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4. 불날. 날씨: 다시 무더위가 시작됐다.
아침열기-수학-점심-청소-감자음식 만들기-동네 음식 나누기-마침회-5,6학년 영어-교사회의-대안교육 우리말 글 연수모임
[줄곧 한결같이]
날마다 수박을 쓰다듬어 준다. 그래서일까 지난해보다 더 큰 것 같다는 혼자 생각을 한다. 날마다 토마토는 빨갛게 익어가고 콩과 팥
이랑에는 풀이 같이 자라고 있는데 크게 자란 옥수수와 수수는 풀 걱정은 없다. 방학하기 전에 아이들 옥수수를 꺾어서 삶아주고 싶은데 속도가
예상보다 늦다. 참외도 한 개씩만 노랗게 익어가서 모두가 나눠먹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이제 고구마는 순을 따먹어야 되는 때가 다가온다. 누리샘
모둠 텃밭 감자도 캐야 하고 상추도 정리할 때가 됐다. 그곳에 콩과 팥을 심어야겠다. 아침 일찍 둘러본 텃밭은 언제나 할 일을 찾게 한다.
아이들과 아침산책 길에 텃밭에서 토마토를 모두 땄다.
수학시간에는 셈 연습을 한참 했다. 가분수와 대분수 사칙연산은 한참 지나면 아이들이 깜박깜박해서 날마다 익히도록 해야겠다. 남은 시간에는
작도로 만다라를 그리는데 그동안 손으로만 그린 것과 다른 재미가 있다. 4학년 때 작도를 해본 경험이 있어 컴파스를 능숙하게 쓴다. 만다라를
크게 그리고 색을 입히는 단계까지 들어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점심 때는 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두 분이 오셔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청한 안양과천지역 마을교육공동체 워크샵에는
다른 연수 일정과 겹쳐 참여하기는 어려웠지만 제도권학교 교사들과 함께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겠다. 고장에서 교육을 주제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여 작은 도시 과천에 마을 학교들이 되고, 마을 교육공동체들이 생겨나면 좋으련만 아직도 한국 학교 시스템은 쉽지 않다.
과천지역에서는 더욱이 함께 협력할 제도권학교 교사를 만나기가 어렵다. 안양지역으로 넓혀야 가능한 일이니 시작은 그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낮공부는 여섯 모둠으로 나눠 감자음식을 만든다. 올해는 감자맛탕, 감자샐러드, 감자튀김(채 튀김, 크로켓), 감자지짐,
감자옹심이칼국수다. 해마다 하지감자를 캐면 음식 만드는 공부와 먹는 재미를 함께 누리고,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을 찾아가서 음식을 나누고 대접하며
공연도 해드렸는데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가지 못한다. 신나게 만들어 맛있게 먹고, 동네 경로당과 동사무소, 통장님께 갖다드리기로 했다.
감자샐러드 를 맡은 수인이모둠에서 오랜만에 음식의 세계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 반응이 그다지 없다. 그런데 수인이랑 우리 6학년들이 이끔이인데
정말 일을 잘한다. 동생들에게 일 맡기고 척척 움직이니 선생이 아주 편하다. 불을 다루는 모둠은 선생들이 바짝 긴장해 튀김과 지짐을 한다.
전체로 음식 양이 작지만 여러 가지라 모두 배부르게 새참을 먹어 기분들이 좋다. 5,6학년은 부지런히 경로당과 동사무소, 통장님께 갖다드렸다.
경로당을 찾아간지도 꽤 됐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언제나 같은 자세로 고스톱을 즐기시고 몇 분만 아이들을 반겨주신다. 아이들 칭찬 좀 해주시지
하는 마음이 일었는데 그것도 잠시다. 나오는 길에 노인회장님께 가을에는 음식이랑 공연을 좀 하면 어떨까 했더니 그때 연락해서 잡자고 한다. 더
줄곧 다녀야 아이들을 품어주시리라.
저녁에는 우리말글 연수모임이 있다. 메르스 여파로 6월 모임이 취소된 뒤라 오랜만이라는 느낌이다. 함께 읽는 어린이문화운동사에서
4.19혁명은 어린이들이 시작하고 완성한 혁명이고, 그 사실을 줄곧 역사책에서 빼고 지워온 역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장을 읽었다. 옛날에는
18세, 20세까지를 모두 어린이 또는 아동으로 불렀는데 지금은 초등학교 학생만 어린이로 부른다. 청소년과 어린이로 나눠온 과정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어린이와 아동을 그만큼 낮은 연령과 수준으로 일부러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이 뭐든지 다 해주고 아이들과 학생들은 그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학벌과 자본 사회에서 입시와 소비 사회에 순응시켜온 슬픔이 그대로 들어있어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들려주는 역사와 세상, 나눌
이야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아이들과 나눌 꿈과 이야기가 있는가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양지마을 지팀이 이틀 째, 밤길을 걸으며 운동도 하고 동네를 위해 조그마한 기여를 할 수 있어 좋다. 한 번 하고 그칠 일이 아니니
줄기차게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도록 애쓸 일이다. 마치는 길에 낮에 음식을 갖다드린 양지마을 슈퍼를 들렸더니 그릇과
함께 아이들 주라고 음료수를 가득 안기신다. 보통 때면 사양할 일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 주제로 삼을만 해서 고맙게 받았다. 양지마을
밤길은 참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