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야 카페가 열리는 군요. 이곳의 수많은 자료와 정보, 칼럼들이 사라지지 않아 기쁩니다.(그러고보니 카페 열리고 첫글인지도...-_-;)
회사에서 돌아와 씻고 밥 먹고 TV를 켜니 espn에서 여자농구 소식이 나와 관심 가지고 보는데 바로 뒤이어 유명우 선수 근황과 추억의 경기를 묶어 명예의 전당으로 방송해주더군요. 개인적으로 어렸을 적 두 명의 영웅이 김일과 유명우 였던 터라 즐겁게 봤습니다.
당시 독종이라 불리는 곱슬머리 장정구나 박종팔 그리고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던 문성길도 상당히 인기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딴에 의리를 지킨다고 유명우 선수 경기만은 꼬박꼬박 챙겨봤던 기억이 어렴풋 납니다.
요즘 espn '추억의 복싱'에서 종종 옛날 경기를 해주고 있는 걸 알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실은 20세가 훨씬 넘은 후에야 유명우가 160도 안 되는 단신에 주니어 플라이급(48.99kg)의 왜소한 체격인 걸 알고 상당히 쇼크를 받았다는... 키가 작다고 영웅이 훼손되는 거야 아니지만 역시 과거의 환상은 와장창 깨지기 십상이라...
도대체 뭘 봤기에 그것도 몰랐냐고 물어도 어린애의 크기 재는 눈이란 어설프기 마련이고 여자애가 괴상한 걸 좋아한다고 질색팔색 하는 어머님과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아버님 때문에 언제나 시합보기만도 힘들었던 터라 자세한 상황은 거의 알 수 없었습니다. 예전엔 사실 지금처럼 정보 얻기가 쉬웠던 것도 아니었고요. 곁에 서 있던 레프리가 컸던 것은 어디까지나 서양사람이라 그런 거라고 편리한 대로 생각해버렸다는..(88올림픽 이전, 거의 정보 수준에서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입니다.-_-;;)
어째든 매 시합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들며 다소간 맞더라도 끝없이 인파이팅 했던 유명우 선수의 모습은 아직 기억 한켠에 남아 있는데 너무나 선량한 모습으로 서글서글 웃는 마음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있어서 마음 한켠이 감동으로 찡하더라는...
뻘소리는 그만하고 일요일 시합에 대해 얘기하자면 TG와 전자랜드 경기는 종종 일방적인 경기가 되기 쉬운데도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됩니다. 그 까닭 중 하나는 또 예뻐하는 팀인 KTF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바로 전자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전자랜드의 발전이나 문제제기는 KTF에도 참고나 방향제시가 될 수 있기에 더욱 관심 갑니다. 물론 뭐 또 한가지 이유는 전자랜드 선수들 전반에 대한 무난한 호감도 한몫하고 있지만...
아무튼 전자랜드는 이날 경기에서 최명도-김훈-김동언-화이트-윌리암스라는 변칙라인업을 내세웠습니다. 대략 오리온스가 내세웠던 작전과 비슷한 작전으로 인사이드의 높이를 높여 제공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처음 생각에는 김동언을 김주성에게 붙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홀의 수비를 맡기더군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김동언은 제 역할을 별로 못했습니다. 사실 홀 같은 개인기 뛰어난 가드 용병을 수비할 때는 그림자 같은 페이스 가드에 항상 핸드업 수비를 잊지 말아야 하는데 김동언 선수 너무 출장시간이 적어서인지 시합감각을 거의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결국 문경은과 조동현의 체력세이브란 본래 목적에는 별로 도움되지 못했습니다.
조금 궁금했던 것은 왜 박훈근 대신 김동언이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박훈근이라면 힘 좋고 높이도 있고 무엇보다 플레이시 머리회전도 괜찮고 스탭 역시 센터출신치고는 상당히 빨라 만약 줄창 홀수비로 세웠다면 시즌 끝무렵에는 상당히 괜찮은 수비를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뭐 물론 팀에서 시기 적절하게 핼프디펜스 해준다는 전제하에서 얘기지만 3번 4번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가 홀을 맡는 게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뭐 전자랜드 팬이 아닌 데다 이번 시즌 박훈근 출전시간이 전반적으로 너무 짧아 자세한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반면 박훈근의 김주성 수비는 차라리 뒤에서 막기 보다 앞에서 오버가딩 하는 쪽이 정석이 아닐까 싶긴 했는데 워낙 신장차도 크고 김주성의 기량이 보통을 넘는 터라 어떻게든 어려웠을 거라 싶습니다. 반면 박훈근과 정훈의 매치업은 확실히 박훈근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양팀, 특히 TG가 너무 화려한 공격력을 선보여서 사실 경기 세부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전자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팀공격시 너무 정적이라는 점입니다.
확실히 이날 경기에서 화이트의 모습은 욕먹을 부분이 많습니다. 한동안 개인플레이가 줄었구나 싶어 솔솔 애정이 갔는데 이날은 다시 심각한 모습을 보여 계속 이래서는 어떤 스탯이 나와도 용병 MVP는 물 건너가겠구나 싶더군요. 특히 마지막 3분간은 뭐라 변명도 안될 정도로 여러 차례 소중한 공격기회를 무산시키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몇차레 시도는 없었지만 그래도 문경은은 최고의 슛감을 보여주고 있었고, 데릭스 못지 않게 성실한 블루워커인 윌리엄스의 칭찬 받아 마땅한 플레이와 대비되어 화이트의 실수들은 더욱 크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마냥 화이트에게만 책임을 전부 떠넘겨서는 안될 것이 용병 두명이 위치한 스트롱 사이드(볼이 있는 곳)를 제외한 위크 사이드는 한없이 정적인 것이 이날 전자랜드의 모습이었습니다. 차라리 공격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는 TG의 오펜스 모습은 끊임없이 위크 사이드에서 컷인 들어가 주고 코트에서 다섯명 전원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조동현 따로, 화이트 따로, 최명도 따로, 거의 팀 패턴이라는 것이 없이 모래알 모습이었습니다. 뭐 언제나 너무 빨리 공격을 감행한 화이트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팀에서 자기 역할을 잊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문경은은 쿼터마다 한 개씩 3점을 성공시켰는데 전부 들어가기 어려운 지점에서 억지로 성공시킨 슛이었습니다.
경기는 중간중간 5점 내외의 박빙으로 갔지만 뭐랄까 TG의 위기관리 소훌이라는 생각이 들지 전자랜드가 경기를 뒤집을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TG의 공격은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나온 물 흐르는 듯한 공격이었고 전자랜드의 공격은 반쯤 어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자랜드의 변화와 균형 맞추기는 무엇보다 화이트가 정신차리고 자기를 자제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국내선수들도 코트에 들어설 때 좀더 각오를 가지고 들어서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다섯명 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춰 홀을 제외하면 팀원 전원이 블루워커 역할을 해주는 TG와는 달리 전자랜드는 공격력에서 화이트와 문경은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 둘을 살려주기 위해 나머지 팀원들이 궂은 일을 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데 전자랜드에는 난사 말고 제대로 된 패턴에서 확실한 블루워커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습니다.(그렇다고 공격에 적극적이냐면 별로 그것도 아니고...) 전자랜드가 잘나가고 있을 때는 문경은이 스크린 서주고 리바운드 참여하는 블루워커 역할을 해줘(조동현도 언제나 자기몫 만큼은 해줬고) 어느 정도 팀이 잘 돌아갔는데 이날 경기에서 보니 문경은의 피로도가 높은 건지 수비에서 번번이 놓치고 쓸데없는 파울만 얻었고 공격에서도 슛컨디션과는 별개로 움직임이 상당히 둔화되었습니다. 조동현은 아직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은 건지 전반적으로 움직임이 둔했고요. 윌리암스가 없다면 전자랜드의 페인트존 장악과 리바운드가 어떻게 됐을까 암담할 지경입니다.(문과 조를 제외하면 사실 다른 선수들은 특별히 피곤할 이유가 없어 아쉽습니다.)
박영진을 보면 성격도 침착하고 경기운영도 잘하고 있는데 스스로 게임을 메이킹하고 주도해 나가는 것은 힘들겠지만 패턴을 주면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내년도 팀PG사정이 어렵다면 박영진의 체력을 좀더 다져 주전에 가깝게 써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어째든 현재 SBS의 박성운과 더블어 그나마 답답한 팀사정에 한줄기 숨통입니다.
김주성은 시즌 초만큼 수비력이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공격 면에서는 확실히 90%이상 돌아왔습니다. 계속 이대로만 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심판의 파울콜을 보기 위해 지긋이 실눈을 뜨는 것을 보면 어떻게 슛은 넣나 싶은데도 자유투 성공률도 올라가고 고무적입니다. 어찌보면 오리온스와의 경기는 김주성 자유투의 승리이기도 했다는...
뭐 최근 경기는 계속 양경민이 건져주고 있습니다. 거의 가공할만한 3점슛 성공률입니다. 게다가 자유투 성공률은 더욱 무섭고... 올해의 해결사는 솔직히 홀보다 양갱이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규리그 MVP는 김주성, 그리고 PO MVP는 양경민이나 신기성이었으면 합니다. 흐흐흐 물론 TG의 통합우승 시에 말입니다.
신기성 역시 10개 팀 어디나 특별히 심하게 약한 면을 보이지는 않고 있고...
맨 뒤에 본론으로 허코치님 얘길 하자면 자꾸 깜빡 하시는지 또 용병을 몸으로 막아선 허코치님.. 상대가 이번엔 화이트라는 게 어이없었지만 그나마 중간에 깨닫긴 하셨는지 뒤로 물러서서 천만 다행입니다. 코트에 들어서기 전에 78kg(현재 추정 허코치님 최대 몸무게)이상과는 막아서지 못하게 주지시켜 드리던지 해야지 원~
뭐 갑빠 용병을 막아서는 거 말고도 TG에는 허코치님이 해줘야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 -_-;;
KTF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전자랜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TG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어딜까요? 저는 황성인-하니발-조상현-서장훈-재키존스의 청주SK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포지션에서 다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는 없어도 팀의 힘으로 치면 확실히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주SK보다 TG가 한가지 더 갖은 게 있다면 아마도 그건 팀에 끈기와 노하우를 전달해줄 허재의 존재입니다.
아무튼 허코치님에겐 KCC(구 현대)에 갚아야 할 해묵은 빚도 있고 또다시 힘내야 하고 힘낼 수 있는 새로운 목표가 구체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주연이 아닌 조력자의 역할이지만 중심이건 가장자리건 현재 현역을 뛰고 있는 그 자신의 리그인 건 언제나 변함없습니다.
첫댓글 전 어릴 때부터 신기성 선수 좋아했었는데 요즘 보면 완전 물 오르셨다는. ㅜ_ㅜb
근데 허코치 78kg는... 좀... -.-;;; 그렇게 말랐나...?
아 무뭉님 여자분이셨군요..
유명우.. 기교파이기도 했지만 아웃복싱 보다는 인파이터였죠. 그의 경기 정말 재미있었다는.. 딴지는 아니지만 그 당시 청주 SK의 용병은 재키존슨이 아닌 재키존스였던걸로.. ^^;;
엇 누..누님이셨군요. ^^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원/허코치님 지난시즌 최대 체중이 78kg입니다. 예전에는 거의 90kg(88kg)을 육박했었는데..ㅜ_ㅜ, E.J/이름 정정 감사합니다. 워낙 명사치라서... ^^;
헉... 그 키에... 그 몸에... 믿어지지 않는다는... -.-;;;
좋은 정보 감사드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