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산천을 알아야 대전의 문화가 보인다!!
동행하며 일구는 상생과 공존의 길, 대전둘레산길!
저는 ‘대전둘레산길잇기’ 회원이어서 언제나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우리가 길을 내고 다듬으면서 즐기고, 또 그 아름다움을 후세에까지 전하고자 하는 ‘대전둘레산길’이 단순한 등산로나 호반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늘 살피고 확산하고자 하는 ‘대전둘레산길’은 우리 삶의 원형이고, 공동체 문화이며, 길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우주인 것입니다.
한 차례만 동행을 해보면 압니다. ‘대둘’의 산행에는 준비와 배려가 있고, 양보와 헤아림, 여유가 있습니다. 대전둘레산길 위에서는 빈부귀천, 남녀노소, 지위의 고하가 없는 공동체가 실현됩니다. 또한 내 고장, 내 고향, 우리 산하에 대한 인문지리와 환경생태학이 즐겁고 가볍게 넘나듭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어느 꽃이든 꽃봉오리 안쪽을 들여다보신 분이면 다 아실 겁니다. 거기에는 말문을 막히게 하는 조화와 질서의 섭리가 빼곡하게 차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투명한 애기초록 이파리든, 발그레 수줍은 단풍잎이든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 거기에 우주의 관계 망이 다 모여 있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했지만 풀과 나무는, 그것들의 숲길, 산길은 하늘과 바람과 별을 맨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우주의 감동을 느끼는 우리 ‘대둘’ 회원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과연 산은 무엇일까요?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이 늘 산이고 어딜 가나 산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우리는 대대손손 산과 함께 지내며 어우러져 살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네 삶은 산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 산기슭에서 생명을 일구며 놀고, 일하고, 살다가, 산으로 돌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특한 ‘산문화’를 이루며 산과 소통하고 융합하였습니다. 사람은 산을 닮고 산이 사람을 닮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국토의 2/3가 산’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일상생활과 문화 속에, 역사와 철학, 집단적 사고 속에 산의 영향과 의미가 깊고 넓게 배어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산은 곧 숲이고, 숲은 곧 산이었습니다. 평지가 거의 없는 산악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집안의 대들보’, ‘사회의 기둥’, ‘국가의 동량’ 등의 어휘가 함축하는 것은 우리의 민족정서 깊숙한 곳에 산과 숲이, 그곳의 나무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삼국유사는 말해줍니다. “환웅이 무리 삼천을 이끌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터전을 일구니 신시였다.”에서 보듯이, “산-태백산, 나무(숲)-신단수, 마을(도시)-신시” 의 기본적 구조는 “천-환인․환웅, 지-웅녀, 인-단군, 홍익인간”이라는 겨레 정신의 원형질이 됩니다. 신단수는 하늘과 지상을 연결시켜 주는 자연조화문화의 상징이고, 천․지․인의 일체입니다. 그 상징은 수천 년 우리의 정서 속에 면면히 살아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과 숲, 나무를 일컬어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뿌리라거나 우리 정서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 ‘대전둘레산길잇기’의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앞만 보고 질주하는 현대문명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과의 교감, 공존을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또 그것은, 개발위주의 성장정책으로 빼앗긴 휴식과 문화의 공간, 운동과 치유의 공간을 시민에게 되찾아주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도시민의 환경문제, 공해문제, 교육문제, 물질만능주의, 인간소외와 인간성 상실의 위기감이 깊어질 때,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고 이웃과의 담장이 높아지며 ‘마실가는 일’이 없어질 때, 적어도 대전시민은 자연 속에서, 대전의 산길 위에서, 대전의 숲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정서를 순화시키며, 공동체의식과 애향심을 고양하자는 것, 나아가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켜 보자는 것입니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대전은 커다란 분지를 에워싼 십여 개 산들과 삼대 하천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터전입니다. 비영리시민단체(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로서 ‘대전둘레산길잇기’는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대전둘레산길잇기’는 우리 ‘대둘’ 회원님들의 변함없는 열정, 운영위원님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안내지기’님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힘입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면서 선도적인 시민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유급 활동가 한명도 없으면서 일곱 개의 산행모임을 충실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뒤에는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밀어주고 끌어주시는 여러 회원님의 능동적 참여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 잘 알기에 언제나 머리 숙여 서로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뭉쳐 있습니다. 서로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나누는 공동체문화가 ‘대둘’의 중요한 기본정신입니다.
복지국가일수록, 혹은 인간답게 사는 나라들일수록,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나 단체 활동이 활발한 법입니다. 그들은 부러울 정도로 다양한 모임을 가지면서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정부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을 어루만지고, 쓸고, 닦고, 향기롭게 합니다. 그러면서 저절로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품격을 고양합니다. 자신의 여력을 널리 나누고자 하는 그들의 능동성은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의 굳건한 초석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나눔과 동행, 공존의 헤아림일 겁니다.
결국 우리의 ‘대둘’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이 지향할 바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대둘’ 활동도 이렇게 나누면서 배우고, 배울수록 더 나누고 하면서, 함께 자라고, 함께 살아가는 동아리이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느 정치집단과도 무관하면서 어느 정치세력보다 앞서서 녹색을 지향하고, 누구보다 먼저 생태적 삶의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어떤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딱딱해 지지 않고 솔바람처럼 향긋하고 계곡물처럼 시원하고 달콤하게, 친환경적, 자연적 살림살이를 두루 펼치고 나누어 나갈 것입니다. 물론 회원님들 모두와 함께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산길 위에서, 솔향기 맡으며 물소리 들으며 어느새 진정한 민주시민이 될 것입니다. 땀 흘리며 오르내리다 보면 저절로 민주, 평등, 공공성, 연대, 평화, 안전과 생태의 가치를 추구하는 명실상부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것임을 믿습니다.
산을 좀 다닌 사람은 어느 산이 제일 좋으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제 대답은, “우리 집 앞산이 제일 좋습니다.”입니다. 우리 집 앞산은 ‘대둘’의 산인데, 특별한 것 없는 산이지만 언제나 볼 수 있고, 청량한 숲 향기와 맑은 물소리, 투명한 새소리를 들려줍니다. 때로는 어머니처럼, 때로는 아내처럼, 또 어떤 때는 친구처럼 고맙고 소중한 산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앞산인 ‘대둘’의 모든 산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뭇 생명의 터전으로 길이 보전되기를 바랍니다. 신경림의 시 한 수 덧붙이며 글을 맺습니다.
<산에 대하여>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는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 순한 길이 되어 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짓
따뜻한 사랑의 숨을 자리가 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 죽일 듯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다가도
칡넝쿨처럼 머루 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요즘 정규안내산행에 참가하시는 횐님들이 너무 적어 한신팀장이 고군분투하고 계십니다. 팔순을 눈 앞에 둔 '늙은 돌까마귀'가 정규안내산행에 횐님들의 많은 참가를 기대하며 창립 22주년 기념일인 오늘, 고향 선산의 재실에 앉아 우리 카페 역사자료 '잉태, 탄생에서 오늘까지' 게시판에서 '박찬인' 우리 대둘 대표님이 2017년 1월 29일에 올리신 글을 퍼 올립니다.
첫댓글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
대둘이 어쩌다 이 꼴이 됐는지...
가슴팍을 마구마구 때리고 쥐어 뜯습니다.
''모든 것이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