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다들 재미있어 하실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그럼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이만...
------------------------------------------------------------
오늘은 제가 최근 인터뷰한 한 ‘중소기업인’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개 ‘중소기업’하면 기계나 전자, 섬유 등 제조 분야의 기업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분야가 좀 특이합니다. 바로
남성 미장원 프랜차이즈 업체입니다. ‘리컴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남성 미장원 체인 ‘블루클럽’사업으로 요즘 대박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 회사 정해진(42) 사장은 이 사업으로 올해 14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것 같다는군요. 현재 전국에 가맹점(‘블루클럽’이름을
쓰는 남자 미장원)이 500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업체는 뜻밖에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이 업체에 주목한 것은 이 분의 사업 영역이 ‘남성 미장원’이라는
점입니다. 아시는대로 시중에 미장원 체인은 숱하게 많습니다. 하지만
남성 전용 미장원 체인점은 4년 전 창업한 이 분이 최초라고 하는군요.
정 사장은 바로 평소 젊은 남자들이 미장원을 많이 찾으면서도 다른
여성 손님들과 비싼 미용비 때문에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에 주목,
블루클럽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기존 미장원의 깔끔함과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접목시켰고, 대신에 남성 전용으로 한정해 남자 손님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로 재미있는 것은 정 사장이 이발료를 5000원으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정 사장은 4년 전 사업 당시 ‘기존 미장원보다 경쟁력있으면서도,
향후 최소 5년간 값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가격’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나름의 시장 분석과 원가를 따져본 끝에 나온 결론이 5000원이었답니다.
대개 8000원~1만원을 받는 다른 미장원과는 달리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정 사장은 품질 표준화 시스템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품질관리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본 것입니다. 예컨대 미용사들은 본사에서
직접 채용해 교육시킨 뒤 각 가맹점에 파견했습니다. 헤어스타일도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10개의 기본 스타일을 개발해 보급했습니다.
또 전국 500여개 가맹점 어느 곳에서나 이발 때마다 마일리지를 쌓아주고
이를 다른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마일리지 공유
제도는 가맹점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손님을
더 많이 끌어오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정 사장은 미용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부여했습니다. 미용사들의 호봉체계를 마련했고 장기
근무자에게는 ‘블루클럽’ 미장원 창업을 지원했습니다. 이직이
많은 미용업계에서 미용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 지속적이고 균일한
품질 관리를 유도한 것입니다.
게다가 ‘블루클럽’의 매력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사업이 잘된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자연히 ‘저가 상품’이 잘 팔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 정 사장은 인터뷰 도중 “내년 경기가 어둡다지만
우리 회사는 매출을 오히려 2배로 늘려 잡았습니다. 불황일수록 사업이
더 잘 되니까요.”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정 사장은 여기에다
최근 ‘바이컬러’라는 염색 전문점을 내놓았습니다. 요새 젊은이들의
머리 염색 바람을 읽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 것입니다.
‘남자 미장원’으로 대박을 터뜨린 정 사장. 결국 이런 틈새 시장을
발굴해내는 사업가들의 눈은 남다른 모양입니다. 정 사장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무실을 걸어나오며 저도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아직도 또 다른 틈새 시장(상품)은 분명 어딘가 숨어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습니다. 다만 그런 시장을 찾아내는 안목이 제겐 아직
없는 것 같아 그냥 한숨만 내쉬고 말았습니다./탁상훈 드림 if@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