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혹은 잘못된 생각
-사자마트(천개의 바람) 를 읽고
- 민경아 글
1. 아이들과 학교 밖 수업을 하면서 역사를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부끄럽게도 대동여지도 김정호를
설명하면서 그야말로 한 발자국 걷고 그걸 지도로 표기했다며 전국을 그렇게 몇 바퀴를 돌아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나불대다가...박은봉선생의 한국사편지를
읽고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미 삼국시대부터 지도는 있었고 김정호는 측량
이라는 기술을 가지고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던
것이다. 김정호가 실학자로 칭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그 이야기는 일제가 우리의 역량을
무시하고자 소학교 교과서에 실은 내용이었던
것이다. 충격이 퍽 커서 내가 아는게 맞는가
질문을 수없이 하게 되고 자괴감 속에서 살게 되었다.
2. 브론테 자매의 소설을 어머니의 책장에서 열심히
읽고는 그냥 무작정 팬이 되었다. 사실 제인 에어를
훨씬 더 좋아했지만 불같은 사랑을 그린 폭풍의 언덕은 이해도 잘 못하면서 좋아한다고 믿었다.
또 어디에선가 에밀리 브론테가 목사관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살았는데도 저런 소설을
썼다며 칭송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어서야 그것이 에밀리 브론테
가 아니라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시를 찾아보고 잘 이해하지는
못해도 희망을 폭풍속의 한 마리 새로 표현한 시를
사랑하게 되었다(그의 시는 제목이 없다)
바바라 쿠니 그림의 '에밀리'라는 그림책도 사서
열심히 읽었다. 미안하고 창피했지만 에밀리 디킨슨
을 알게 되어 기뻤다.
3. 아이들과 공부하며 착하게 사는, 바르게 사는
그런 삶은 어떤 것인지 함께 찾길 바랐다. 어느날
많이 피곤한 상황에서 탄 전철에서 장애가 있는
청년이 내 옆에 앉아 자꾸 날 찔렀다. 하지말라고
이야기하다가 화가 나 일어나려는데 청년이
종이를 하나 내밀었다. 종이에는
"이 아이를 교대에서 내리게 해 주세요"라고
써 있었다. 장애가 심한 그의 첫 외출이었을지도
모를 그 날, 말로 삶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던
내가 많이 부끄럽던 날이었다.
그림책을 하나 보다가 내가 살아온 일들이 겹치고
그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졌다. 사실 그로인해
내가 또 생각하게 되었겠지만 부끄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사자마트'의 주인은 사소한 오해 때문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오해는 소문이 잘 나게 마련이므로...
사자마트 아저씨는 외모와는 달리 퍽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소한 오해는 사소한 사건으로 풀리게 되는데
퍽 귀여운 마무리이다.
나는 이 '사소함'이 퍽 마음에 들었다. 뭔가를
심각하게 주장하지 않고 가볍고 사소하게 이야기를
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자마트'를 보고나서 하도 옛날의 창피했던
일이 생각나서 사소한 척 써보았는데...
여전히 나는 각종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반성도 해 본다.
결국 인생이란...자기가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과
잘못된 생각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하고 위안을
삼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