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하는 황선미 님 모습)
동화작가중 가장 인기 있는 황선미 님을 만나러 가는 날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대관령을 지날 때는 안개까지 자욱해서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지만 괜찮았어요.
오래 전부터 만나고 싶던 황선미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데 이런것쯤은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었어요.
이 분은 책만 냈다하면 불티나게 팔리는데 그 비결이 뭘까 이것 저것 궁금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어요.
강의는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모든게 궁금해 지고 설레임으로 가득했어요.
새로 지은 원주 평생 교육 정보관이 참 깨끗하더군요.
한 30분을 기다리자 짜안 하고 드디어 황선미 님이 강단에 섰습니다.
단정한 옷차림과 수수한 외모가 사진속의 모습보다 더 예뻐보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와 무척 닮아 있었어요.
저는 그 분이 하는 말을 노트에 열심히 적었어요.
외롭고 가난으로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글을 쓰게 된 원동력이라고 하더군요.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친구들에게 철저하게 따돌려졌고 놀이에까지 끼지 못했다는 말씀에 저는 순간 울먹했어요.
그 어려움을 꿋꿋한 의지로 이겨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요.
지금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자리에까지 섰으니 또 얼마나 부러워할 일인가요.
그 분은 어려웠던 지난날이 참 고맙다고하셨어요.
그런 날이 없었으면 지금 아마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 거라고요.
어떤 상황이든 항상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중요다는 걸 새삼스럽게 생각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무엇이든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며
글을 쓰면서 만났던 세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도 소개해주셨어요.
자기를 이끌어 주셨던 분은 도서관 사서 선생님과 아버지 그리고 강원일보 기자였던 분이라네요.
무엇보다 자기를 인정해 줬다는 작가의 아버지 얘기를 할 때는 코끝이 싸아해졌어요.
저 역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했던 분이 아버지셨거든요. 지금은 제 곁을 멀리 떠난 아버지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작가의 아버지가 암투병일 때 쓴 작품이라고 해요. 열심히 사셨던 아버지의 인생을 다루고 싶었대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책을 많이 주라고 했어요.
책을 읽은 아이와 읽지 않은 아이는 큰 차이가 난다며 작가의 두 아들을 비교하더군요.
책을 읽은 사람은 분명 남과 다르고 분별력이 생긴다는 말은 책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었어요.
다 아시겠지만 그 분의 글은 거의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나 자신의 두 아이가 겪은 일 들이래요.
생활동화라 쉽게 읽히는 책들이 참 많죠. 재미도 있구요.
항상 글감을 찾으러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글을 쓰고 대학강의를 하고...
참 부지런히 글밭을 일구고 겸손해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원주 어린이들이 작가에게 책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참 야무져 보이더라구요.
음 저도 한 번 질문 할라고 했는데 어른들은 한 명밖에 질문을 받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강의를 마치고 시댁이 있는 개운동으로 갔어요.
시부모님 모시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부모님이 싸주시는 음식 보따리를 챙겨 강릉으로 유유히 떠나왔어요.
하루가 또 그렇게 흘러 갔답니다.
아, 오래 기억에 남을 날이어서 일기를 썼답니다.
*쓰다보니 이건 기행문도 아니고 보고문도 아니고 어정쩡한 글이 되었음을 널리 이해바랍니당.
첫댓글 좋은 시간이었군요. 귀한 강연을 거름으로 좋은 동화 쓰세요~~
풀내음님, 얼마나 가슴이 설렜을까요^^* 풀내음님도 열심히 하고 계시니 곧...^^*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신 풀내음님. 황선미님을 가까이서 뵌 것 같아요. 고마워용...
저도 황선미님 좋아하는데.. 부럽습니다요~
풀냄새 피어나는 잔디와 같은 포근한 시간이었겠네요~~~두서 없이 자유롭게 쓰는 것도 일기의 특권(?)이 아닐까요, 잘 읽었습니다.
기행문도 아니고 보고문도 아닌 멀리서 귀한 말씀 전해 주시는 봄날보다 더 따사로운 맘을 담은 한 통의 편지를 읽는 기쁨을 주시기에 참 고마운 아침입니다. 대작가님의 기를 팍팍 받았으니 좋은 동화 쑥쑥...ㅋㅋㅋ 겸손하신 황선미님의 모습과 동화를 쓰는 사람의 관찰력과 긍정적인 맘에 고개 끄덕여집니다. 암투병중이신 아버지와 함께 하시면서 안 쓰시고는 못 배겨 낼 작품을 탄생시키셨던 것이었군요.
답글 주신 범초 선생님. 리우 님 도리맘 님, 미스포터 님, 남촌 님, 꽃글 님 모두 고맙습니다. 모두 기분 좋은 말을 만드는 천사 같습니다. 모두 행복한 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