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대한민국”김승월 프란치스코(시그니스서울/코리아 회장)
오늘 일어난 일의 의미를 오늘은 제대로 알기 힘들다. 세월이 흐른 뒤에 벌어진 일과 연관 지어질 때 그 의미를 명확히 깨닫게 된다. 과거의 시련이 오늘 성공의 바탕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영광이 훗날 몰락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한 이야기다. “과거의 어느 점(dot)이 현재의 한 점과 연결되고, 현재의 어느 점은 미래의 한 점으로 이어진다.”
지난 7월 2일, 우리나라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다. 세계 10위 경제규모의 민주 국가이며, 한류에서 보여주듯 대중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세계 최빈국에서 73년 만에 이뤄 낸 놀라운 성취다. 지금 누리는 번영의 씨앗은 누가 뿌렸고, 어떻게 길러 냈을까.
어떤 이는 우리나라를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부르기도 했다. 친일 세력이 외세에 빌붙어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세운 부끄러운 나라라고도 한다. 건국세력이 분단국을 만들었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백선엽 장군 파묘를 외치는 소리와 함께 이승만 대통령 파묘 주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게 역사에 매질만 해야 할까. 그들이 이뤄낸 업적은 외면해도 되는 건가.
이승만 대통령만 해도 그렇다. 헌법을 고치고 부정선거를 저질러가며 장기집권한 독재자다. 정적의 목숨을 앗았고, 양민 학살 사건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흠결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공산주의 사상이 만연한 남한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좌표를 바르게 설정한 건국대통령이다. 봉건적인 소작제도를 철폐하고 토지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광복 당시 80%였던 문맹률을 1959년에는 22%로 끌어내려 교육입국의 토대도 세웠다. 한미방위조약을 이끌어 낸 실리적인 외교가로, 6·25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다. 평화선을 선언하여 독도를 보호한 반일정치인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 어떠한가. 군사 정변을 일으켰고, 인권을 유린하며 유신독재로 장기집권했다. 반면에 가발 만들어 팔던 수준의 나라에서, 중화학 산업육성과 수출주도 정책을 펼쳤다. 고속도로를 놓았고, 포항제철을 세웠다. 당시 대다수 국민의 상식으로는 꿈도 꾸지 못한 일들이었다. 여러 정치인과 전문가조차 반대했다. 지도자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다.
부끄러운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다. 지우거나 도려낼 수 없다.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게 기억할 필요는 있지만 업적은 업적대로 존중해야 한다. 보통 사람에게 특별한 일을 해내지 않은 것을 탓하지 않는다. 큰일을 해낸 사람에게도 모든 것을 잘했어야 한다고 요구하기 힘들다. 파묘를 들먹이거나, 반복적으로 단죄하는 주장은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정치 공세로 흐르기 쉽다. 평생 부모 탓하는 못난 자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혼돈의 해방 공간과 참혹한 전쟁에서 나라를 세우고 지켜낸 분들이다. 고개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감사는 행복을 가져온다. 여러 현인이 그리 말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감사는 기독교의 기본정신”이라고 했다. 세상일 하나하나에 깃들어진 하느님의 사랑을 느낀다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보면 우리 건국 역사는 자랑스럽다. 그런 마음이 바른 미래를 열지 않을까. “모든 일에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1테살 5,18)