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에서 출간된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판 자서전 <미지의 길>(The Uncharted Path)에 대한 평가가 역전된 것일까?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등록된 이 자서전은 초기에 혹평 일색이었지만 이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 이후 우호적인 평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자발적인 평가였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전 11시 현재 아마존에 등록된 <미지의 길> '구매자 리뷰' 란에는 총 287명이 글을 남겼다. 이 자서전에 별 5개를 준 이용자는 132명, 별 1개를 준 이용자는 127명이다. 별 4개는 25명, 별 3개와 2개는 각각 2명과 1명에 그쳐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림을 알 수 있다.
출간 초기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던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한 달 전인 11월 14일을 보면 43명이 평가에 참여해 7명이 별 5개, 1명이 별 3개, 35명이 별 1개를 줘 전체 평균이 별 1.7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우호적인 평가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재 전체 별점 평균은 별 5개 만점에 3.1개로 올라갔다.
▲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에 대한 아마존 이용자들의 리뷰 화면. ⓒ아마존 화면 캡처
별점을 매긴 이용자들이 남긴 리뷰 내용도 흥미롭다. 아마존이 화면에 노출시킨 최다 추천 리뷰를 보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우호적 평가는 "한국과 미국 대통령의 공통점은 자신의 운명을 만들고 고난에 굴복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성공을 향한 과정이 흥미로웠다"라고 되어 있다.
반면 혹평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글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이 부패한 정치인의 싸구려 소설이 자신의 자서전 옆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본다면 무덤 속에서 통곡할 것"이라며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그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최다 추천을 받은 우호적 평가에는 11명이 공감을 표시한 반면, 이 혹평은 224명이 추천해 대조를 이뤘다. 최근 급증한 '별 5개'를 누가 남겼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 배경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자서전 <미지의 길> 표지.
언론비평 블로거 'deulpul'은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달 중순) 이 대통령의 자서전이 아마존에서 찬밥 취급을 받는다는 소식이 한국 언론에 보도된 이후 비우호적 평가(별 1개~2개)는 3.5배 늘었지만 우호적 평가(별 4~5개)는 21.7배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달에 이 책에 서평을 쓴 이용자 64명의 프로필을 보면 52명이 별 5개, 12명이 별 4개로 전부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이들의 리뷰 내용은 모두가 두 줄 정도로 판에 박은 듯이 되어 있는데 별 5개를 줄 정도로 감명 깊은 책을 읽고 하나같이 달랑 두어 줄씩 서평을 썼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리뷰를 쓴 64명 중 1명을 제외한 전부가 과거 한 차례의 리뷰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8월 30일 출간된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자서전 <인 마이타임>(In My Time) 역시 이명박 못지않게 호오가 갈리고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리뷰 숫자는 훨씬 적고 각 리뷰의 분량도 (이 대통령의 자서전 리뷰와) 큰 차이가 난다"라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명박 자서전에 대한 평가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이 책은 아마존에서 유사 이래 가장 위대한 자서전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