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재들을 위한 만화, 김수박 작가 이야기
이미 만화를 어린이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일본의 유명만화 ‘귀멸의 칼날’은 어른들이 더 많이 본 만화가 되었고, 이처럼 세상에 수준 높은 만화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어른들이 만화를 소비하고 즐기는 시대가 왔는데요. 이 중심에 아재들을 위한 만화를 적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만화가, 김수박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수박 작가는 대학신문에 시사만화를 연재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가가 되었습니다. 93학번, 무려 X세대(!)인 김수박 작가는 운동권이 아니었던 자유주의자가 30대 이후 IMF 시기에 취업 문제 등으로 수평상태의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졌고,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과 자각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김 작가는 2004년에 첫 단행본을 낸 후, 소소한 일상만화를 그리다가 2010년 용산 철거민 문제를 다룬 <내가 살던 용산: 공저>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사성 있는 만화들을 그리게 되었는데요. 그 후,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렸던 황유미 씨와 아버지 황상기 씨를 주인공으로 반도체 직업병문제를 제기한 <사람 냄새>라는 작품이 태어났습니다.
특히 <사람 냄새>는 불어로 번역되어 2015년 프랑스 녹색당이 환경부분에 수여하는 ‘해바라기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큰 쾌거를 이루었는데요. 최종 10작품이 후보에 올랐는데 후쿠시마 문제를 다룬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제치고 1등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만화가가 있었다는 걸 이제 알았네요. 대학 졸업 후 2-30대 초반까지 서울에서 활동을 했고, 만화작업도 개인적으로 PC 통신을 통해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자유로운 그의 성격은 시스템 속에서 상하관계로 연결된 기존 만화계와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초기 작품인 <아날로그 맨>을 비롯하여 모든 대부분의 작품들은 삶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특히 <메이드 인 경상도>나 <아재라서>,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 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메이드 인 경상도>라는 작품은 초기의 작품들이 해외보다 국내에 덜 알려진데 비해 김수박 작가의 역량을 국내에 확실하게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 창작 계기는 2012년 대선이었습니다. 대선 결과 온통 새누리당 일색인 경상도는 타 지역에서 비난의 대상이었는데요. 이 만화를 통해 ‘너희들 경상도는 왜 그래?’하는 물음에 대해 대구 출신인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재라서>라는 만화는 우리나라 남자 고등학생들이 학교 시절 겪는 경쟁교육, 학교폭력 등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는 경쟁교육으로 인해 친구를 마음으로 배신한 경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친구가 공책필기를 보여 달라 하면 ‘안 가져왔다. 나도 필기 안했다’ 등 이런 마음의 배신은 세월이 지나도 남아 있는데, 그 마음의 본질은 ‘자신의 비겁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은 폭력에도 동일하게 작용하는데요.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피해자가 용서할 수도 있고 용서를 안 할 수도 있지만 ‘사과 없이 용서는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학교 다닐 때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가해자이면서 반성이 없거나 폭력에 굴복하고 힘만 있으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그가 진지하게 ‘대한민국이 피고’라는 말하는 작품은 바로 <문밖의 사람들>입니다. 2016년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기업 하청공장에서 핸드폰 버튼 조립하는 일을 하다가 출근 나흘 만에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하게 되는 청년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파견노동, 청년노동문제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이 나올 즈음 국회에서는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 문제로 여야가 대립을 하고 있었고, 상임위 활동을 하던 박주민의원은 이 책이 나오자 바로 책을 사서 상임위원들에게 돌렸다고 합니다.
이렇듯 열심히 만화작업을 통해 세상과 소통을 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자유주의자입니다. 그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 말합니다.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면서 여러 문제를 만화로, 그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아름다운 능력을 가진 김수박 작가. 대한민국 대표 아재 만화가 김수박 작가의 행보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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