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목회의 버팀목
주일 오후 초대를 받았다.
지난달 강남에서 아들 결혼식을 올린
해남 화원중앙교회 윤 목사님의 답례였다.
세 부부가 만나 목포로 내려갔다.
난 조수석에 앉았다.
며칠 전, 목사님이 전한 안부가 고마웠다.
‘목사님! 어머니 좀 어떠세요.’
‘계속 병원 다니며 치료받고 계시네요.’
‘우리 아버지가 폐암 판정 진단 후 예수님 믿었어요.
뜨겁게 믿음 생활하시며 군대 간 막내를 전도했지요.
5년 동안 기적 같은 삶을 누리다가 재발하여 돌아가셨어요.’
‘그래요..’
만추의 하늘을 떠받든 푸른 여백을
도드라지게 쳐다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거둬들인 익은 곡식들 곳간에
들인 탓에 빈 들녘이 황량하게 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산자락은 된서리에 고운 빛깔로 물들어 갔다.
자연이 준 선물 꾸러미에 지친 인생길에 곤함이 풀렸다.
고하도에서 기다린 윤 목사님을 만났다.
가을 햇살 받은 얼굴이 밝고 윤기가 흘렸다.
아들 장가보내고 여유 만만한 초대였다.
‘결혼시키는데 빚은 안 졌어요.’
‘지들이 다 알아서 했어요.
난 동네 사람 경조사 서너 번 찾아간 집 있어도 안 알렸어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도와주신 것 하나님의 은혜였어요.
명철이가 2주 유럽 신혼여행 다녀왔는데 시골 오지 말라 했어요.
서로 편할 것 같아서요.
처가가 미아리라 거기 가라 했지요.’
이구동성으로 ‘그 집 아들 되었네요.’
‘아들 둘이라 괜찮고 또 딸이 사위 데려오면 되지요? 뭐!’
아무튼 넉넉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시골 교회를 천국으로 여긴 긍정 마인드가 넘쳤다.
그 믿음으로 자녀 셋 대학 뒷바라지하고 결실을 거둔 셈이다.
장모님을 모신 효자요,
최근 방통대 영문과 졸업한 학구파로 존경할 분이다.
해마다 양파 농사 지어 잊지 않고 택배로 보낸 나눔의 실천자다.
동시대 그런 분과 사역함이 행복이었다.
다들 ‘배가 출출하다’는 말에 카페에 들렀다.
차, 케이크, 붕어빵(개당 2천8백 원)을 주문했다.
작고 비싼 붕어빵은 쳐다만 봤다.
휴일이라 사람들이 부쩍부쩍 늘어
오가는 오솔길에 어깨가 부딪칠 정도였다.
저물기 전 숨 가쁘게 올라갔다.
뷰 좋은 곳에서 건네다 본 목포는 항구였다.
푸른 바닷물에 손을 담그고 싶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해변 데크 길 걸으며 추억을 쌓았다.
낭만의 거리!
갯바람이 살갗을 스칠 때 찬 기운을 느꼈다.
의자에 앉고 뒤에 서서 바다 배경으로 흔적을 남겼다.
행복이 묻어났다. 케이블카가 머리 위로 지났다.
가파른 계단에서 ‘아이고 다리야!’ 소리가 들렸다.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았다.
독감으로 머문 조도 목사님이 그리웠다.
건강 회복되면 밥 한 끼 먹자는 격려가 위로의 전부였다.
하당 평화의 광장 쪽으로 저녁 먹으러 갔다.
주요 메뉴가 샤부샤부인데
샐러드 바에서 자장면을 갖다 흡입하는 모습이 우스웠다.
정말 배고팠나 보다.
넉넉하고 풍성한 맛집!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조용한 찻집으로 옮겨 한적한 좌석에 앉았다.
윤 목사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꺼냈다.
‘오늘 성찬식 하고 은혜롭게 예배 마쳤는데
아버지가 중2 아들 핸드폰 빼앗았어요.
그 아들이 할머니 핸드폰으로 아버지를 신고했어요.
경찰관이 출동해 찾아와 조사한 모습 보고
아들을 훈계하라 거들었지요.
요즘은 여자와 아이들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매뉴얼대로 처리한다는 말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씁쓸했네요.’
농촌 교회 현실을 드러내며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우리는 어려움을 감당했지만 다음 세대가 문제라는 거였다.
누가 우리 교회에서 목회 오래 한다고 탓하지 않지만
고독함에 은퇴 후 도시로 떠날 생각이었다.
난 목사님 자신과 교회 위해 그곳에서
함께 부대끼며 오래오래 사시길 당부했다.
남해화평교회! 지난 5월 낯설고 물 설은
은점 마을에 십자가를 세우고 개척 예배를 드렸다.
하나님의 은혜로 1프로 부족한 사람이 1호 신자로 등록하였다.
2호 신자 소식은 가슴 설레게 만들었다.
앞으로 의료팀 방문과 칼갈이 자원봉사로
동네 사람들 섬길 일정이 잡혔다.
복음으로 은점 마을을 물들게 할 사역에 기대가 컸다.
얼마 전, 손자 녀석이 난센스 퀴즈를 냈다.
‘할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나무가 뭐 게요?’
‘헐? 뭐더라?’ ‘은행나무요!’ ‘푸하하하’
복음의 지경을 넓히기 위해 은행나무가 필요한 곳이 남해화평교회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어서길 망설이다 밤늦게 출발하였다.
다음 날 새벽에 부른 ‘나 사는 동안 끊임없이 구주를 찬송하리로다.’
찬송가를 되뇌는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아침 운동을 나갔다.
만남의 힘이 컸다.
몸이 가뿐하여 마음 놓고 4분대로 달렸다.
13킬로 마지막을 4분 10초에 끊었다.
헐레벌떡 숨이 찼다.
만족한 기록에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단톡에 흔적을 남겼다.
‘우리의 만남은 행복, 고하도 데크길 낭만,
어젯밤 저녁은 별미, 윤영덕 목사님 섬김,
커피집 모임은 기쁨, 장가게 여행은 시작,
승합차 대화는 역사, 황의천 목사님 운전,
기름값 삼마넌 후원, 남형곤 목사님 회갑,
다음번 모임이 기대..’
답글이 올라왔다.
‘목사님, 넘 열심히 하시는 거 아녀요?
관절에 무리 갈까? 조심하세여^^’
‘어제저녁 에너지 충전에 손발이 연동되어
막 나가는데 막을 수 없어 뛰어 버렸네요.
아~프로 살살할게요.
관절이 아프다 말하지 않게끔 요.
목사님! 빨리 쾌차하시고 나오면 밥 한 그럭 대접할게요.
힘내세요. 파이팅!’
우리의 만남과 교제와 격려가 목회의 버팀목이었다.
그 힘으로 김미리 성도님 세례 교육 2시간 시키며 믿음을 세웠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잠11:30)는 말씀이 눈에 밟혔다.
2023. 11. 4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