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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천주교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수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교입니다.” 예순두 살의 교육감 출신의 한 형제는 베드로 수녀님이 병실을 방문할 때마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8남매 중 둘째인 이분은 교육감을 지냈고 집안의 기둥이었습니다. 셋째 베드로 형제만 천주교 신자였습니다.
셋째의 부탁으로 수녀님이 매일 병실을 방문했지만 둘째 형님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려 했습니다.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사를 지내지 않는 그리스도교는 상놈들의 집단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수녀님이 천주교에서도 제사를 지낸다고 말은 했지만, 그 시각엔 변함이 없었습니다.
베드로 형제는 형님이 죽기 전에는 대세를 절대 받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돌아가시기 직전에 수녀님께 임종 전 조건부 대세를 드리자고 청했습니다. 드디어 임종의 시간이 찾아왔고 온 가족이 모여 임종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형제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수녀님은 지금 행하는 예식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 하면서 요한이라는 세례명으로 조건부 대세를 드렸습니다. 베드로 형제는 예식이 너무 길어서 그 전에 형님이 돌아가실까 봐 안절부절못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형제들도 마지막 예식이니 그냥 따라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드로 형제 가족과 주님의 기도 성모송을 다 바쳐갈 때쯤이었습니다. 의식이 없던 요한 형제가 갑자기 눈을 뜨고 수녀님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 형제가 놀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형님 깨어나면 안 되는데! 우리 형님 죽어야지 세례받는데…. 어떡해요, 수녀님?”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입니다. 형님 성격에 자기 허락도 없이 대세 주었다는 것을 알면 동생을 가만두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한 형제는 수녀님을 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예, 수녀님. 제가 유교에서 죽고, 천주교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요한 형제는 건강이 날로 좋아졌고 어차피 대세를 받았으니 교리를 받고 정식 세례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에게 “내가 천주교 신자로 살아났으니, 너희도 다 믿어라! 주일은 모두 다 성당에 가라!”라고 명했습니다. 요한 형제는 그 이후 12년 더 가족과 함께 지내며 모든 동생 가족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도록 도왔고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출처: 『내 가슴에 살아있는 선물』, 이영숙 베드로 수녀, 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