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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단테, 지옥을 견디는 자 - 단테의 신곡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지옥의 문(The Gates of Hell)〉, 1880-1917, 청동Bronze, 680×400×85㎝, 파리 로댕미술관
✺ ‘예썰의 전당’ 여섯 번째 주제는,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 단테의 신곡
가장 중세적인 인간인 동시에, 르네상스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단테. 그는 신곡에서 처참한 지옥을 묘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드러낸 뛰어난 거장이었다. 위대한 작가 단테가 묘사한 지옥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옥의 안내자로 유쾌하게 등장한, 심용환 역사학자와 함께 단테의 지옥으로 떠나보자.
✺ KBS1 <예썰의 전당> [6회] 내 이름은 단테, 지옥을 견디는 자 - 단테의 신곡. 2022년 6월 12일 방송 다시보기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지옥의 문(The Gates of Hell)〉, 1880-1917, 청동 Bronze, 680×400×85㎝, 파리 로댕미술관
✵ 예썰 하나, 로댕, 희대의 걸작 지옥의 문 꼭대기에 단테를 조각한 사연은?
‘근대 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로댕이 죽는 날까지 매달린 희대의 걸작 지옥의 문(La Porte de l'Enfe)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수백 명의 모습을 처절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지옥의 문 속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작품이 숨어있다는데? 지옥의 문 꼭대기에 위치한 ‘또 다른 작품’의 모델이, 다름 아닌 신곡의 작가 알리기에리 단테(Alighieri Dante)라고 한다. 로댕이 단테를 통해 담고자 한 지옥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걸작 ‘지옥의 문(La Porte de l`Enfer)’
https://cafe.daum.net/201s/AYJ5/7152
✵ 예썰 둘, 미켈란젤로도 심취한 책?
중세부터 오늘까지 신곡(La divina commedia, 神曲)이 사랑받는 이유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의 작품’이라 불리는 단테의 신곡. 신곡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끈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단테를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 칭송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신곡이 걸작이라 불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탈리아어로 쓰인 최초의 책이라는 역사적 의의에서부터, 마치 노래하듯 흘러가는 14,000여 시행의 비밀까지! 신곡이 700년 넘게 사랑받는 이유를 살펴본다.
구글리엘모 지랄디, 단테의 《신곡》 속 〈1악장 지옥(Inferno)〉 삽화, 1478~1482년경/
구글리엘모 지랄디, 단테의 《신곡》 속 〈2악장 연옥(Purgatorio)〉 삽화, 1478~1482년경
* 리스트 페렌츠(Liszt Ferenc) 작곡의 단테 교향곡(Symphony “Eine Symphonie zu Dantes Divina commedia”, S.109) 모든 악장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William Dyce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죽음, 알렉상드르 카바넬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한 장면_비운의 연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바라보는 단테와 베르길리우스
✵ 예썰 셋, 지옥에서의 사랑을 그리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Paolo and Francesca)의 비극 중세의 규율이 엄격했던 14세기. 그런데 뜻밖에도 신곡 속 지옥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숨어있다고 한다. ‘단테’는 지옥을 여행하던 중,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라는 한 쌍의 연인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은 단테는, 너무 마음이 아파 그만 혼절해버리고 말았다는데… 단테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던 ‘신의 시대’ 중세와 ‘인간의 시대’ 르네상스. 두 시대를 잇는 단테의 진면모를 알아본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구상한 성 베드로 대성당의 내부를 보여주는 종단면(1569년 출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자코모 델라 포르타, Dome of the Clementine Chapel in Saint Peter 's Basilica
단테가 신곡을 들고있는 그림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
● 단테의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
◦ 단테의 신곡이 쓰여진 시기
신곡(Divina commedia) 이탈리아어로 14세기 초 이탈리아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가 쓴 서사시이다. 단테가 성곡적인 공직생활을 이어가다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그의 나이 35세가 되던 해에 추방 선고를 받고 죽을 때까지 망명생활을 하게 되는데 타지를 떠돌던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신곡을 썼다고 한다. 신곡은 단테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와 당대의 정치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으로 시작하여, 기독교가 삶의 틀이었던 중세의 세계관을 집약하여 담아냈다. 단테가 살았던 시절 문학은 라틴어로 쓰는 일이 당연하던 때였다고 한다. 그러나 단테는 신곡을 라틴어가 아닌 토스카나(Toscana)의 방언(이탈리어의 토대가 된 언어)으로 저술하는데 단테의 이러한 시도는 이탈리아어가 라틴어의 그늘에서 벗어나 나라말로 자리 잡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 줄거리
신곡(Divina commedia)의 이야기는 지옥, 연옥, 천국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 시는 사후 세계의 세 영역인 지옥, 연옥, 천국을 통해 시인 단테의 긴 여정을 따라간다. 지옥편에서 단테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정신과 마주한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지옥으로 인도하겠다고 제안하고 함께 지옥의 9개 옥으로 내려가 저주받은 영혼이 저지른 죄에 대한 다양한 형벌에 직면한다. 연옥에서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죄를 정화하는 연옥 산의 7단계를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단테는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다양한 영혼들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연옥에서 단테는 수레를 탄 베아트리체(Beatrice)를 만나고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여행한다. 그들은 함께 천국을 여행하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연합된 성도들의 영혼과 축복받은 영혼들을 만난다. 신곡 전체에서 단테는 생생한 이미지와 우화를 사용하여 죄, 구속 및 신성한 사랑의 본질을 묘사한다. 이 시는 지옥에 대한 강력한 묘사로 유명하며 서양 문학과 문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것의 영향은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르네상스 예술에서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지옥의 문(The Gates of Hell)〉, 1880-1917, 청동Bronze, 680×400×85㎝, 파리 로댕미술
◦ 가장 인상 깊었던 지옥편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던 신곡(Divina commedia) 중 지옥편(Inferno)이 가장 인상 깊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지옥을 여행하는 동안 단테는 자신의 경험과 도덕적 판단에 따라 인도된다. 그는 자신의 도덕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그들을 지옥에 던져 넣는 현대의 정치적, 종교적 인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신화적 인물을 만난다. 결국 단테는 그의 여정을 통해 정화되고 깨달은 채 지옥에서 나온다 지옥에서의 그의 경험과 연옥과 낙원을 통한 여행은 신을 향한 인간 영혼의 여정에 대한 강력한 알레고리 역할을 한다.
◦ 영향을 받았던 예술가
단테의 지옥과 그 형벌, 그 주민들에 대한 생생하고 상세한 묘사는 수많은 그림, 조각, 문학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단테의 지옥(Inferno)를 기반으로 한 가장 유명한 예술 작품 중 하나는 14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년경-1510)의 삽화이다. 지옥의 여러 형벌을 포함하여 신곡의 장면을 묘사한 이 삽화는 지하 세계에 대한 단테의 비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각 예술 외에도 단테의 지옥(Inferno)은 댄 브라운(Dan Brown)의 20세기 소설 "지옥(Inferno)"를 비롯한 수많은 문학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 단테의 신곡 첫 머리에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책 속의 단테는 수많은 역경을 지나고 천국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는데 실제로 젊은 시절 사랑했던 베아트리체는 24살에 죽게 되는데 그 뒤 단테는 타락한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단테의 첫머리에 어두운 숲을 헤매며 방황하는 것으로 이때의 삶을 표한하고 있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지옥의 지형도(La Carte de l'Enfer), 1495년
◦ 단테의 신곡, 지옥의 지형도
단테에 의하면 지옥은 북반구에 있는 거대한 깔때기 모양의 구덩이다. 그 구덩이는 8개의 동심원을 따라 내려가면서 좁아져 맨 밑 제9 지옥에 이른다. 단테는 지옥을 9층으로 나누고 각각의 층을 원(圓, cerchio)이라고 부른다.
제1 지옥은 림보(Limbus)다. 지옥 같지 않은 지옥이다.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어린아이들과 유덕한 영혼들이 있는 곳이다. 그곳엔 기쁨도 없지만 그렇다고 고통스러운 곳도 아니다. 다만 하느님을 뵙고자 간절히 원하나 가망이 없기에 한숨만이 나오는 곳이다.
제2 지옥에는 애욕(愛慾)의 죄인들이 어둠 속에서 무섭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고 있다.
제3 지옥에는 식탐(食貪)의 죄인들이 심한 악취가 풍기는 진창 위에서 뒹굴고 있다.
제4 지옥은 재물(財物)을 모으기만 한 인색한 자들과 낭비만 한 자들로 양분되어있다. 그들은 가슴으로 무거운 짐을 굴리며 원의 반쪽을 영원히 왕복한다.
제5 지옥에는 분노(憤怒)로 자기 자신을 잃고 몸을 망친 자들이 스틱스강에서 성난 얼굴로 난투를 벌이고 있다. 그 슬픔의 강 스틱스를 건너면 저만치에 불행한 하부 지옥의 도시 디스(Dis)가 불타고 있다. 단테는 이제 디스의 성벽 문 즉 지옥의 내문(內門) 앞에 와 있다. 사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지옥, 지옥 속의 지옥이다. 상부 지옥의 죄들은 그저 무절제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하부 지옥의 죄들은 모두 악의(惡意)에서 기인한 것들이다. 천사의 도움으로 내문을 통과한 단테는
제6 지옥에서 이단자(異端者)들이 불타는 관(棺) 속에서 벌 받고 있는 광경을 본다.
지옥 편 제11곡에는 어떤 극적인 일화도 없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악취를 피해 이단자 아나스타시오 2세 교황(Anastasius PP. II, 재위 496~498)의 무덤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베르길리우스는 특히 디스(Dis)의 성벽을 경계로 한 하부 지옥의 특징에 관해 설명한다.
악의로 자행하는 모든 행위는 하늘에서 미움을 산다. 그것들의 목적은 정의를 방해하는 것이며, 그 모든 불의의 목적은 폭력이나 기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다. 그런데 기만이란 인간 고유의 악이기에, 하느님께서 가장 싫어하신다. 따라서 사기꾼들은 더 아래에 있고 더욱 큰 고통을 받는다. (지옥 11,22-27)
무절제의 죄들은 상부 지옥에서 벌을 받는다. 그 죄들은 선택적 악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약함이나 격정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적 악의에서 나온 죄들은 하부 지옥에서 벌을 받는다. 그러므로 나는 상부 지옥과 하부 지옥의 차이가 각각 성약설(性弱說)과 성악설(性惡說)을 지칭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단테가 왜 상부 지옥의 죄인들은 불타는 도시 디스 안에서 벌을 받지 않는지를 묻자, 사부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니코마코스 윤리학(Nikomachos倫理學)」(7,1)에 나오는 ‘성품과 관련해서 피해야 할 것 세 가지’를 들어 설명한다.
네가 공부한 「윤리학」이 하늘이 원치 않는 세 가지 성품을 완벽하게 검증할 때 사용한 저 말들, 무절제, 악의, 미친 수심(獸心)을 기억하지 못하느냐? 또한 무절제는 하느님께 덜 대드는 것이기에 덜 비난받는다는 것을 모르느냐? (지옥 11,79-84)
하부 지옥인 제7 지옥은 폭력자(暴力者)들로 가득한데, 여기에는 타인에게, 자기 자신에게, 하느님에게 폭력을 가한 죄인들이 벌 받고 있다. 제8 지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악의로 기만(欺瞞)을 한 자들이 벌 받는 곳이다. 특히 기만(欺瞞)의 죄는 지옥 편 제18곡에서 제34곡까지 이어지는데 지옥 편 전체 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뚜쟁이와 아첨꾼들, 성직 매매자들, 점쟁이들, 탐관오리들, 위선자들, 도둑들, 모사꾼들, 분열과 불화를 일으킨 자들, 위조범들이 열 개의 구렁으로 나뉘어 있다. 물론 최악의 기만은 배신이다. 그래서 혈연과 조국의 배신자들, 친구와 손님의 배신자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인류의 은인인 그리스도 예수와 황제 카이사르를 배신한 자들이 제9 지옥에 배치되어 있다.
단테가 지옥 편 제11곡에서 지옥의 구조와 죄의 분류를 설명하는 것도 흥미롭다.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에 의하면, 11이라고 하는 수는 완전수인 10(십계명=하느님의 법)을 깨고 일탈한 죄를 상징하는 수이다. 「신곡」에서 죄(peccato)라고 하는 말 역시 전부 11번 나온다. 그리고 죄의 분류는 제11곡의 111행에서 끝난다. 또 원죄를 지닌 인간이라는 말(uomo, omo)도 110회(11×10) 나온다. 단수형으로 99회(11×9), 복수형으로 11회 나온다. 즉 인간은 죄(11)와 십계명(10) 사이에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는 33세(11×3)에 돌아가셨는데 그것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셨다는 뜻이다. 「신곡」의 형식이 3운구법(韻句法, terza rima)에 의해 3행 33음절(11×3)로 된 것도 다 그런 의도에서이다.
다니엘 리차아렐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초상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KBS1 <예썰의 전당> [6회] 내 이름은 단테, 지옥을 견디는 자 - 단테의 신곡, 김산춘 신부(예수회·서강대 철학과 교수), Daum·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