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한창이던 6월 초, '꽃구경 오라'는 시누이 말에 귀가 솔깃했다.
친구들을 데리고 온평리 혼인지(婚姻池)를 찾아갔다.
푸른 수국은 소금쟁이 헤엄치는 연못과 고즈녁한 옛 건물에 둘러싸여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친척들이 혼인지에서 전통 혼례를 치루는 일이 있어 가끔 찾아갔지만 수국의 명소가 된 줄도 여태껏 모르고 살았다.
화분에 수국을 심어 이벤트를 하는 여느 공원과는 달리 돌담에 기대어 무더기로 뭉게뭉게 피어오른 수국은 장관이었다.
셋동서가 '꼭 들르라'는 온평 포구 안케머리 식당을 찾아갔다.
바닷길에 붙은 조그마한 식당이다.
큰 성님 왔다고 한치회를 내놓는데 제주시 수족관의 한치와는 달라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날것은 먹지 않는다는 친구들도 허겁지겁 먹고는 이어서 우럭조림이 나오자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맛있는 우럭조림은 처음 맛본다"고.
나도 지금껏 먹어 본 중 최고의 맛이었다.
오는 길에 빽가네 카페에 들렸다.
핫플레이스라는 말은 들었지만 어디인줄 몰랐다.
제주시에서 동부산업도로를 타고 표선면으로 가는 중간지점이었다.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 앉은 건물이다.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도 장애인 주차장은 카페 입구에 가깝게 만든 게 눈에 띄었다.
여러모로 깊이 생각한 마음 씀씀이다.
물을 채워 놓은 얕은 공간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 느낌도 살짝 들었다.
일층에 들어서자 '과연 빽가님이 있을까' 눈으로 커피 바를 훒어보는데 주문을 받으랴 손님들과 사진을 찍으랴 바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리도 달려가 온갖 포즈를 취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커피를 주문하고 이층에 올랐다.
까무잡잡한 얼굴이 안쓰러워 "저 넓은 정원을 손질하려니 새까맣게 탔구나" 했더니
"원래 빽가 얼굴이 까매" 친구는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넓직허니 갤러리 느낌이 난다.
작은 오름들이 보이고 녹색의 푸르름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창가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같은 할망들을 위해 딱딱한 의자 대신 폭신한 의자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산책로로 들어가봤다.
편백나무가 늘어서 있는 꽤 긴 코스였다.
하기는 5,000평이라니 넓을 수 밖에.
옆에서 걷던 친구가 "야! 여기 고사리 있다" 고 외쳤다.
"어, 정말?"
고사리는 4,5월이 한창인데 웬 고사리?
우르르 잡풀 덮인 언덕배기에 오르니 정말 갈색의 통통한 고개를 올리고 있는 고사리가 보였다.
"여기도 있고... 어머나! 여기도 있네."
우리는 30여분 철 잃은 고사리 꺾기에 몰두했다.
네 사람이 손에 움켜잡은 고사리를 마침 친구 가방에 들어있던 비닐봉지에 넣고 다시 꺾어 넣으니 가득 찼다.
한번도 고사리 꺾으러 못 갔다는 친구에게 몰아주고 "오늘 대박이다."고 깔깔거리며 언덕을 내려왔다.
근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남의 사유지에 들어가 고사리를 꺾으면
'불법 산나물 채취로 고발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크!!! 이거 빽가님 알면 안되는데......"
첫댓글 제주도는 어디를 가나 주변이 좋으니 굳이 명당자리를
찾지않아도 멋있는곳이 많으니 좋으시겠어요.
굳이 연예인 이 아니더라도 조건만 좋으면 손님들은 올것같아요.
얼마전 인간극장에 나온 가파도 의 젊은이들 얘기만 봐도 폐가를 뚝딱 고쳐서
그럴싸하게 해놓으니 경치가 좋더라고요..
이효리도 이왕 하려면 그런 넓은곳에서 주위(길거리대기줄) 눈치 볼정도가
아니었다면 이런저런 말도 않났을지도..허여튼 아우라님의 빽가 방문기에
마음이 살살 녹아갑니다..^^
빽가네 카페는
인가는 전혀 없는 허허벌판입니다.
자동차만 달리는 곳이죠.
그래도 손님으로 북적이더군요.
눈이 쌓이는 겨울엔 얼마나
멋있을까요.
요즘은 주차공간 없이 장사하기 힘들죠
30대 나이에는
생계를 위해 매일
제주시 공항까지 과속으로 트럭을 몰았던 도로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50~80키로 제한속도로
묶였더군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마시고
즐건시간 보내셨네요
제주도는 어딜가도 아름다운 곳이예요 ~
그렇쵸.
어딜 가도 그림이 됩니다.
바닷가 정자에 앉아
가져간 커피와 과자.과일을 먹으며
수다 떨다 오기도 합니다.
찬바람 불기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지요.ㅎ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