때... 너무나 현실감있고 너무 이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제 삶의 모델이었던가 봅니다. 저는 그들과 닮고 싶었고, 그들과 같이 서로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저는 그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이 드라마 이후에 다른 드라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아직도 좋아합니다. 내게 하나님이 없을때 도피처로 삼았었지만, 내게 삶을 살아가는 게 어떤건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어떤것인지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잊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좋아하렵니다. 그 드라마에게 만큼은 '제 멋대로'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