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닥, 쓱싹-. 대학생처럼 생긴 긴 머리 청년부터 인상좋은 아주머니까지 손에 쥔 칼놀림이 분주하다. 그들이 두른 앞치마로 땀이 한방울 떨어진다. 그 때마다 알토란같은'성공의 꿈'도 영글어 간다. 이름도 재미있는 '치킨 대학'의 생기넘치는 실습실 풍경이다.
▶ 치킨 대학 전경.
국내에 하나 뿐이라는 경기도 이천의 치킨 대학을 찾았다. 키높은 나무들로 경관이 수려한 공기좋은 산 중턱에 치킨 대학의 둥지가 있다. 차를 타고 지나다 언뜻 보면 마치 콘도미니엄 같기도 하다. 산을 타고 입구로 들어서니 하얀색 건물이 소담하게 자리를 잡고 서 있다. 옛 청소년 수련관이었던 7만2천여평의 땅을 사서 뼈대만 남기고 1000천평 정도 되는 대학 건물로 송두리째 리모델링을 했다. 대략 150억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치킨 대학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까. 말 그대로 치킨이라는 요리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곳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치킨 대학의 꿈은 야무지고 당차다. 미국의 맥도널드가 세운 '햄버거 대학'의 명성과 업적을 따라잡는 게 목표라고 한다.
물론 치킨 대학이 학사 학위를 주는 정식 대학은 아니다. 'BBQ' 라는 치킨 브랜드로 유명한 제너시스가 지난 2000년에 설립한 프랜차이즈 교육 기관이 치킨 대학이다.
치킨 대학에선 누가 무엇을 가르칠까. 또'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대학의 이병주 팀장은 "치킨 대학에선 총 19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BBQ' 나 '닭익는 마을' 같은 제너시스 브랜드의 점포 운영자들을 위한 기초.보수.고급교육 등을 많이 가르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예비 사장님들을 위한 사관학교 기능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보통 4박5일, 또는 9박10일씩 합숙을 하면서 경영전략과 요리실습 등을 교육받는다. 강사는 해당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제너시스의 직원들이라고 한다. 대학 건물은 요란하지는 않지만 강의실을 포함해 강당.세미나실.실습장, 그리고 연구개발 시설 등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 치킨 대학의 실습실 내부
제너시스의 장영학 홍보부장은 "치킨 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시대상을, 그리고 우리 경제의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전엔 실직하거나 명예퇴직을 한 뒤 가맹점을 내려는 40대 중년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나이가 내려가 30대도 많아졌다고 한다. 불안하고 전망이 어두운 직장생활을 반영해 사오정이니, 삼팔선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면서 '빨리 창업해야겠다'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동업하는 20대 청년들도 많아진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치킨 대학은 체인점 개설만을 위한 연수원에 불과한 건 아닐까. 그렇다면 감히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치킨 대학에서는 외식 사업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을 위해 전문 강사들을 초빙해 무료로 창업 아카데미를 열기도 한다. 이런 강의는 실직자나 명예퇴직자처럼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먼저 기회를 준다고 한다. 일종의 사회 공헌 활동이다. 여름에는 어린이들을 초청해 치킨 캠프도 연다. 호텔경영학과 같은 곳에서는 대학생들이 견학을 하러 온다고도 한다. 치킨에 관한 한 전방위 교육기관인 셈이다.
무엇보다 대학이라는 이름답게 교육 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업무에 많은 공을 쏟고 있다. 치킨 대학 연구소에선 12명의 석박사급 인력들이 신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긴 이젠 외식 사업도 R&D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이지 않은가. 인도의 맥도널드가 '맥랩'이나 '피자 맥퍼프'같은 제품을 개발해 건너편 중동에까지 수출하는 효자 상품으로 키워냈다는 사실만 봐도, 이젠 그렇고 그런 메뉴와 맛을 가지고는 외식사업에서 성공을 꿈꿀 수 없다. 연구소에선 대학의 조리학과 및 요리 연구가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맛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도 하고 있다.
그냥 체인점 관리만 잘하면 될텐데도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치킨 대학이란 걸 세운 이유는 뭘까. 제너시스의 창립자 윤홍근 회장의 독특한 경영 철학 때문이다. 윤회장은 평소 "프랜차이즈 사업은 교육 사업과 같다"고 강조한다.
가만히 꼽아 보자. 맥도널드, 피자헛, 스타벅스…. 이름있고 즐겨찾는 프랜차이즈점은 외국 것들이 많다. 우리는 세계 으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가질 수는 없을까. 이런 의문에서부터 출발한 게 치킨 대학이었다. 제너시스는 국내에서의 성공은 물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게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프랜차이즈라는 게 메뉴는 대개 본사에서 주어지고, 매뉴얼을 따라서 장사를 하면 된다. 그렇다고 대충대충하다간 실패하기 십상이다. 성공을 좌우하는 건 바로 '야전 사령관(가맹점주)'들의 마인드다. 점포운영과 인력관리 등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대부분 초보 사장님들인 탓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여기서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교육'이다. 전략적으로 어떻게 탄탄한 교육을 시키느냐가 고객 서비스와 영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다.
'교육 천년 대길(敎育 天年 大吉)'. 학교 안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이런 문구가 먼저 눈에 띄었다. 교육만이 살 길이요, 세계 일류 브랜드가 되는 첩경이라는 대학 설립의 취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글이다.
옛날엔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기꾼 집단처럼 여겨졌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가맹점을 모은 뒤에 돈만 챙기고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는 업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너시스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이런 틀을 벗어나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커보자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름도 창세기(創世記)를 뜻하는 제너시스로 지었다고 한다. 이왕 제대로 하려면 잘 나가는 상대에 도전장을 내밀어 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교육 기관으로 유명한 맥도널드 햄버거 대학을 넘어야 할 산으로 찍어 놓았다. 맥도널드의 프레드 터너 회장은 회사를 1954년에 창업한 뒤 68년에 시카고 오크브록의 대지 10만평에 햄버거 대학을 세웠다. 이 곳에선 체인점마다 맥도널드만의 똑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하우를 전수했고, 맥도널드는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햄버거 대학에서는 레스토랑 교육 등을 포함해 총 9개 과정을 가르친다고 한다. 햄버거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6만5000명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치킨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7000명. 역사가 짧은 탓에 아직은 적수가 안된다.
그러나 치킨 대학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이병주 팀장은 "햄버거 대학이 29년만에 정형화된 교육 및 연수 시스템을 가동한 데 비해 우리는 5년 만에 체계적인 연수.연구개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치킨 대학을 장차 프랜차이즈 경제연구소, 프랜차이즈 전문 대학으로 키워내겠다는 게 제너시스의 꿈이다. 그 꿈이 영글때 쯤이면 우리도 맥도널드 부럽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를 가질 수 있을까
첫댓글 락치킨 회원들 입학...ㅋㅋㅋㅋㅋㅋㅋㅋ
연계를 생각해봐야겠군요
이곳을 나오면 금가루뿌린 비비큐에 들어가겠죠
헐, 실제로 존재하는 대학이었다니.... 게다가 햄버거 대학까지.... 그럼 나중엔 피자대학, 빈대떡대학도 생기나요?
그냥 안면만 있는 고등학교 동기.. 진주보건대 미스터피자 전공ㅠㅠ ㅋㅋ
ㅋㅋㅋㅋㅋㅋㅋ치킨 ㅠ
햄버거대학도 있는걸요 뭐ㅎㅎㅎㅎ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와
자매결연 맺어여
"대학나온 치킨은 다르구만!!!(...였나?)"의 그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