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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는 어려서부터 필상의 귀여움을 받고 자라고 또 자기네가 필상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으며 신세를 지고 있는 지을 잘 안다.
그래서 어려서는 누구보다도 필상이를 잘 따랐는데 초등학교 4.5학년 때 아이들이 머슴의 자식이라고 놀려 부모에게 말도 못 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었다. 그런데 중학교 사춘기 반항기에 들면서 필상네를 상전처럼 떠받드는 아버지 어머니를 보며 마음에 반감이 생기고 필상이 자기네에게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그로 인해 자기의 부모들이 더욱더 필상네를 위하고 존경하는 것을 보곤 필상의 행동이 자기 부모를 더 잘 부리기 위해 가면으로 하는 행동처럼 생각되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날이 가면서 자기 집안이 필상이네와 맺어져 있는 관계가 껄끄럽게 느껴지고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가슴속에서 자라면서 필상이 싫어지고 필상이네 앞에서 길을 못 피는 부모에게도 못마땅한 감정이 생겨났지만, 말은 못 하고 어떤 경로로든 하루속히 필상이네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성도는 영우가 분가했을 때 표현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큰 사고를 당해 다시 필상이네 신세를 지게 돼 이제는 더욱 필상이네를 벗어날 수 못 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이 들고 그렇게 필상네와 운명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가 싫은 생각도 들면서 어쩌면 이번 사고도 필상이네를 위하느라 아버지가 일하다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억하심정의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동안 계속하여 필상네 신세를 져왔고 현재도 필상네 신세를 질 수뿐이 없는 상태이라 표현으로 두드려지게 행동하지는 못해도 이유를 만들어 되도록 필상네를 피했다.
성국은 필상의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항상 필상의 보살핌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필상을 정말 큰아버지처럼 따랐다.
아니 어쩌면 자기 아버지보다 필상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필상이 자기 아들인 성수와 성호 못지않게 자기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공부를 잘하기도 했지만, 필상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항상 성수, 성호보다 학비를 먼저 마련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국은 부모님이 두 분 다 다치는 이렇게 큰일을 당했을 때도 필상이 있어 여간 든든하고 믿음이 가는 것이 아니다.
성숙이는 아직 고등학생이라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무조건 필상네에게 의지할 수뿐 없는 상태이고,
필상의 부부와 영우의 처의 간곡한 간호와 바램을 멀리하고 영우는 6개월여를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더니 끝내 세상을 뜨고 만다.
의사들은 식물인간으로 오래도록 지속하지 않고 일찍 간 것이 다행인지 모른다고 위로하지만, 소생의 희망을 걸었던 가족들에게는 커다란 비탄이다.
슬픔을 달래며 필상이 영우의 장례식을 주관한다.
그때에도 성도는 맏아들인, 자기가 주관하여 치러야 할 장사를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슬픔이려니와 미숙한 자기로서는 그 일을 감당하기 힘들었을 터인데 필상이 있어 그 큰일을 대과 없이 잘 치렀다는 생각에 필상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아버지의 서거로 앞으로 더욱 필상네에게 의지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더 마음에 걸려 의도적으로 되도록 필상을 피하려고 했다.
반면 성국은 필상이 있으므로 자기가 얼마나 든든하고 의지가 되는지 몰라 그 고마움을 솔직하게 필상에게 표하며 감사해 한다.
성숙은 필상의 처의 손을 잡고 눈물만 흘리고
영우는 영우가 생전에 늘 말했던 것처럼 임진강이 잘 보이 곳에 묻었다.
혹 자기가 고향에 못 가고 죽으면 고향에 가는 길목인 임진강이 잘 보이는 언덕에 묻히고 싶다고 말하던 영우의 뜻에 따라
영우의 시체를 임진강이 잘 보이는 곳에 안장하고 돌아오던 날 영우의 처가 장례예식 차에서 내리다 쓰러진다.
놀란 식구들이 부축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며 영우의 병간호와 장례 예식을 치르느라 지쳐서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자리에 눕더니 일어나지 못한다.
그리고는 영우가 자기를 데리러 왔다고 헛소리를 한다.
다시 필상의 처에 간호가 시작되었다.
필상의 처의 각별한 간호로 며칠 후 영우의 처는 육체적으로는 건강을 회복하여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미몽에서는 깨어나지 못한다.
그런 엄마를 위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던 성숙이 학교를 포기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마저 정신이상이 된 상태에서 누군가가 엄마를 돌보아야 한다는 마음에 학교를 포기한 것이다.
필상이 그러는 성숙을 말리며 학자금은 자기들이 마련해주고 어머니도 우리가 돌볼 테니 학업은 계속하라고 하였지만, 큰아버지께 너무 신세를 진다며 성숙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버지와 엄마의 병원비로 쓰느라 큰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준 하루갈이 밭은 팔았고 논만 다섯 마지기는 있는 형편이고 이제 엄마의 병원비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학교를 계속 다니겠느냐, 또 앞으로 농사철이 오면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바빠지실 텐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를 혼자 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 성숙의 변이다.
옳은 말이긴 하나 필상으로서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다.
성국은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여전히 학생을 가르치는 입주식 아르바이트를 하고 성도는 3월에 소위로 임관하여 광주 보병학교에서 훈련을 받고있는 중이다.
필상은 그러는 성숙을 기특하게 여기고 영우 처의 병이 호전되는 대로 복학을 시키던지, 기술을 배우게 하던지, 하여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영우의 처와 성숙을 셋방에 따로 있게 하는 것이 불안하고 불편하며 또 현재로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여 다시 필상이네 집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렇게 합치고 난 후에도 영우 처의 병은 차도가 없어 늘 성숙이 엄마 곁에서 돌보아 주어야 하게 되어 어쩜 성숙이 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니고 있어 성숙의 말대로 농사를 짓는 집에서 병자인 영우 처까지 돌보아야 했다면 필상이네가 많이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돌보는 사람을 구해야 했을지 모른다.
영우와 영우 처의 도움을 받아 짓던 농사를 필상이 내외가 지어야 하는데 성숙이 없으면 영우의 처를 간병하기 위해서는 필상의 처가 늘 영우 처 곁에 붙잡혀 있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곧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있던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영우의 처는 쉽게 회복을 못 한다.
그래서 그렇게 시간만 끌 수 없다고 생각한 필상은 영우의 처를 요양원에 입원시킬 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해서 성숙이 시간이 나면 학교를 다시 보내던지, 미용기술이나 양재기술을 배우게 하려는 생각을 가졌다.
영우의 아들인 성도는 군에 장교 입관되어 가 있고 대학교 2학년인 성국은 입주식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자기 아들인 성수는 대구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고 성호는 이제 고2이므로 아직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좀 있다고 판단해서 성숙에게 고등학교를 마치게 하던지 기술을 배우든지 하게 하여주고 싶었다.
필상은 요양원을 알아본 결과 경기도 가평에 있는 00요양원이 신설도 좋고 의료진도 훌륭하다고 판단하고 그곳으로 결정하고는 입원 및 치료비를 위해 자기 밭에 일부를 팔았다.
영우의 명의로 되어있던 논은 영우가 사망한 후 영우의 처에게 상속되어 있어 정신이상인 영우 처의 땅을 영우처의 동의 없이 팔 수도 없지만, 그 땅마저 팔아 버리면 영우의 처가 정신을 차렸을 때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필상의 처는 남편의 처사를 속으로는 못마땅해하면서도 늘 그러는 남편이기에 아무 내색을 하지 않는다.
친형제 이상으로 영우네에게 기울이는 필상의 정에 이제는 이골이 났으니까.
영우의 처를 요양원에 입원시키는 날
요양원에는 필상의 부부와 성숙이 같이 갔다.
정신이 맑지 못한 상태에 있는 영우의 처가 입원 수속을 하고 입원하여 들어가면서 가족과 떨어지는 것이 싫은지 필상의 처 손을 잡고 떨어지려고 하지 않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 바람에 필상의 처도 울고 그 모습에 성숙은 물론 필상의 눈에도 이슬이 맺힌다.
의료진의 독촉으로 영우의 처가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병실 안으로 들어가고 난 뒤 돌아서며 성숙은 또 한 번 필상의 처 품에서 통곡을 한다. 그런 성숙을 필상의 처가 달래고 필상도 위로해서 겨우 데리고 요양원을 떠났다.
요양원을 다녀와서 며칠이 지난 후 필상은 성숙을 물러 놓고
“이제 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가 계셔서 너에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집에서 무료하게 보내지 말고 학교 복학하던지 미용이나 양재 같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 어떠냐?”
하고 물었다.
엄마가 요양원에 들어간 후 특별히 할 일이 없고 집안일을 도우려 해도 아버지를 잃고 엄마까지 요양원에 들어가 있는 성숙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큰어머니가 집안일을 거의 못 하게 해서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며 무료해 하던 성숙은
“큰아버지 감사합니다.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생각해 보고 결정하여 말씀드리겠어요.” 한다.
“그래 알았다. 충분히 생각해 보고 말하거라. 기다리마.”
이틀 후 성숙은 필상에게 이제 고등학교에 복학하여 학교를 나와도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학교 가는 대신 양재 기술을 배우고 싶고 기왕에 양재를 배우려면 서울에 올라가서 제대로 배우고 싶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얼마나 들 것 같으냐?”
“저도 잘 몰라요. 서울에 올라가서 알아보아야지.”
“그래. 그러면 서울에 올라가서 알아보고 와서 다시 이야기하자.”
필상의 허락을 받은 성숙은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서 양재학원을 찾아다니며 학원비도 알아보고 못처럼 서울에 온 길에, 작은오빠 성국도 만나보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실은 어제 필상에게서 서울에 다녀오라는 승낙을 받고 저녁에 작은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것 같은 시간에 성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르바이트하는 집에서 전화를 받은 성국은 성숙의 말을 듣고 필상이 자기네들을 대하는 한결같은 마음에 고마운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성숙에게서 필상이 자기에게 학교 가던지, 기술을 배울 것을 권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서
“오빠! 그래서 나 큰아버지께는 양재 기술을 배우고 싶고 그것도 서울 올라가서 배우겠다고 했어. 내 말을 들으신 큰아버지가 한 달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보라고 하셔서 서울 올라가려고 하는데 양재학원 다니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그야 나도 모르지. 알아보지 않았으니까.”
“돈이 많이 들겠지?”
“그래 그것은 너무 돈이 많이 들 거야. 그러니까 마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너도 알다시피 큰아버지네가 부자가 아니잖니. 그리고 이제 성호도 곧 대학을 가야 하는데.”
“어쨌든 큰아버지가 알아보라고 하셨으니까 나 내일 서울 갈 거야. 그러니까 서울에서 만나.”
“그러지 말고 그 동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아봐.”
성국이 걱정스런 음성으로 말한다.
“알았어. 하지만 내일 서울 갈 차비도 큰아버지한테서 받았으니까, 내일은 무조건 올라갈 거야. 서울에서 오빠도 만나고 싶어. 그러니까 내일 오후 세 시 덕수궁 정문 앞에서 만나.”
하고 성숙은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를 잡고 있으면 오빠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고 혹시 ‘올라오지 마라. 덕수궁에 안 나갈 거야.’ 하는 말을 듣지 않을까 염려해서이다.
그러면 낭패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 성숙이 혼자 양재학원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잘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구리천리향님!
무혈님!
이초롱님
지키미님!
감사합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목련이 필 것 같습니다 . 화사한 꽃처럼 화사한 봄을 맞으시길
즐독 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