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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더 뜨겁게 느껴지는 날씨를 뒤로한 채 출근을 합니다. 오늘은 차 없이 걸어 다녀야하기 때문에 흐르는 땀을 식히며 감사인사를 어디부터 갈 것인지 알찬 일정에 대해 팀원들과 상의를 해봅니다. 어제는 정수현 과장님과 신아름 선생님과 함께 인사를 다녀온 곳을 같이 가서 든든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저희끼리 2주 만에 인사를 가려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인사를 가는 길 잘 다녀오고, 조심히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시는 어르신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꾸러기 문구점에 도착을 했을 때 사장님은 어느 때와 같이 의자에 앉아계십니다. 저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장님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제사회복지관에서 실습하는 학생들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희가 이번 주 마지막 실습입니다. 그동안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도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음료에 짧은 감사 말도 담아 봤습니다. 유통기한은 사랑이 식기 전까지이고 소식지에는 짧은 편지도 들어있으니 한번 읽어봐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셔서 아쉽게도 사진을 함께 찍지는 못했지만 무뚝뚝하시던 사장님께서 처음보다 밝아진 것이 느껴집니다. 다음 이동한 곳은 전에 인사를 드렸을 때 무뚝뚝한 반응을 보인 알뜰주유소입니다. 오늘 감사선물을 드릴 때도 그때와 같은 반응을 보일까 두렵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라고 말하자 흔쾌히 웃으며 사진을 찍어주는 알뜰주유소 사장님, 사장님을 무뚝뚝하고 무섭게 바라본 저희가 부끄러워집니다. 사람마다 표현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을 무조건 호의적인 반응만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저희는 오늘도 배우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다음은 지정환피자 집을 가려는데 문이 닫혀있어 영암광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려봅니다.
“사장님, 저희 김제사회복지관 학생들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주가 실습 마지막 주라 감사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사무실에 계시나요?”
“어...오늘 너무 바빠서 안 되겠는데 다음에 올 수 있으면 와~”
아쉽게도 영암광고 사장님은 바쁘시기에 뵙지 못합니다. 아쉬운 대로 사장님은 다음에 뵙기로 하고 오후일정에 넣어둔 함흥냉면, 궁짜장, 남원추어탕 쪽으로 노선을 바꿔봅니다. 전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 지정환피자집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감사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사장님은 가계오픈을 준비하고 계셨기에 방해가 될까 감사인사를 빠르게 드리고 남원추어탕으로 향합니다. 해가 뜨거운 날씨였지만 그만큼 바람은 시원했기에 열심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새벽에 내린 소나기에 참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계시나요?”
“안 계세요. 가세요.”
남원추어탕을 하면 인사를 드리기도 전에 나왔던 기억밖에 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사장님이 계시는지 묻기 전 김제사회복지관에서 왔다는 것을 먼저 밝혀보기로 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제사회복지관에서 왔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사장님 계시나요?”
“아니요. 안 계세요.”
“아! 그럼 이것 좀 사장님께 전해주실 수 있나요? 기관에 많은 도움 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아 네, 잘 전해줄게요. 감사합니다.”
겁먹고 들어갔지만 처음부터 김제사회복지관에서 왔다고 소개를 해서 그런지 그때와는 다르게 선물을 하나하나 받을 때 까지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끝에 감사하다는 인사도 해주십니다. 또한 무뚝뚝하고 잡상인을 보는듯한 눈빛이 아닌 웃음으로 감사를 표현해 주십니다. 그때처럼 저희를 뿌리치지 않아 오히려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맛에 지역사회 인사를 다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추어탕 집 바로 앞에 위치한 함흥냉면 집으로 향합니다. 11시를 바라보는 시간이라 가게는 분주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저희에게 시간을 내주십니다.
“안녕하세요. 그 때 인사드린 사회복지관입니다~ 한 달 동안 실습을 했고 이번 주가 마지막 주라 이렇게 감사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음료에 붙음 문구는 저희가 감사한 마음을 다 담아 열심히 바꿔봤어요. 시간이 되시면 한번 읽어봐 주시고, 소식지도 나왔으니 한번 봐주시면 감사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음료는 너희가 먹으면 안 될까?”
“아니에요. 저희가 더 드려야 하는데요. 그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젊은 사람들이 예쁜 짓하네~”
사진을 찍어달라는 말에 만두를 빚으시던 사장님은 일을 내려놓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오십니다. 사진 한 장에 다 담기지 못한 사장님의 감사가 저희는 아쉽기만 합니다.
기관을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궁짜장입니다. 사장님도 바빠 보이셨지만 웃으며 저희를 반겨주십니다. 전에도 웃으며 인사해주신 사장님의 미소가 오늘 더 환하게 보입니다. 과장님이 안 계셔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저희들 방식으로 잘 마무리 한 오전 감사인사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인사드린 신태복 정육점에서 준 갈비로 풍족한 점심을 먹고 다시 감사인사 드리러 밖으로 나갑니다. 매미들이 목청껏 지저귀며 저희를 반겨줍니다. 날씨는 물놀이한 옷을 널어두면 금세 마를 것만 같이 화창합니다.
어제 정수현 과장님의 도움으로 기관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은 모두 인사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약간 거리가 있는 곳은 오전에 인사 드렸습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기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만 들리면 됩니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며 주민 분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처음에는 할까 말까 주저했던 인사.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주민 분들과 저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제 정겹게 인사를 나눕니다. 몇 주 사이 만에 아파트 주민 분들과의 관계가 크게 발전했음을 느낍니다. 이제는 저희에게 먼저 대화를 걸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검산주공 아파트 주민 분들께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지만 아파트 주민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힘을 얻습니다. 오후에 첫 번째로 감사인사 드릴 곳은 김밥천국입니다. 김밥천국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은 ‘무슨 일이지?’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의아해하십니다. 그러나 간단한 소개와 저희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자 웃으며 반겨주십니다. 사장님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말씀드립니다.
“사장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번 찍으실 수 있으신가요?”
“죄송해요. 사진 찍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진은 찍지 못하고 이제 멕시카나로 향합니다. 멕시카나 문 옆에 택배 박스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택배 박스가 밖에 놓여있다는 것은 문이 잠겨있다는 것을 뜻하지만 기대하며 문을 당겨봅니다. 역시 잠겨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왔나 봅니다.
멕시카나 사장님은 나중에 다시 찾아뵙기로 하고 지코바로 향합니다. 지코바도 멕시카나와 같이 아직 문 열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일단 가보기로 합니다. 가게 내부가 어두워 보입니다. 그래도 일단 문을 당겨봅니다. 멕시카나 같이 잠겨있습니다. 지코바 사장님도 나중에 다시 찾아뵙기로 하고 텃밭으로 향합니다.
텃밭에 도착했습니다. 마당까지는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여러 직원 분들이 매우 분주하게 일하고 계십니다. 인사를 드려야하나 말아야하나 잠시 고민을 한 뒤 일단 인사를 드려보기로 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사장님 계신가요?”
“아니요. 사장님 안계세요.”
한 남자 직원 분께서 말씀하십니다. 남자 직원 분께 저희가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린 후 선물만 드리고 나오기로 합니다. 아쉽지만 사장님도 안계시고 매우 분주해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기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코사마트를 가려고 합니다. 마트에 들어가며 인사를 드립니다. 여자 사장님이 계십니다. 사장님은 저희를 밝게 맞아주십니다. 사장님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말씀드립니다.
“사장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번 찍으실 수 있으신가요?”
“미안해요. 사진 찍는 거는 좀 그래요.”
“저희 먼 곳에서 왔다가 돌아가는데 이 사진보고 기억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네 그럼 사진 찍을게요~”
사진 찍는 것을 거절하시던 사장님은 언제 거절했냐는 듯이 활짝 웃으시며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저희의 애교에 흔쾌히 사진 찍어주신 코사마트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코사마트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기관으로 향합니다. 기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히고 다시 나갔습니다. 인사 못 드렸던 지코바 사장님과 멕시카나 사장님을 찾아뵙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지코바로 향합니다. 아까는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인사드리며 가게로 들어갑니다. 지코바 사장님은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십니다. 감사인사를 드리던 도중 사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목포대학교네요? 저희 동생은 목포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진행 중이에요. 이름도 상석이에요. 이상석.”
“아 그러세요? 상석이라는 이름이 흔하지 않은데 신기하네요~”
김제에는 목포대학교와의 인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제 오늘 마지막으로 인사드릴 곳인 멕시카나로 향합니다. 지코바도 열려 있었기 때문에 ‘멕시카나도 열려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하며 가봅니다.
멕시카나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가게 내부가 어둡습니다. 그래도 기대를 해보며 문을 당겨봅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홀에 한 남성분이 앉아계시고 카운터에 여자 사장님이 계십니다. 여자 사장님께서는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러워하셨으나 저희가 찾아온 이유를 말씀드리자 웃으며 반겨주십니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말씀드립니다. 그러자 여자 사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저 말고 저기 앉아 있는 남성분하고 찍으세요.”
“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저희에게 여자 사장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저분이 남자 사장님이에요.”
“아, 남자 사장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찍으실 수 있으신가요?”
“네 그러죠. 어디서 찍을까요?”
“여기 멕시카나 로고 있는 곳에서 사진 찍을까요? 여자 사장님도 같이 찍어주세요!”
그렇게 남자 사장님, 여자 사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게 됩니다. 사진을 찍고 남자 사장님께 덕담 한마디 부탁드려보려고 말씀드립니다.
“사장님 저희 이번 주를 끝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되는데 덕담 한마디 부탁드려요.”
“덕담 해줄게 뭐 있나요. 하하하, 학교로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해야지요.”
좋은 말씀해주신 멕시카나 사장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저희를 붙잡으십니다.
“아, 참! 이거 가져가세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아이스크림이니까 드세요~”
“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정겹게 사진 찍어주시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주신 멕시카나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이제 오늘 감사인사 드리기로 한 모든 사장님들을 찾아뵀습니다. 오늘도 저희에게 좋은 말씀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사장님들께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걸어 다니며 지역인사 드려서 그런지 힘들기도 했지만 인사하는 재미를 다시 한 번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사회사업 인사가 절반이다.”
요즘 시대는 소위 말하는 불통의 시대입니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은커녕 인사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인사를 통해 서로가 소통하고 그 속에서 이웃과 정을 나눌 때 행복한 지역사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웁니다.
처음엔 아파트 주민 분들에게 인사하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면서도 반겨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무덤덤하거나 ‘뭐 팔러 왔나?’ 라는 눈빛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희 사업은 인사가 절반이 아니라 인사만 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인사 하나만으로 사업이 되나 반신반의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한 달 동안의 사회사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사회사업이 왜 인사가 절반인지, 인사가 왜 중요한지를 이제야 조금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사업가가 돼서 현장에서 일할 때도, 돌아갈 학교에서도, 내가 사는 그 현장에서 인사를 시작으로 저희가 느꼈던 그 행복을 나누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