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저녁 9시 뉴스에 나온 서울대병원 소아암병동의 암환자 부모입니다.
전국의 여러 병원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저희 병동에는 정상적으로 입원, 퇴원이 반복되면서 스케쥴대로의 항암치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치료는 물론 어린이병원학교의 교육도 정상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지요. 어제는 음악시간에 하프 선생님이 오셔서 기분좋게 아이들과 하프연주를 듣고 나왔습니다. KBS 사회부의 이문우 기자란 분이 하프연주하시는 것을 찍고 저희가 듣고 있는 것을 열심히 찍고 계셔서 좋은 이야기를 하려나 보다 하고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오는데 저희 아이를 잡고서 너 의사 선생님 보고 싶지 않니? 하고 계속 물으면서 "선생님 보고 싶어요, 빨리 오세요" 하고 말을 하라고 시키더군요. 아이는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따라 했습니다. 저에게는 내일 교수님도 안나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하고 물어서 그런 일은 없어야지요하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병동에서 다른 아이들을 찍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은 암치료로 머리도 빠지고 콧줄도 끼도 있는 등 모습이 TV 등에 나오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찍지 말라고 하였더니 이름도 안나오고 모자이크 처리를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가더군요. 하지만 저녁 뉴스를 보고는 의약분업 때문에 의사선생님들이 파업에까지 ?
르게 된 것이 바로 언론때문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녁 뉴스에 나온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의 모습은 마치 불쌍한 아이의 대표인 것 같이 나쁜 모습만 내어 놓았고 모자이크 처리는 전혀 하지 않았으며 이름도 그대로 니오더군요. 더욱이 한심한 것은 앞뒤의 말을 다 끊어 버리고 기자가 필요한 말만을 따서 짜깁기를 하여 마치 우리가 매우 불만이 많고 의료진에게도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이 나오더군요.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하프 연주도 매우 감동 깊게 들었는데 마치 우울했던 것같이 표현을 하더군요. 우리는 마치 기자의 마음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꼭두각시같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아침 교수님들도 매우 서운했다는 말씀을 하시고 다른 보호자들로부터도 많은 안좋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제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이야기 해도 믿어주질 않습니다. 챙피해서 아이 병실에도 못들아가고 밖에서 빙빙 돌고 있습니다.
지난 달인가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국의 전공의 5,000여명이 모여서 파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우리로는 대단한 데모였습니다. 우리 병동의 주치의 들도 모두 나가서 데모를 해서 교수님들이 그 때에도 진료를 대신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날 어떤 방송국에서도 그 장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대학로가 막혔다는 것 때문에 교통방송에 한번 나온 것 이외에 아무 방송국에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언론의 기능은 사회의 구석구석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의사들이 환자를 버리고 나가는 것은 매우 나쁜 일이지요. 하지만 더 나쁜 것은 우리같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마치 치료도 못받고 있는 것 같이 가짜로 꾸며서 기사를 만드는 사기꾼 같은 기자놈들이지요. 더군다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꼬셔서 그런 기사를 만들다니요. 공정한 기사만을 쓰는 줄 알았던 KBS마저도 이런 짓을 하고 있다면 기자 중에는 믿을 놈은 한놈도 없다는 말이 정말이군요. KBS 사장님은 이런 기자를 빨리 정리해고 시켜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문화일보 6월 21일자 기사이고, 다음은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당시 처음 주치의 선생님의 반론글입니다.
대한민국 언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제 목:''용인 산모''일산서 출산,33시간 병원 4곳 헤매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두 생명이 의사들의 파업으로 위험했다는 걸 생
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무려 33시간 서울과 경기 지역의
병원 4곳을 정처 없이 헤매 다닌 끝에 겨우 딸을 출산한 산모 차모(33·경
기도 용인시 수지읍)씨의 가족은 21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 7개월째인 차씨가 몸이 불편해 동네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19일 오
후 3시쯤.조산기가 있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차씨는 평소 진단을
받아오던 성남시 분당구 A병원으로 달려갔다.
당시 폐업 예정이라 어수선한 상황이었던 이 병원으로부터 “미숙아 출산
장비가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은 차씨는 남편 김모(35)씨
에게 연락을 취한 뒤 다시 강남구 일원동 S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급히 찾아간 S병원에서도 한 수련의로부터 “지금 분만을 관장할
스태프가 없고 전문의들은 출산 예정인 환자만 받기로 돼 있다”는 말을 듣
고 발길을 돌려야했다.김씨는 “다른 병원으로 가다가 차안에서 출산하라는
말이냐”며 사정했지만 병원측은 분만 억제조치를 취해주고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이들 부부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이날 오후 10시쯤 서울 중구 을지로 N병
원에 도착했다.그러나 이 곳에서도 “우리는 파업을 하지는 않지만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 충실한 치료가 힘들다”는 말과 함께 거절당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이들 부부는 거의 울상이 된 채 새벽 2시쯤 다시 S
병원으로 되돌아가야 했다.그 곳 응급실에서 차씨가 다시 분만억제조치를
받는 동안 김씨는 밤을 꼬박 새우며 출산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해야만 했
다.
수소문끝에 이들 부부는 이날 자정 무렵에야 경기도 일산 백병원에서 출산
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집이 있는 수지로부터 일산 병원까지
거리는 무려 80㎞.
이 곳에서 차씨가 딸을 낳은 것은 21일 새벽 0시20분쯤.병원을 찾아 길거
리를 전전한지 3일째였다. 다행히 산모는 양호한 상태였지만 조산아인 딸의
정상적인 소생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게 백병원측의 설명이다.
<이승형·강연곤기자>
주치의의 반론
ID - 등록일 2000-06-23 조회수 16
성 명 외곡된언론 의견좋음 -
제 목 언론인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시오 삭제요망 -
내 용
저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교수입니다.
진료을 하지 않는다는 다른 과와는 달리 산모들이 끊임없이 입원하는 산부인과의 특
성상(산모들은 무조건 응급이니까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꾸느라 저는
어제와 그저께 정말로 긴 이틀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의대교수로서 오늘 저
는 사직서를 제출하여 착잡한 심정으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외래를 보았습니다.
누가뭐라해도 저는 제 직업을 사랑하고 환자를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래서 동료
타과의사들이나 친구들이 뭐하러 그렇게 힘든 산부인과를 하냐고 할때도, 밤낮으로
산모들이 몰려와 피곤할 때도,제 도움으로 출혈로 금방 죽을 것만 같던 산모들이 건
강하게 퇴원하고 정말로 제 손바닥한 크기로 태어난 500그람짜리 조산아가 지금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을 볼 때면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왔습
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제 직업을 택한데 뼈져린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의대입학후 17
년, 그동안의 고생과 환자들에 대한 제 사랑이 모두 헛것이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
다. 바로 우리나라의 그 잘난 언론때문에 말이죠.
어제와 오늘자 문화일보, 조선일보 등 주요 일간지를 보신 분들은 알 것입니다. 어
떤 산모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하고 33시간이나 헤매다 겨우 분만..."하는 기사
말 입니다. 바로 제 환자였습니다. 그 산모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일산백병원으
로 전원시켜준 사람이 바로 저와 제 동료들이었습니다. 이런 배신감과 씁쓸함...
네티즌 여러분, 여기서 진상을 밝혀드리겠습니다.
그 산모는 19일 저녁 임신 28주에 진통도 없이 자궁입구가 4센티나 열려 분당의 모
개인산부인과를 먼저 갔었습니다(자궁경관무력증이라는 병입니다).상식이 있는 분은
아실것입니다. 임신 28주에 태어나는 아기를 일반 개인산부인과에서 볼 수 있나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 태아는 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 치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에서
분만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그 산부인과에서는 우리 병원으로 산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희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들이 꽉 차서 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가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죠(그 산부인과가 미리 알아보고 보내주
었으면 좋았을것을..). 이런 상황은 의료계 폐업과는 상관없이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신생아 중환자실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조산아
와 고위험신생아의 치료는 손도 많이가고 여러 최첨단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요즘
이슈중의 하나인 그놈의 의료보험수가 때문에 병원은 이런 신생아 중환자실을 많이
만들어 운영할 수 없습니다. 아뭏든 이건 다른 얘기고) 게다가 우리 신생아중환자실
은 공사중이었거든요. 하지만 태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을 아기를 치료할 준비
도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언제 분만할 지 모르는 무조건 산모를 잡아놓고 있는 것은
이 또한 의사로서의 직무유기 아닙니까?
그래서 저희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았습니다. 저녁내내 이병원 저병원 알아보았으나
인큐베이터가 있다는 병원이 없었고 어쩔수 없이 국립 모병원에 보냈는데 거기도 전
공의인력이 없어서 산모을 받지 못하겠다고 하고 산모가 돌아 왔더군요. 다음날까지
저희가 병원을 알아보고 있는 사이 산모는 혹시 진통이 걸릴지 몰라 분만억제제를
예방적으로 맞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일산백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는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129구급대를 불러 일산까지 환자를 호송하
는 과정까지 해 주었습니다.
환자 보호자는 일산까지 너무 멀어서 걱정이라고 그러더군요. 제는 지금 당장 엠불
런스안에서 분만할 정도로 급한게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 아기가 건강하기를 바란
다고 하면서 환자를 보냈습니다. 제가 직접 환자를 침대에서 구급침대까지 옮겨주면
서요. 환자와 보호자는 감사하다고 하면서 떠났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문화일보에는 마치 병원에서 분만을 거부해서 산모가 33시간동
안이나 이병원 저병원 헤맨 것으로 나와 있더군요.
언제 우리가 분만을 거부했습니까? 그 산모는 임신28주란 말입니다. 이 아기는 인큐
베이터가 필요했던 것일 뿐 의약분업이나 의사폐업이니 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여러분, 우리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보시면서 여러가지 말들이 많으시겠지요. 저도
짧은 인생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간접적이나마 욕을 많이 먹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
다. 하지만, 욕을 먹어도 정정당당하게 먹을 욕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언론은 정부의 앞잡이가 되어 의사들 을 싸잡아 집단이기주의자로 몰고 성심성
의껏 정당한 진료행위를 한 것도 모두 의료폐업과 연관시켜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
다. 여러분, 제발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것을 그대로 믿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집
단행동을 할 지언정 환자의 생명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금도 한편에서 피
곤한 몸을 이끌고 응급진료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희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주시기 바라며 대다
수의 의사가 저처럼 하루 빨리 직업에 복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