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인지 스포츠 신문인지에 만화 ''광수 생각'이라는 것이 연재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글 그린 것이 '박광수'였던 것 같은데 단행본으로 책을 냈고 돈을 많이 벌어서인지 뭐 바람 피우고 이혼했다는 얘기가 있더니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광수 생각'만화에 여자들 생리대에 대해 나왔던 것이 있습니다.
여자들이 그 날, 특정 생리대를 착용하면 마법을 부린다는 광고를 보고는 광수가 약국에 생리대를 사러 갔고 파는 분과 엉뚱한 대화를 한 내용입니다.
광수는 자신도 그 생리대를 사서 쓰면 마법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판매하시는 분은 누구 심부름으로 왔냐고 물었던 우문현답의 얘기로 기억합니다....
요 며칠 무슨 생리대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제가 중국에 가서 실수한 일이 기억나 많이 웃었습니다.
산길을 걷다가 신발이 완전히 물에 빠졌습니다. 뒤에 분들을 보니까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서 손에 들고 걷던데 저는 그 생각을 못하고 그냥 물 속에 발을 넣었던 것입니다. 건너가서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어서 짜 신었지만 계속해서 신발 속에서 발이 따로 놀고 찌걱거려서 아주 힘들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 양말을 바뀌 신었지만 신발은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도 그 물이 찌걱거리는 트래킹화를 신고 돌아다녔는데 영 불편하고 찜찜해서 혹 드라이기를 가져 온 분이 없나 찾았더니 아무도 없고 밤에 잘 적에 신발 속에 휴지를 잔뜩 넣어두면 휴지가 물을 빨아드리니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녁 먹고 슈퍼에 휴지를 사러 갔습니다.
다 중국어로 씌여 있고 그게 그거 같아서 좀 두툼한 낱개로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을 하나에 5위안을 주고서 두 개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러고는 큰 포장을 뜯고 낱개 포장을 뜯어서 접어 넣으려고 보니 그게 휴지가 아니라 여자들 생리대였습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우리나라 것도 이렇게 앵겼을까 생각했습니다. 너무 조잡한 포장으로 되어 있어 꼭 휴지인 줄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물을 빨아드리는 효과는 같을 것 같아서 그거 하나하나 다 뜯어서 뒤집어 신발 속에 차곡차곡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여덟 개씩 들어갔고 남은 두 개를 신발 겉에 붙여 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지 신발이 신을만 했습니다.
그러고는 그걸 다 빼서 휴지통에 넣었는데 청소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치웠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신발 속에 넣어서 신발 속의 물기를 제거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