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후 본격적인 가마솥더위에 매일 밤잠을 설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며, 온 몸은 천극만근이다. 또 산해진미를 봐도 입맛이 당기질 않는다.
초복에서 중복까지 열흘, 말복까지는 20일,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고 한다.
앞으로 한 달은 더 더위로 인해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날이 더워지면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이 떨어져 쉽게 지치는 건 물론이고 면역력도 약화돼 감기 같은 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 또 식욕부진으로 인한 영양부족이 오기 쉬워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보양식을 먹어 왔다.
조선시대에는 삼복더위가 되면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가게 하였다.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냈다.
나무나 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삼복더위와 같은 폭염이 지속되면 성장을 멈추고 여름잠인 ‘하고’를 한다고 한다.
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식물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름철 보양식하면 생각나는 게 맛과 영양이 우수한 삼계탕과 영양탕일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개고기는 몸의 허약한 것을 보충하고 혈맥을 튼튼하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돋우고 기력을 길러준다고 했다. 닭고기 또한 오장을 안정시키고 몸을 따뜻이 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보양식으로 삼계탕이나 영양탕을 먹는 이유는 여름철에는 겉으로는 열이 나지만 몸의 안쪽은 차가워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기운이 생기고,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저항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우리집 마당에 닭을 몇 마리 키웠다.
매일 아침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갈 때면 어머니께서는 “계란 하나는 사탕을 사먹고, 하나는 학용품을 사거라.” 하시면서 계란을 두 개씩 손에 쥐어 주시곤 하셨다.
닭 몇 마리 때문에 나는 학교를 남보다 풍족하게 다닐 수 있었다.
닭을 키워 복날 기력을 보충하기도 했지만, 생활에 작은 보탬을 주기도 했다.
삼복은 한자로 ‘석삼’에 ‘엎드릴복’을 써서 ‘三伏’이라고 한다.
삼복의 유래는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상고하면《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한다.
이로 보아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된 속절로 추측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伏)자는 사람인(人)변에 개견(犬)을 쓰므로 복날에는 영양탕을 먹는 날이다. 뭐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또 한고조가 한신을 퇴출 할 때 만들어진 토사구팽 [兎死狗烹] 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토끼사냥이 끝나면 충실했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게 된다는 얘기로 필요할 때는 쓰다가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고 나와 있듯이 2,000년 전부터 영양탕을 먹었다는 증거라고 생각이 된다.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는데, 영어로 초복을 dog day, 중복을 middle summer day, 말복을 hot summer day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2,000년 전의 동서양의 음식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오늘이 중복이다.
전국의 삼계탕집이 가장 북적이는 날이다. 여름철을 이길 수 있는 보양식이나 한 그릇 하심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